그리고 다시 술상으로^^
이틀 전 그랬습니다.
동네 착한 내외 분이 운영하는 횟집에서 그간 참아온 술을,
소주를 두 병씩이나 끙
토지 4편을 보면서 소주와 함께
박경리 선생님께 한 잔 올리기도 하면서
여하간 참~ 잘 놀아요.^^
왜 내가 술을 땡기려고 하는지?
술을 마시면 뭐가 좋은지?
술 마시고 난 후 나의 행동은?
아주 유심히 관찰해봤습니다.
일단 술이 들어가면 팽팽한 긴장의 끈이 살짝 늘어집니다.
아련해지기도 하고
나른한 고양이가 되기도 합니다.
이건 술꾼의 변명이니 재미로 들으소서^^
저는 얄팍하게 술을 마십니다.
취할 정도로 마시지는 않는 이유는, 술을 남자들 속에서 배웠습니다.
남자 열 댓명 적어도 예닐곱 명 속에 꽃다운 제가 의기양양하게
술잔을 치켜올리는 모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그 꽃은 지금 이러고 있습니다. ㅎㅎㅎ
그때 그랬지요. 너거들보다 더 마시고 흔들리지 않는 나를 보여주마!
그래놓고 집에 들어가 현관에서 자빠지든지
머리 맡에 세수대야를 이고 자든지
엄청 쳐마셨습니다. 캬~^^
주 5일 일합니다.
6시간 넘게 서거나 쪼그리거나 숙이거나 무릅을 꿇거나
아주 다양한 포즈로 쭉 이어집니다.
이게 인이 박힐려면 한 달 이상은 가야 합니다.
인간이 하루 자는데 왜이리 많은 손놀림이 필요한지 살짝 궁금해집니다.
이것도 문명인가?
무슨 씨벌넘의 문명!
혼자 씨부리다가 끙끙거리다가~~
4시에 마치면서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 우두둑하는 허리에
그때 딱 소주 한 잔!
막노동 판에 막걸리가 빠지지 않듯
저같은 경우는 노동이 인이 박힌 게 아니라 술이 인이 박힌 거지요.
그냥 삶이 술이였습니다. 모든 음식이 안주 입니다.^^
파스타는 와인
두부는 막걸리
소주는 골고루~~~
위스키와 꼬냑은 치즈
탕수육은 빼갈
또 뭐 없나? 두리번~~^^
토지에서는 맨날 없어서 못 먹어요.
두번째 보는 건데 전혀 새로워요.^^
배추뿌리를 살짝 삶아 콩고물에 무쳐 먹는 장면이 나와
무슨 맛일까? 궁금했습니다.
결핍이 사람을 살게 하던 시절이였지요.
지금은 잉여를 더 더 누릴려고 살지요.
한 끗발, 간지에 대해 인간이 얼마나 웃기느냐하면
제가 일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아새끼들 데리고 산책을 나갑니다.
지퍼팩을 들고 나갈 때 살짝 간지가 나는 것처럼 혼자 착각을 하는 해요.
까만봉다리 들고 나갈 때는 봉다리를 되도록 작게 오므려요.
똥 봉다리갖고 이러는 인간이 바로 접니다. ㅎ
그 한 끗발이 뭐라고^^
모자람과 넘쳐남의 시소 타기가 우리 일상이 아닌가 싶어요.
욕망의 줄타기 ㅎㅎㅎ
술을 멀리 하려니 술이 더 다가오고
토지의 인물들 중 나는 누굴 닮았나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강청댁의 억척스러움(한 때 그랬어요)
임이네의 생생한 육감(30대에 좀 그랬나?)
월선이의 청승(딱 지금^^)
치수의 허무
길상의 우직함
삼수의 악랄함
칠성이의 어리석음
이게 사람 하나에 다 들어있어요.
나한데도 다
그만큼 인간의 스펙트럼이 많이 색을 갖고 있는데 우리는 쉽게 판단하고
금방 질리고 또 다른 맛을 찾아가고
그렇게 한 평생 훌딱 지나가나 봅니다.
혼자, 경주, 강아지들, 책, 음악, 영화, 공부
여기까지 보여지는 거고
실상 들여다 보면 궁색하고 청승이 졸졸한 일상입니다.^^
그게 바로 일상이지요.
제가 저 놈들을 믹이살리느라고^^
뭇국과 미역국이 주거니 받거니 이어지고
어찌이리 잘 챙겨먹는지
제가 기특해 죽겠습니다. ㅎ
아마도 줄창 술 마시는 날은 없을 겁니다.
한 잔 한 잔 땡기면서
책상은 다시 술상으로?
아마도 횟수는 줄어들 겁니다.
관찰해 본 바, 집중력이 술 마시면 확실히 떨어집니다.
새벽 4시까지 마시고 두 세시간 자고 출근한 나의 30대는 아득한 옛날이고
오전에는 메롱하면서 일 하는 척만 했지요.
그래도 안 짤렸는데 ㅎㅎㅎ
떠들은 거 올려서 다시 보려니 두렵습니다.
무슨 소릴 했는지 ㅎ
자 누가 다음 차례 받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