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초입에 방어가 시작되면
지금 이맘 땐 에지간한 횟집에서는 부담스러운 대방어 철입니다.
저도 82쿡에서 만난 친구가 있습니다.
여기서 글도 아닌 것이 말도 아닌 것이 죄다 속을 열었다가
막상 현실에서 만나면 서먹해지고 별로 할 말도 없습니다.
이 친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계절이 바뀌면 가끔 연락이 오고 차도 마시고
그러다 어제 대방어 술상으로 조촐한 송년회를 했습니다.
올해 유난히 부침이 많았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면 두 가지 감정을 널뛰곤 했습니다.
하나는 자격지심(50대에 폭망한 쓰라린 후유증),
생각 좀 하고 살아라는 등 훈계질하거나 어찌저리 책 한 줄 안보고 사나
(책이 뭐라꼬가 아니라 책을 든다는 행위는 자신을 들여다 보는 오픈 세러머니 입니다^^)
여하간 내가 냅네 하다 내가 뭐시라꼬
시소를 탄 그런 감정들이 넘쳐흘러 쉽지는 않았습니다.
내 지갑에 돈이 없어도 만나는 사람은 정말 편한 사람입니다.
어~~ 나 지금 백수인데 얻어먹는닷!
아마 일생에 세 손가락 들 정도의 뻔뻔함을 과시할 수 있는 친구이지요.
줄 서서 기다리는 진기한 풍경
적응이 안되어 눈을 어디로 둘 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녀는 두 귀 쫑끗 세우고
호명만을, 합격증 기다리는 수험생 처녀였습니다.
감격스럽게 앉아 회심의 미소를 짓고
넘의 블로그에서 가져온 겁니다.
어제 먹은 겁니다. 거기에다
방어 대구리 구운 것은 다 못 먹고 싸들고 왔더랬습니다.
제 철에 먹는 건 제 철을 즐기는 겁니다.
어느 바다에서 유유히 놀다 우리 술상으로 올라온 대방어의 최후를 전혀
애도는 하지 않고 고마워만 연발합니다.ㅎ
먹는 행위는 죽임을 기반한 아주 묘한 경계를 넘나듭니다.
올 한해 참 많이도 먹었습니다.
그 중 어제 먹은 대방어 회가 확실하게 음악으로 치면
베토벤 합창교향곡이였습니다.
제대로 합창했습니다.
인류의 평화, 사랑 @#$% ^^
작년 봄 엄마와의 통영 여행으로
11년 만에 키톡으로 돌아왔습니다.
올 한해 키톡으로 즐거웠습니다.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한 날
들어 준 여러분들이 계셔 고맙습니다.
새해 소망?
올해보다 더 나아지는 나를 기대합니다.
되돌이표는 적어도 없어야 한다고
굳세게 다짐합니다.
새해도 뭘 해먹지 고민과 먹은만큼 기여할 수 있는
즐거운 세상을~~~~^^
어제 만난 그녀에게도 축복을 보냅니다.
나 백수탈출 하면 그날은 내가 쏜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