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에 사는 어린이들은 무엇을 먹고 살까요?
오늘은 그것을 알려드릴께요 :-)
오늘은 코난군에게 모처럼 한가로운 토요일이었어요.
평소대로라면 아침에 아빠와 함께 코트에 나가서 테니스를 치고, 낮에는 태권도장에 가고, 그 이후에는 컴퓨터 게임을 하는 틈틈이 바이올린 연습을 해야 하거나, 다음 주에 있을 시험 공부, 코딩 공부 등을 해야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감독할 코난 아범이 오락가락 하는 봄날씨에 감기가 걸려서 드러눕는 바람에 오늘 하루는 완전히 자유 소년이 된거죠.
저는 타고난 놀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남편을 대신해서 아이들 공부를 시키기는 커녕, 코난군의 친구를 집으로 불러서 놀게 해주었어요 :-)
오늘 놀러온 친구는 제 직장 동료의 아들인데, 코난군보다 한 살이 어리지만 둘 다 포켓몬 카드를 모으거나 로블럭스 라는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등의 공통점이 있어서 함께 놀기를 좋아해요.
그런데 이 소년은 다소 입맛이 까다로와서 저녁밥으로 무엇을 만들어주나... 잠시 고민했어요.
저희집 아이들도 입맛 까다롭기로는 뒤지지 않아서, 아무거나 만들어 주면 잘 먹는 유년기를 보낸 저로서는, 참 이해가 안되는 녀석들이죠.
점심에는 명왕성 어린이들 90퍼센트가 부담없이 즐겨 먹는 마카로니 앤 치즈를 만들어 주었구요, 저녁 식사 메뉴로는 탕수미트볼과 계란 숩을 만들기로 했어요.
작은 냄비에 참기름 대신에 향이 거의 없는 식용유를 두르고 냉장고에 남아있던 야채 몇 가지를 썰어서 볶아요.
한국 사람들만 먹일 때는 참기름을 쓰는 것이 더 풍미가 좋지만, 명왕성 사람들 중에는 참기름 냄새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으니 안전하게 식용유로 볶은거죠.
파인애플 통조림을 하나 따서 함께 넣고 볶아요.
탕수육 소스를 만들 때 파인애플 통조림은 참 유용해요.
새콤달콤 중에서 달콤을 책임질 수 있거든요.
채소에서 즙이 흘러나오니 물을 조금만 더 추가하고 간장, 식초, 설탕을 넣고 바글바글 끓이다가 감자 전분을 물에 풀어서 넣고 불을 끄면 탕수육 소스가 완성됩니다.
여기에 케찹이나 돈까스 소스 등을 추가해도 좋더군요.
저희 아이들은 너무 시거나 자극적인 맛을 싫어해서 다른 것 추가 안하고 이렇게 단촐하게 만들었습니다.
돼지고기를 튀겨서 이 소스를 부으면 탕수육, 두부를 지져서 부으면 탕수두부, 군만두에 부으면 탕수만두...
음식계의 이현령 비현령 이로세...
저는 냉동실에서 발견한 냉동 미트볼을 선택했습니다.
저희집 냉동실에는 치킨너겟이나 미트볼 등의 냉동 음식이 늘 구비되어 있어요.
급하게 데워서 도시락으로 싸줄 수도 있고, 이렇게 다른 음식으로 만들어내기에 편리하거든요.
쌀밥을 조금 뜨고 한 켠에 탕수밋볼을 얹어 주었어요.
중국식 계란국 (에그 드랍 숩)은 라면 끓이기 만큼이나 쉽죠.
치킨스톡을 넣고 물을 팔팔 끓이다가, 잘 풀어놓은 계란과 녹말가루 푼 물을 부어서 저으면 완성이니까요.
평소 제가 늦게 퇴근하는 날은 싸구려 중국집에서 이 숩과 볶음밥을 자주 사다 먹는데, 코난군이 참 좋아해요.
오늘은 엄마가 직접 만들어 주겠다고 하니, 신이 나서 친구에게 "너 계란국 먹어본 적 있어? 이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야, 정말 맛있거든!" 하고 추임새를 넣어주는군요.
이 녀석들, 어차피 노는데에 정신이 팔려서 음식에는 별 관심도 없어요.
다행히 미국 음식만 먹고 살던 소년도 이 국적불명의 수상한 음식을 맛있다며 잘 먹어서 좋았어요.
명왕성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지만, 엄마가 좋아하는, 아빠가 먹고 자랐던 그런 한국 음식을 조금이라도 더 해먹이려고 해요.
하지만 신라면과 팔도 설렁탕면에게 언제나 지고 마는 현실... ㅠ.ㅠ
명왕성 아이들 중에는 알러지 있는 사람이 어찌 그리 많은지...
학교에 간식을 보내거나 집에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하려면 신경써야 할 것이 많아요.
아이들 학교에 보내는 간식은 기본적으로 땅콩이 없어야 하구요, (학교에서 먹을 간식은 각자 집에서 싸오도록 하지만, 생일이나 특별한 날에는 반친구들 모두 나눠먹으라고 보내기도 해요) 그 밖에도 밀가루 알러지 때문에 글루텐 프리 음식을 먹거나 유당불내증 때문에 유제품을 멀리 해야 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둘리양 생일에 학교에 가지고갈 컵 케익 중에서 식용색소 앨러지가 있는 아이와, 유제품을 못먹는 아이를 위해 아이싱을 얹지 않은 것을 따로 준비해 주었어요.
다행히도 둘리양이 반 친구들 중에서 그런 알러지를 가진 아이들이 누구인지 알고 기억하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죠.
하지만!
명왕성 아이들은 대체로 음식에 대해 별로 관심이나 욕심이 없어서 좋은 점도 있어요.
생일 파티나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할 때 12첩 반상 같은 것 차려주지 않아도 만족하거든요.
얼마 전 둘리양의 생일 파티를 동네 수영장에서 했는데, 생일 케익과 핏자, 과자, 과일 몇 가지만으로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아이와 어른 손님들이 즐겁게 먹고 놀다 갔어요.
다음은 제가 체험으로 배운 명왕성 어린이들이 먹기 좋게 과일 손질하는 법입니다 :-)
먼저 오렌지!
아니, 오우뤠~ㄴ쥐!
나발 오렌지(뭔 이름이 이런가 몰라유:-)를 흐르는 물에 한 번 씻은 다음 - 안씻고 썰면 껍데기와 오렌지 속살이 닿아서 어쩐지 조금 찜찜하니까요 - 제삿상에 올리는 사과 배 처럼 윗 머리 부분을 썰어냅니다. 아랫부분도 그리 하구요.
어차피 위 아래 부분은 속살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제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나면 오렌지를 바로 세워서 절반으로 자릅니다.
그러면 이렇게 반구 모양 두 조각이 생기죠.
도마에 엎어놓고 얇게 썰면 완성입니다.
이렇게 썰어놓으면 모양이 예쁘기도 하지만 먹기에도 참 간편해요.
반달 모양 오렌지 조각을 하나 들고 쫘~악 펼치면 이렇게 벌어지거든요.
그러면 속살 부분만 베어먹고 껍데기 부분은 완벽하게 분리가 되어요.
손이나 입에 오렌지 국물을 막 쳐바르지 않고 얌전하게 먹을 수도 있고요.
다음은 사과!
명왕성 사람들은 사과 껍질을 벗기지 않고, (심지어 잘 씻지도 않고 소맷부리에 쓱쓱 문지른 다음 그냥 막!) 베어 먹곤 해요.
하지만 파티에서는 사과 말고도 다른 음식을 먹어야 하니 통으로 하나를 다 먹을 수 없고, 그래서 잘게 잘라서 준비해야죠.
먼저 설탕물을 한 대접 준비합니다.
설탕의 양은 넉넉하게 넣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코팅이 잘 되어서 갈변을 막을 수 있거든요.
사과를 얇게 썬 다음 (명왕성의 풍습에 따라 껍질은 깍지 않았어요)
설탕물에 담궈서 모든 면에 설탕물이 묻도록 한 다음
건져서 담으면 몇 시간이 지난 후에도 갈변하지 않고 싱싱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서 좋아요.
아... 이번에도 사진 용량이 조금 남는군요 ㅎㅎㅎ
그러면 또 책 자랑!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