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님들, 편안한 잠자리에서 새벽을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지금 식구들의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들으면서 오랜만에 소식 전하러 왔어요.
하루하루 평범하게 지나가는 것이 행복이구나 하고 느끼는 요즘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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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큰아이 친구들 몇 명이 집에 잠깐 온다고 하는 거에요.
간식을 사러 갈 시간도 부족하고 해서, 집에 있는 식빵에 구운 햄과 치즈를 넣고
빵 한쪽에는 마요네즈와 버터를 발라 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방에 넣어주었지요.
아이들이 돌아가고나서 방안에 들어가보니, 우유 두팩, 오렌지 한접시, 샌드위치 모두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어요. 미리 얘기를 하고 왔으면 더 잘해줬을텐데. ^^
약간은 흉물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이 것의 정체는 바로 순대꼬치랍니다.ㅎㅎㅎ
마트에서 순대를 사다가 10분 정도 물에 삶아서, 고추장이랑 케찹, 핫소스, 물엿, 다진마늘, 간장 쬐금을
넣은 양념장을 렌지에 5분쯤 돌린다음 순대에 발라주고 통깨를 뿌려주었어요.
순대볶음을 만들기 귀찮아서 만든 거였는데, 뭐든지 잘 먹는 우리집 아이들이 맛있다고 잘 먹더라구요.
고기반찬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도톰하게 썰어달라고 하고
고추장 약간, 고춧가루, 물엿, 간장, 후추가루, 다진마늘, 참기름을 넣어 재웠다가
후라이팬에 지지듯이 구워주었더니 맛있다며 잘 먹었습니다. (사실 맛없다는게 없어요ㅠㅠ)
일요일에는 중학생 둘째를 데리고 이웃동네에 새로생긴 도서관에 자주 간답니다.
소불고기, 돈까스, 햄구이, 멸치볶음, 달걀후라이를 도시락으로 싸가지고요.
저는 어린이 책을 찾아 읽고, 저희집 둘째는 독서와 학원숙제를 하지요.
공부를 열심히 하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으러 휴게실로 갑니다.
둘이 나란히 앉아서 도란도란 도시락을 까먹는 재미가 솔솔하답니다.
(언제까지 엄마랑 도서관에 함께 와줄지... 이녀석도 중2가 되면 터프해지겠지요? ^^)
날이 더웠던 어느 날에는 도토리묵을 사다가, 동치미 냉면육수에 식초랑 설탕, 참기름 조금 넣고
채썬 오이와 양파를 넣고 김가루와 통깨를 뿌려서 시원하게 먹기도 했답니다.
요즘 들어 공부에는 맘이 없고 마음이 붕 떠있는 큰아들이 비빔국수가 먹고 싶다던 날.
미운놈 떡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약식 오꼬노미야끼까지 구워서 한상 차려주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식구들 밥상 차리고, 집안 살림하고, 일도 하는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
얼마 전 늦은 밤에 엄마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어요. 아버지가 헛소리를 하시며 이상하다는 거였어요.
이틀동안 연달아 남편이랑 달려갔었는데, 결국 아버지는 입원을 하게 되셨고 아빠가 입원하신 다음날,
너무 지쳐보이는 엄마 대신 제가 병원에서 하룻밤 자면서 아버지를 돌보겠다고 했지요.
저녁에 일을 마치고 급히 병원으로 가니, 엄마는 미안한 기색으로, 아버지가 피곤하시니까 일찍 주무실 거다.
너도 옆에서 푹 자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아홉시쯤 커텐을 치고 보호자 침대에 몸을 뉘었지요.
그런데!!! 일찍 주무실거라던 우리 아버지는
잠이 안오신다며 새벽까지 눈을 부릅뜨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어흑...
시간 : 새벽 1시 / 장소 : 종합병원 4인 입원실
아빠 : (갑자기 큰 목소리로) 현숙아!!! 솔이가 지금 고1이지?
나 : (소근거리며) 아빠...고1 맞아...근데 조용히 하셔야 돼~ 다들 주무시잖아~
아빠 : (개의치 않으며) 근데 나는 솔이가 육사에 갔으면 좋겠다.
나 : (눈치를 보며 소근거리는 목소리로) 아빠...솔이 육사 못가. 공부 안해~ 얼른 주무셔~
아빠 : (더 큰 목소리로) 나는 육사 가고 싶었는데 키가 작아서 못갔어!!
나 : (한숨을 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빠~~이제 얼른 편안하게 눈 감으세요.
(아버지께 편안히 눈감으시라니...ㅎㅎㅎ 어감이 좀 이상하죠?^^)
밤 사이 아버지는 소변을 두 번 누셨고, 저는 소변통을 두 번 씻었고
새벽 2시부터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하시는 아버지를 겨우겨우 말리다가,
결국 새벽 4시에 아버지를 일으켜 휠체어에 태우고 병원로비에 나와서 졸린 눈으로
함께 야구중계를 봤다는, 아버지와 딸의 힘들고도 웃기면서 약간은 슬픈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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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침대 옆에 있는 보호자 침대에 누웠는데, 아버지의 실내화가 보였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실내화를 한참동안 쳐다보았어요.
뇌졸중을 앓으시는 아버지가 집 안에서 신으시는 하얀 실내화.
비척거리는 아버지의 걸음을 지탱해주는 가장 편한 신발.
병원 입원실에서 본 아버지의 실내화는 너무나 슬펐습니다.
아버지, 새벽까지 잠 안자고 나한테 말걸어도 괜찮으니까 이제 아프지 마세요...
하아.... 괜히 아부지 얘기 써가지고 이 야밤에 청승맞게 울고 있네요. ^^
저희 아버지는 며칠동안 병원에 계시다가 건강하게 퇴원하셨답니다.
괜히 걱정하실까봐 알려드려요~^^
저, 지난 주에 둘째랑 속초여행 다녀왔어요.
일요일쯤 그 소식도 올려볼께요!!! ^^
사랑하는 82님들 모두모두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