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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우리집에 찾아온 폭탄 & 남편의 생일

| 조회수 : 18,925 | 추천수 : 4
작성일 : 2016-10-15 15:51:22

사랑하는 82식구님들, 편안한 주말 보내고 계신가요?

82식구님들이라도 편히 쉬셔요.ㅠㅠ

저는 그제 밤부터 집에 폭탄이 떨어져서 편안하게 쉬지도 못하고 있거든요.


무슨 폭탄이냐고요? 그것은 바로 고추폭탄!이지요. ㅎㅎㅎ

자세히 설명드리자면, 이웃에 사는 친구의 시어머니께서 지방에서 농사를 지으시는데

고추를 두 가마니나 보내주셨대요. 일손이 부족한 시골에서 어르신들이 보내신거니까

뿌리채 뽑힌 고춧대랑 이파리랑 마구 섞인 가마니 두 개가 와서 친구도 당황했나봐요.

미안한 목소리로 고추 좀 줘도 되냐며...놀라지 말라며...쇼핑비닐 대자 사이즈에

꽉꽉 고추를 채워서 도망치듯 주고 갔습니다. (친구야, 고마와~^^)

혹!시나 저처럼 시댁이나 친정이나 이웃에게 고추를 한무더기 받으신 분들께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해서 사진들을 올려봅니다. ^^

--------------------------------------------------------------------

고추꼭지가 시들었길래 우선 꼭지를 깨끗하게 따서 씻어서 가장 만만한 고추장아찌를 만들었어요.

간장1과 1/4컵, 물1컵, 식초3/4컵, 설탕3/4컵, 소주1/2컵을 넣어 끓이지 않고

설탕만 잘 녹여서 고추랑 통에 넣어주면 끝이에요.




빨간고추는 따로 씻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된장찌개 끓을 때 쓰기로 하고,

또 뭘 만들까 고민하다가 고추전을 처음으로 부쳐보았어요.

고추를 반으로 갈라서 씨를 빼고, 비닐봉지에 고추와 밀가루를 넣고 흔든다음,

갈은 돼지고기에 마늘, 양파다진것, 당근다진것, 대파, 소금, 후추를 넣어 반죽해서,

밀가루가 묻은 고추속에 반죽을 넣고, 밀가루와 계란물을 묻혀서 부치면 되더라구요.

고추의 매콤하고 아삭한 식감이 고소한 고기랑 만나서 맛이 꽤 좋았어요.



지글지글 고소한 기름내가 집안에 풍기면서 익어가고



고추전 부치는 김에 네 식구가 먹을 양보다 조금 더 넉넉하게 부쳐서,




식재료 고추를 제공한 친구에게 한 도시락 가져다 주었어요.

친구는 괜히 일거리를 주었다며 미안하다고 했지만 놀면 또 뭐하겠습니까~^^



나머지 고추들은 송송 썰어서 냉동실에도 넣어놓고, 길쭉하게 썰어서 오징어채랑 볶기도 하고

쌈장에 찍어먹을 요량으로 한봉지 남겨놓기도 해서, 이제 갈무리가 좀 되나보다 싶었는데...


"신에게는 아직 지난 주에 정선으로 여행갔을 때 사온 더덕이 남아있사옵니다...." ㅠㅠ

정선 장에서 향이 좋고 값도 싸서 냉큼 한무더기 만원어치 사온 더덕이 절 쳐다보고 있더라구요.

새벽두시까지 재미없는 티브이를 보며 더덕을 까면서

다시는 이런 거 안 사올거야...다짐을 했지만 그 다짐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네요.^^



깨끗이 깐 더덕은 그냥 먹어도 정말 향기가 좋았어요.

고추장, 물엿, 다진마늘, 고추가루, 통깨, 참기름을 넣고 더덕무침을 만들었더니

아이들은 반찬으로 잘 먹고 남편은 막걸리를 사와서 안주로 먹더라구요.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돼지고기 앞다리살에 고추장 양념을 해서 볶아주고,



달큰한 무를 사서 소고기 듬뿍, 파 듬뿍 넣어 무국도 끓이고, 



삼겹살에 고추장, 다진마늘, 후추, 물엿 조금 넣어서 고추장 삼겹살도 굽고,


3단 반찬통에 반찬도 채워 넣으며 바쁘게 먹고 살았네요.



오늘은 평범한 일상과는 조금 다른 날인, 남편의 생일이에요. ^^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는 남편은, 케이크의 촛불을 후 불어 끄면서

"왜 이렇게 초가 많냐~"  하면서 웃었어요.

스물 한살에 만났던 풋풋했던 동갑내기 청년이, 이제 마흔 여섯의 남자가 되었네요.




생일날 무슨 음식을 먹고 싶냐고 했더니, 코다리찜이 먹고싶다고 하네요.

무를 푹 무르게 익히고 코다리도 얼큰하게 졸였더니 맛있다고 잘 먹어서 감사했습니다. 

쌀밥에 소고기미역국, 코다리찜이랑 잡채, 표고버섯전, 더덕무침, 동그랑땡으로

소박하게 생일날 점심상을 차렸어요.

남편의 일이 끝나는 밤 10시에 동네 횟집에서 쓴소주 한잔 부딪칠려구요. ^^



어젯밤, 일은 또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부녀회장님께서 저희집에 청양고추 한포대와 대파 한상자를 주고 가셨어요.ㅠㅠ

감사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저 식재료들을 어찌 처치해야 하나 또 고민이어요.

앙~~~ 저 어젯밤에도 고추 다듬고 파 갈무리하고 새벽 두시에 잤어요...ㅠㅠ


더운 여름에 땀 뻘뻘 흘리며 허리 굽혀가며 지으신 농작물인 것을 알기에

고추 한개도 파 한뿌리도 허투루 버릴 수가 없답니다.

저는 지금 또 어떤 폭탄이 저희 집에 떨어질지 기대도 되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땀이 밴, 고마운 폭탄이자 보고만 있어도 괜히 눈물나는  우리땅 우리 농작물 때문에요.




일단 파의 윗부분은 잘라서 손질해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파의 뿌리 부분은 베란다 화분에 심었어요.



남아있는 대파와 고추들은 어찌하면 좋을까요? ^^


사랑하는 82님들,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2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해리
    '16.10.15 5:26 PM

    인복도 많으시고 일복도 많으신 솔이어머님 ^^
    그만큼 복을 베푸시니 이렇게 돌아오는거겠죠.

    대파는 파무침해서 고기랑 드시면 좋을 것 같고
    대패 삼겹살, 숙주나물과 파채를 듬뿍 볶아 소금후추 간만 해서 먹어도 맛있더라구요. 파가 돼지기름에 익으면서 아주 달큰해져서.
    청양고추는 음.... 일부 얼리시고 일부 장아찌 하시고(할라피뇨 처럼 맛 포인트 되기 좋잖아요)
    그래도 남을테니 베란다에 말려 아예 매운 마른고추를 만드시면 월남고추 대용으로 써도 될것 같고....

    유용할지 모르지만 생각나는대로 적어봅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 솔이엄마
    '16.10.18 10:12 AM

    해리님~~~~♡
    유용한 정보 감사합니다!!!
    저녁에 대파삼겹살 사와서 숙주나물이랑 볶아먹어 봐야겠어요~^^
    역쉬 82에는 고수분들이 계서서 항상 답을 얻는다니까요.^^
    해리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2. 앨봉앨봉
    '16.10.15 6:03 PM - 삭제된댓글

    소소한 솔이엄니글을 좋아라하는 1인입니다. 삼시세끼같은 편안하고 따뜻한 글솜씨때문에 댓글쓰려고 로그인씩이나 했어요. 생일상 맛나보여요. 축하드리구요, 요리솜씨없는 저는 생각나는게 파많이 넣은 육개장정도네요. 고추는 장아찌? 부각? 매워서 안되겠죠.

  • 3. 무스타파
    '16.10.15 6:10 PM

    맛잇는 냄새가 솔솔, 사람사는 온기가 은근 느껴집니다
    저도 작년에 고추 5k 한 상자를 누가 보내주는 사람이 없기에
    직접 사서ㅋ 솔이엄마님과 비슷하게 장아찌 담궛는데요
    한 햇 동안 이모저모 사용할데가 많더라구요
    횟집에서의 쓴 소주~! 좋아요~
    축하드리구요

  • 솔이엄마
    '16.10.18 10:13 AM

    무스타파님~~~~♡
    가까이 사시면 나눠드리고픈 이 마음~^^
    남편이 생일날 밤열시에 일이 모두 끝나서
    간단하게 한잔했답니다.
    축하감사해용~♡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 4. 포미
    '16.10.15 9:32 PM

    고추는 콩가루 묻혀 말려 튀겨먹고,파는 파김치 만드세용.

  • 솔이엄마
    '16.10.18 10:15 AM

    포미님~~~~♡
    고추에 콩가루를 묻혀서 튀겨먹는 조리법도 있었나요? 첨 들어봤어요~^^
    대파로 파김치는 안만들어 봤는데
    한번 시도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 5. 마늘맘
    '16.10.15 11:21 PM

    대파김치는 어떨까요. 부러우면서도 내가 아니어서 다행. 죄송요^^

  • 솔이엄마
    '16.10.18 10:16 AM

    마늘맘님~~~~♡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뇨~~~~ㅋㅋㅋㅋㅋ
    아이고 재밌어요~^^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 6. 부관훼리
    '16.10.16 12:08 AM

    서울살면 분양(?)받으러 가고싶네요.
    꽤 일같아보이는데 정말 일이 넘쳐나시네요. ㅎㅎ
    생일때 뭐먹고싶냐고 물어보시다니 남편분 복받으셨어요. ^^;;

  • 7. ilovemath
    '16.10.16 2:21 AM

    솔이엄마께서 평소에 얼마나 인심좋은 분이셨는지 알겠어요
    베푼만큼 받으신것일 테니까요
    우리 82가족에 10월생이 참 많네요
    남편분 Happy Birthday !

  • 8. 세솔
    '16.10.16 5:37 AM

    요즘 서리 맞기 전 끝물고추 쏟아져 나오는 시기인가 봐요~^^
    저도 어제 졸음 참으며 억지로 두항아리 장아찌 담궜답니다.
    간장 비율이 저랑 똑같으시네요?저는 매발톱님 레시피대로
    하고 있거든요.
    첫사랑과 결혼 하셨군요!^^어린 나이에도 바깥 분이 보석을
    고르는 눈이 있었네요~이런 보기드문 현모양처를 집 안에
    모신 가족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아참!고추는 소금물에 삭히거나 밀가루 묻혀서 쪄 말렸다가
    겨우내 반찬으로 튀겨먹고,그도 귀찮으면 해리님 말씀처럼
    건조하는 방법이 가장 속편하고 저장하기에 좋은 방법이죠!
    파란 고추도 말리면 빨개지면서 홍고추의 매운 맛과는 다른
    독특한 매운 맛이 있답니다.
    거칠게 빻아 콩나물 국 같은데 넣어 먹으면 정말 시원해요~
    제 친정엄마는 꼭 파란고추를 일정량 따로 말려 쓰셧답니다.

  • 9. 꽃게
    '16.10.16 5:44 AM

    폭탄 맞습니다.
    저도 밭에 고추 갈무리해야하는데~~~
    농사지어보낸것 저렇게 버리지 않고 알뜰하게 갈무리해서 먹으면 정말 고마워요.
    저도 밭에 푸성귀들 넘쳐날때 먹을거냐고 물어보고 줍니다.
    그냥 갖다주면 폭탄일수 있는데~~버려버리면 내 노력이 너무 아까워서요.ㅎㅎㅎㅎ

  • 10. 단비
    '16.10.16 9:36 AM - 삭제된댓글

    고추부각,잘라 말리기,소금에 간해서 동치미에 지고추로 또는 멸젓에 무쳐먹기. 가을되면 여러가지 준비에 농사꾼처럼 분주해지네요.

  • 11. 시간여행
    '16.10.17 11:01 AM - 삭제된댓글

    와우~ 음식잘하는 솔이엄마니까 다들 알아서 주나봐요~~ㅋ
    보기만 해도 먹음직 스럽게 잘하셨네요

    남편도 저랑 비슷한 시기에 생일을 맞으셨네요~
    솔이엄마를 선택한 남편분은 행복하실겁니다~

  • 12. 시간여행
    '16.10.17 11:02 AM

    와우~ 음식잘하는 솔이엄마니까 다들 알아서 주나봐요~~ㅋ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게 잘 하셨네요

    남편도 저랑 비슷한 시기에 생일을 맞으셨네요~
    솔이엄마를 선택한 남편분은 행복하실겁니다~

  • 13. uplove1004
    '16.10.17 11:57 AM

    솜씨가 좋으신가봐요~~
    사진만으로도 맛있겠네요~~!

  • 14. forever7
    '16.10.17 3:29 PM

    사진으로만 봐도 군침이 넘어갑니다.
    향이 전해지는 더덕 무침, 달큰한 무가 한가득인 소고기 무국, 윤기나는 고추장 삼겹살, 다 먹어보고 싶네요.
    남편분은 진정 복이 많은 분이시네요. ^^

  • 15. 광년이
    '16.10.17 3:35 PM

    정말 맛있겠다 생각하지만...저 많은 것을 갈무리하고 챙겨 먹고 먹이려면 정말 보통 일이 아니겠죠?
    대단하세요~

  • 16. 오후에
    '16.10.17 4:12 PM

    아~ 고추전!
    저희집은 돼지고기 대신 두부를 넣고 해봐야겠습니다.
    고추장아찌로도 처지 곤란 고추들이 있는데...

  • 17. 아이스홍시
    '16.10.17 6:15 PM

    사람사는것 같이 사시네요.
    부럽습니다~~^^

  • 18. 미모로 애국
    '16.10.17 10:13 PM

    그제는 종일 대추 썰고, 말리고, 청으로 재우고,
    어제는 종일 마늘 말리고, 껍질 벗기고, 썰어서 얼리고,
    오늘은 종일 국물용 멸치 다듬고, 팬에 볶고, 지퍼락에 봉지봉지 담아서 김치냉장고에 채운 저로서는
    솔이엄마님 글에서 어마어마한 동지애를 느낍니다. ^^

  • 19. 주니엄마
    '16.10.17 10:23 PM

    폭탄 맞아요 폭탄
    저도 요새 폭탄떨어진 자리 수습하느라 테니스엘보가 도져서 파스투혼으로 일하는 중이랍니다.
    부지런히 움직인 만큼 겨울양식이 차곡차곡 쌓이는걸 몸소 체험중이라고나 할까요
    고추는 잎이랑 작은거 두번이나 삭혀서 김치 담아먹었고
    대파는 김치를 담았어요 어느 유명한 고깃집 레시피 흉내내서
    설렁설렁 김치담아서 지금 숙성중이랍니다 나중에 돼지목살 구워먹을때 스텐종지에 익혀서 먹을려구요

    대파많으심 김치 추천합니다

  • 20. 분당댁
    '16.10.17 11:57 PM

    고추잔치네요...ㅎㅎ 따뜻한 생일밥상이 참 훈훈하고 좋습니다...

  • 21. 카모마일
    '16.10.18 11:30 AM

    똑같은 음식도 정말 맛깔나게 하시는 것 같아요.
    정말 맛있어 보여요~~~
    그래도 솔이엄마님이 폭탄을 헤치우실 능력이 있으시니 자꾸 일거리가 오는 것 같아요^^

  • 22. 아니카씨
    '16.10.18 1:26 PM

    방금 점심먹고 왔는데, 또 다다다먹고 싶어져요!

  • 23. 백만순이
    '16.10.18 2:33 PM

    인복도 일복도 타고나신 솔이엄마님~^^

  • 24. 고독은 나의 힘
    '16.10.20 9:41 PM

    솔직히 저렇게 누가 푸성귀를 갖다가 안기면...
    그 마음은 고맙지만..
    앞으로 해야할 일거리에..한숨만 나오던데.. 휴..

    지금 여기 비오는데...저기 저 고추전 하나 쏙 입에 넣고 싶어요.

  • 25. 테디베어
    '16.10.21 2:07 PM

    매번 느끼지만 솔이엄마님 너무 부지런하세요^^
    저는 냉장고에 넣어 놓고 사망직전에 부랴부랴 먹고 있는 저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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