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동안 해먹은 것들 3탄을 들고 왔습니다.
요즘 아이들 방학이다 보니 이래저래 게을러져서 또 오랜만에 왔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방학이 아닌때 보다 부엌일도 더 많고, 하루종일 아이들 뒤치닥거리 하느라 오히려 방학동안이 더 바쁘기 마련인데
맘적으로는 왜 게을러졌다는 생각이 들죠?
아침에 늦잠을 잘 수 있어서인가?
하긴, 매일밤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긴장감이 없이 늦게까지 드라마나 인터넷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으니까,
그래서 더 게을러진거 같은 기분이 드나봐요.
그래서 방학이 좋기도 하고...또 삼시세끼 매번 메뉴를 물어대는 아이들 때문에 이 지겨운 방학이 얼른 끝나길 바라기도 하네요.
방학때 다들 뭐해서 먹고 사시나요?
저는 정말이지 너무 듣기 싫은 말이, "엄마, 아침 뭐에요?"
점심 먹으면서 "엄마, 저녁 뭐에요?"
저녁 먹으면서 "엄마, 내일은 뭐 먹어요? anything special?"
아...너무 듣기 싫어요ㅠㅠㅠㅠ
제가 어릴땐요, 정말 주는대로 먹었는데 말이에요.
그렇다고 제가 애들이 해달라는 대로 이것 저것 척척 해주느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닙니다.
자기들 의견과 전혀 상관이 없는, 오로지 엄마 맘대로 차려주는 밥상인데도
왜 그렇게 끊임없이 뭘 먹는지 물어대는지.
그래서 제가, "아직 생각 안해봤어."
이렇게 짧고 무뚝뚝하게 대답을 해주고 나면, 제 딸아이는 그때부터 한시간 간격으로 질문을 합니다.
"엄마, 뭐 먹을지 이제 생각해 봤어요?" "이젠 생각났어요?"
ㅠㅠㅠㅠ
차라리 아침잠을 포기하더라도 얼른 개학을 했으면 좋겠네요.
저희집 아침입니다.
늘 그렇듯, 와플에 스크램블드 에그에 과일..
메이플 시럽을 곁들일 때도 있고, 딸기를 조린 콤포트에 휘핑크림을 올려 먹을때도 있는데
딸아이가 휘핑크림 홀릭이라 이렇게 크림을 올려 먹을때가 더 많은거 같아요.
요즘 저희집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밥상 풍경입니다.
간단하게 부침개 한장 부쳐 놓고 국수 한그릇으로 차린 밥상.
밥상 가운데 까무잡잡한건 냉동실에 있던 구워 놓은 갈비를 오븐에 데운다는게 오버쿡을 해서 저렇게 까무잡잡하게 됐네요.
시원하게 김치말이 국수.
동치미가 기가 막히게 익었길래 배추김치 국물로 간을 좀 더 해서 중면을 삶아 같이 먹었어요.
국수가 무한 흡입이 되는 맛입니다.
국물도 전부 드링킹!
하루는 쌀국수를 했어요.
집에서 만들기는 처음인데, 생각보다 그닥 어렵지 않네요.
사태랑 양지로 육수를 내고 피쉬소스랑 소금,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오향가루를 넣어 맛을 내니까
밖에서 사먹는 딱 그맛이더라구요.
이제부터 사먹지 않고 만들기로 했어요.
이게 밖에서 사먹는것은 조미료 덩어리라는 말을 들어서 국물을 마시기가 좀 꺼려지더라구요.
그런데 집에서 조미료 없이 만드니까 맘 놓고 국물까지 모조리 마셨습니다.
숙주 듬뿍 올리고, 고수에, 할라피뇨, 라임즙까지.
국물을 잔뜩 만들었던 터라 몇날 며칠을 내내 쌀국수 원없이 실컷 먹었네요.
7월 동안 제가 사는 곳에 비가 참 많이도 왔어요.
말짱하던 하늘이 갑자기 시커매지고는 한치 앞이 안보이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지붕이 뚫어지는게 아닐까 걱정이 될만큼 빗줄기가 거세더라구요.
그래도 설마 지붕이 뚫어질 일은 없을테니, 저희는 집안에서 이런 날에 어울리는 뜨끈한 오뎅탕을 만들었습니다.
간단하게 삼각김밥 만들어서 오뎅탕과 함께 또 한끼 해결.
남은 오뎅탕에 국수 삶아 넣어서 또 다른 한끼 해결.
밥이 좀 남아 있길래 김이랑 멸치볶음 넣고 주먹밥 몇개 만들어서 같이 먹었어요.
주말엔 좀 스페셜한걸 원하는 아들녀석 때문에 고기 좀 구워서 반찬도 늘어 놓고 먹었습니다.
갈비 수북히 쌓여 있는거 보이시죠?
저만큼 먹고, 또 더 먹었어요..ㅎㅎ
갈비 구워 먹을때면 안빠지고 만드는 반찬이 바로 무생채에요.
어릴때 한국에서 갈비집을 가면 주는 무생채 맛이 너무 그립다보니 저도 모르게 꼭 만들게 되더라구요.
요건 제가 먹고 싶어서 차린 밥상입니다.
고등어 조림과 강된장에 양배추찜.
그리고 밑반찬들.
여기 82쿡 회원분들 중에 외국에 사시는 분들 많으신데, 다들 공감하실거 같아요.
밑반찬 주르륵 깔아 놓은 밥 먹어보는거.
늘 한가지 요리에 밥이나 빵, 국수로 먹다가 가끔 이런 밥이 너무 먹고 싶어져요.
그래서 아이들은 먹지도 않는 밑반찬을 잔뜩 만들었습니다.
그래봤자 별거 아닌것들 뿐이지만요.
부추랑 오이랑 겆절이처럼 무쳤구요, 멸치랑 호두, 잣이랑 넣고 조금만 볶았어요.
오뎅도 볶고, 제 18번인 무생채도 안빠지고.
무 잔뜩 깔고 통조림 고등어를 조렸어요.
신선한 고등어를 사기 힘든 저희동네에선 통조림으로 만드는게 오히려 더 비린내도 덜나서 좋습니다.
복날엔 장어를 숯불에 구웠어요. 전복도 곁다리로..
장어는 그냥 소금만 뿌려 구워서 초고추장과 장어 양념소스를 따로 내었어요.
입맛대로 찍어 먹으니 좋네요.
장어 먹으면서 성게, 멍게, 해삼까지..
모처럼 제가 좋아하는 해물을 원없이 실컷 먹었어요.
먹고 남은 성게랑, 멍게, 해삼을 다음날 모두 밥에 넣고 야채 듬뿍 썰어 넣어 회덮밥처럼 먹었는데
그것도 엄청 맛있데요?
지금 다시 생각해도 입에 군침이 고입니다.
연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우리식구.
가끔가다 생선코너에서 연어 한마리를 회를 떠옵니다.
한마리 통째로 회를 떠오면 양이 상당해서 우리식구처럼 먹성이 좋은 집도 한 3일은 먹어요.
남편이 초밥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이렇게 각자 알아서 김에 싸먹도록 차리기도 합니다.
유부 넣고 끓인 미소국이 연어회랑 아주 잘 어울려요.
뜨기한 맛을 아주 개운하게 잡아 줍니다.
식빵도 종종 만들어요.
베이킹이라면 잼병이던 제가 이렇게 식빵에 성공하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난 뒤론
우리 식구들이 사먹는 빵을 싫어 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겼버렸네요.
보이시나요? 저 속살이?ㅎㅎ
제가 봐도 신기하네요.
저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이렇게 만든 식빵으로 샌드위치도 만들고, 프렌치 토스트로 만들겠다고 벼르지만
만들자 마자 뜨끈한때 이미 반은 먹어치워 버리느라 샌드위치 만들 빵이 없네요.
그래도 이맛에 집에서 베이킹 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빵냄새 솔솔 풍기고, 따끈한 빵을 그 자리에서 뜯어 먹는 이맛~
제가 좋아하는 짬뽕.
비오는 날, 뜨끈하게 한그릇 너무 간절하게 먹고 싶었는데, 나가려고 준비를 마치는데 때마침 홍수 주의 알람이 오지 뭡니까..
그래서 어쩔수 없이 집에서 만들었다는 슬픈 사연이..
마침 냉장고에 재료들이 있어줘서 다행이었어요.
제가 뭐에 한번 꽂히면 그걸 꼭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서 말이죠..ㅎㅎ
짬뽕만 먹기 아쉬워서 냉동실에 있던 만두도 구워서 곁들였어요.
짬뽕 싫다는 아이들은 컵라면 먹으라고..ㅋㅋ
저만 짬뽕 먹은게 또 맘에 걸려서,
며칠 뒤에 짜장면을 만들었어요.
간짜장 스탈입니다.
돼지고기 안심이 있길래 탕수육도 좀 만들었어요.
저는 원래 부먹을 좋아합니다.
부먹이라기 보단 소스에 한번 볶아서 나온 스탈.
그 탕수육이 진정한 탕수육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먹으려면 튀김이 정말 잘 튀겨져야 하더라구요.
집에서 대충 만든 튀김은 찍먹으로 먹는게 맛있는거 같아요.
후아~
쓰다보니 엄청 길어 졌네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담에 또 4탄 들고 올게요.
그땐 손님초대했던 이야기들과 사진으로 올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