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식구님들, 요 며칠 폭염에 어찌 지내셨나요?
더위에 많이 지치신 건 아닐까 염려가 됩니다.
오랜만에 잠못 이루고 있는데, 창밖으로 비가 쏟아지네요.
뭣이 중한지도 모르고, 세월이 어찌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안달복달하면서 아둥바둥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솔이에미입니다.
정말 오랜만이에요 ㅠㅠ 얼마나 보고싶었다규~~~~ ㅠㅠ
--------------------------------------------------------------
여름엔 채소가 많이 나잖아요. 그래서 채소반찬을 많이 해먹고 있어요.
가지나물도 해먹고, 감자조림도 해먹고, 오이지도 물기 꼭짜서 무쳐먹고요.
그런데 저는 여름이 되면 꼭 해먹고 싶은 요리가 바로 꽈리고추찜이에요.
깨끗이 씻은 꽈리고추에 밀가루를 묻혀서 찜통에 찌고,
간장, 고춧가루, 다진마늘, 통깨, 참기름, 다진파를 섞은 양념장에 살짝 무쳐주시면 되요.
쉽고도 짭쪼름하게 입맛 돌게 하는 반찬이지요.
동네 어르신들이 텃밭을 많이 가꾸셔요. 그래서 가끔씩 현관문 문고리에
상추랑 쑥갓, 치커리랑 호박, 가지 같은 채소들이 검은 봉지에 매달려 있어요. ^^
하나도 안 버리고 열심히 반찬을 만들어서 맛있게 먹고 있답니다.
애호박새우젓찌개는 다들 자주 해드시지요?
호박을 푹 익히지 않고 살캉하게 익히는 것이 요령이라면 요령이에요.
친할머니께서 살아계실때 이 애호박찌개 좋아하셨는데... 아, 보고파요. 할머니...ㅠㅠ
집에 고기 좋아하는 남자녀석이 둘이나 있는지라 고기반찬도 빼놓지 않고 만들었어요.
도톰하게 썬 돼지고기 목살을 사다가 고추장, 고춧가루, 물엿, 후추, 다진마늘 등등을 넣고
매운 고추장돼지불고기를 만들어요. 한 근으로는 택도 없고 한... 세근쯤? ^^
출근하기 전에 흰쌀밥을 지어서 빨갛게 볶은 돼지고기를 얹어서 덮밥을 만들어두어요.
그러면 큰아이가 학원에 가기 전에 한그릇 뚝딱 먹고 가지요.
제가 챙겨두지 않으면 라면을 사먹거나 빵을 먹어서 엄마마음이 참 안좋더라구요.
친정엄마가 감자를 직접 심으셔서 한박스나 되는 양을 주셨어요.
감자전도 부쳐먹고 감자볶음, 감자스프, 감자조림을 해먹어도 안 줄어요.ㅠㅠ
냉동 닭다리 사다놓은 것을 해동시켜서, 감자를 넣고 달콤짭쪼름하게 조렸어요.
밥위에 감자랑 닭다리 서너개를 얹어주니 맛있다고 잘 먹더라구요.
별 거 없는데도 잘 먹어주니 그 또한 고맙고요. ^^
남편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 위해 집근처 횟집에 가끔 갑니다.
소주한잔에 시원한 물회 한젓가락 먹으면 피로가 싹 가시는 듯해요. ^^
여름이 되니까 시원한 것을 자꾸 찾게 되네요.
요즘처럼 막 더워지기 전에는 아이들과 근처 공원으로 야외 수업도 나갔어요.
제가 준비한 건 방울토마토랑 음료수, 매실 한 병, 콜팝 뿐이지만 아이들이 참 좋아하지요.
어느 날은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생님께 반찬 몇가지도 만들어다 드렸어요.
매일매일이 너무 바쁘셔서 식사도 잘 못챙겨 드시거든요.
노각무침, 멸치견과류볶음, 느타리버섯들깨무침 이렇게 만들었어요.
(언젠가는 괴기반찬을 좀 만들어 드려야하는데...^^)
저희집에서 먹는 소박한 반찬인데, 항상 맛있게 잡수어 주시니 그것도 감사하구요.
얼마 전에 친정엄마가 당일로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하길래,
아빠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시라고 하고 아침일찍 친정에 다녀왔어요.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인절미 만원어치를 사가지고 가서,
아버지도 드리고 나도 먹고, 아버지 소변통도 비워드리고, 점심도 차려드리고
청소기로 거실바닥 한번 돌리고, 걸레질 한번 하고 나니까
얼른 일산으로 돌아와야 하는 시간이 되었더라구요.
얼마전에는 일원동으로 이모부 병문안도 다녀왔어요.
어렸을 때 나를 정말 많이 예뻐해주시고, 내 똥기저귀도 갈아주신 이모부이신데,
작년에 수술하시고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한번도 못가뵌 것이 너무 죄송하더라구요.
이모부 뵙고 손도 잡아드리고 다정하게 대화도 나누고 작은 성의라도 보여드리니
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뭣이 중한지 알고 살아야겠다... 생각도 하구요.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도 이모의 성화에 못이겨 병원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어요.
병원밥은 정갈하게 나오기는 하는데, 왠지 맛이 없어요...
식사를 마치고 병원 벤치에 앉아 커피를 한 잔씩 마셨어요.
사진 찍지 말라며 고개를 돌리는 분은 제 셋째 이모고,
새초롬하게 커피를 빨아 드시는 분은 저희 엄마에요. ^^
이모는 몇 년째 수술을 여러 번 하시고 계시는 이모부의 병간호에 애쓰시고,
울엄마는 십 년 이상 뇌졸중을 앓고 계신 아버지 곁에서 수발드느라 고생하시죠.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죠.
그런데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는 힘이 이 자매들한테 있답니다. ^^
병문안 갔다가 오랜만에 만난 이모랑 얘기하면서 정말 많이 웃다 왔어요.
어려운 이 상황에 긍정의 힘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이 자매들은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랑하는 엄마,
사랑하는 이모,
사랑하는 이모부,
그리고
사랑하는 82 식구님들.
모두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ps. 며칠 전에 작은 아이 생일이었어요. 조만간 그 소식 들고 올께용. 기다려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