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여행기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었는데 … 그 새 게으름을 좀 피웠네요 ;;
쏭여사가 시사회 독촉을 하길래 , 그 전에 니스와 바르셀로나 편을 빨리 올려보고자 합니다 .
시사회란 ( 좀 낯부끄럽지만 )… 저희만의 여행 마무리 방식이에요 .
여행에서 찍은 수천 장의 사진 중에 잘 나온 것들을 추려서 슬라이드쇼로 만든 후에
어느 한 집에 모여서 보는거죠 . 함께 밥도 먹고 와인도 한 잔 하면서요 .
그러면 여행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 또 다음 여행에 대한 전의가 불타오릅니다 .
오늘은 , 니스의 두 번째 이야기 .
깐느와 앙티브 , 생폴드방스를 다녀온 후 저녁으로 니스 현지식을 먹은 날이에요 .
이 날은 니스 토박이 가이드 로빈을 만나서 편하게 주변 마을들을 돌아보고, 상세한 설명도 듣고
( 로빈이 프랑스어 가르치는 일을 해서인지 언어와 연관해서 설명해주는 것이 귀에 쏙쏙 들어왔어요 )
현지인들이 주로 많이 간다는 레스토랑까지 추천 받은 , 운 좋은 날이었어요 .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깐느 .
해마다 깐느 영화제가 열린다는 컨벤션 센터는
이 앞에서 유명 배우들이 사진 찍는 그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좀 실망스러웠어요 ;;;
레드카펫이 깔려있긴 있더라구요 .
하지만 당시만 해도 핫 했던 유대위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걸려있었으므로 모든게 용서되지 말입니다 ㅎㅎ
깐느 영화제 참석하는 스타들이 묵는다는 호텔 (Hotel du Cap-Eden-Roc) 도 지나가는 길에 스쳐보고
엘바섬에서 탈출해 앙티브 인근 해안에 도착한 나폴레옹 이야기를 매년 해변에서 재연한다는 설명도 듣고 …
특히 나폴레옹 역을 맡을 키 작은 남성을 선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갑자기 차 안이 웅성웅성 .
가이드 로빈이 왜 그러냐고 물어서 “ 남편들을 이곳에 보내어 외화벌이 시킬 궁리를 하고 있다 ” 고 답해줬어요 .
이렇게 이야기가 삼천포로 새는 사이에 도착한 다음 목적지는 앙티브 .
이곳에서도 오래 머물진 못했는데 … 하필 로빈이 우리를 내려준 곳이 시장이네요 ㅎㅎㅎ
결국 여기서 시간 다 보내다 갔어요 .
일행 중 일부는 벼룩시장에서 목이 휘청거릴 정도로 무게감 있는 앤티크 목걸이를 득템하기도 하고 …
특히 이곳에서는 가장 유명한 현지음식인 ‘ 쏘카 ’ 를 먹어봤어요 .
쏘카 (socca) 는 병아리콩 가루로 만든 얇은 빈대떡 ? 난 (naan)? 혹은 플랫브레드 같은 음식이에요 .
물과 소금만 넣고 만들어서 특별한 맛이 나지 않는 …
이것 하나만으로는 식사가 되지 않으나 웬만한 니스 현지식에는 꼭 빠지지 않고 곁들인다는 그런 음식이래요 .
이에 저희도 시식 !
저 왼쪽 위 사진에 보이는 화덕 같은 데다 구워서 여러 조각으로 자른 후
위에다 원하는 맛의 가루를 뿌려주더라고요 . ( 그래도 아무 맛도 안났 ….)
정말 종류가 많던 각종 과일 절임들 .
낑깡(?) 절인 것을 몇 개 샀는데 … 너무 달아서 머리가 띵 ~~
이곳 과일들은 정말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좋았어요 .
미국에서는 사과나 딸기가 보기엔 예쁘지만 맛은 정말 기대 이하일 때가 많거든요 .
특히 딸기는 한 팩 사들고 차에 탔는데 차가 온통 딸기향으로 진동할 정도로 향이 좋았어요 .
그 다음은 생폴드방스로 고고 ~
해안에 있던 깐느나 앙티브와는 달리 내륙의 언덕 위에 있는 생폴드방스는
투스카니를 연상시키는 마을이라고 설명해 주는데 …
저는 투스카니를 가본 바 없으므로 그냥 그런가보다 했어요 ;;
생폴드방스 ( 현지에선 흔히 ‘ 생폴 ’ 이라고 부름 ) 는 샤갈을 비롯해 유명한 화가들이 많이 거쳐간 마을이라는데
이들이 살아 활동하던 당시에는 가난해서 , 아지트처럼 늘 모이던 레스토랑에서
음식값을 그림으로 대신 지불한 경우가 많았대요 .
그 레스토랑은 여전히 성업 중이며 , 후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상상에 …
작은 성곽 안에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듯한 마을 생폴드방스는
정말이지 골목골목이 사랑스러웠어요 .
골목 사이에서 발견한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 .
짧은 일정이었지만 아쉬운 대로 생폴드방스까지 둘러본 저희 일행은 다시 니스로 돌아왔어요 .
니스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은 뒤 , 저녁시간 전까지 각자 흩어져 보고 싶은 것을 보기로 했어요 .
( 근데 마티스 미술관 앞에서 다 만났다는 …)
일단 올드 타운 안에서 점심을 먹고 …
니스식 피자인 피살라디에르 .
플랫브레드 위에다 캬라멜라이즈드 된 양파와 앤초비를 얹었어요 .
그 옆엔 쏘카 . 그리고 오른쪽은 해산물 피자 .
시장해서였는지 , 아니면 니스 음식이 입에 맞아서였는지 암튼 다 맛있게 먹었어요 .
괜히 시원한 맥주를 곁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낮술을 해서 머리가 띵했던 걸 빼고는 ( 쿨럭 ~)
드디어 해가 지고 …
낮에 가이드 로빈이 알려준 , 니스 현지식 레스토랑을 찾아갔습니다 .
구시가지 안 , 법원건물 뒤쪽의 작은 골목에 숨어 있는 곳이었어요 .
주방이 한 가운데 개방형으로 되어 있어서 요리하는 것도 다 보이고
안에는 오히려 자리가 있었는데 야외 테이블은 꽉 찼네요 .
근데 이놈의 저질 기억력이란 … 추천 메뉴도 많이 알려줬는데 다 생각이 안났 ㅠㅠ
일단 , 메뉴판을 붙잡고 … 학창시절 시험 볼 때 , 모르는 문제 찍기 하듯이
꺼져가는 불씨 같은 기억력을 살리고 살려서 , 어디서 들어본 듯한 메뉴 위주로 주문했어요 .
아마 절반은 성공한 것 같아요 . 흐흐
daube 라는 프로방스식 스튜 , 오른쪽은 크림소스와 daube 소스의 두 가지 뇨끼 ( 먹다보니 느끼 … 히힛 )
맨 오른쪽 사진이 니스 전통식 모듬요리 .
작은 피살라디에르 조각도 보이고 , 채소에 여러 가지 소를 채워 구운 레 팍시 니스와도 보입니다 .
이곳에서의 식사도 모두 대만족 . 가격도 착했어요 .
다만 , 너무 배가 불러서 로빈이 추천해준 유명한 현지식 디저트인
뚜르뜨 드 블레뜨를 주문해 먹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
어떻게 생긴 것인지 궁금해서 구글에서 찾아봄 .
Swiss chard( 근대 ?) 와 치즈로 속을 채운 달콤한 파이 같은 것이라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근대와 치즈 , 달콤함의 조합이 좀처럼 상상되지 않더라는 …
( 먹어볼 걸 잘못했어 !)
즐겁게 저녁식사를 마친 저희는 ,
타짜의 잃어버린 핸드폰을 돌려받기 위해 ( 줌인줌아웃 참고 ) 길바닥에서 무료하게 기다리다가
마침 옆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보고 눈이 번쩍 !
밤이 되어 낮아진 기온에 덜덜 떨면서도
아이스크림까지 잘도 먹고 분실했던 타짜의 핸드폰도 돌려받고
호텔로 돌아갔다는 이야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