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여행에서 돌아온 지 이제 열흘 가까이 되어 가네요 .
여행 후 어제 처음 우리 일행이 한 자리에 모였어요 .
무리해서 돌아 다니느라 손상된 도가니 (?) 를 보강해야 한다며 ,
밥을 사겠다는 어느 갸륵한 언니의 제안에 따라 도가니탕 집에서 모였 …( 쿨럭 )
밥먹고는 다음 2 년간의 계를 논의하기 위해 또 다른 언니가 커피까지 사고 …
유럽하고 불과 6 시간인 시차를 극복하지 못하여
새벽마다 깨어 카톡을 주고받던 우리들이지만 , 직접 만나 얼굴 보니 더더더 반갑더군요 .
11 박 12 일 동안 24 시간 붙어서 얼굴을 보던 사이라 그런지 잠시 못보니 엄청 허전했어요 .
암튼 … 이야기는 다시 프랑스로 건너가서
파리 일정 후 저희는 기차를 타고 리옹으로 이동했습니다 .
리옹행 TGV 에서 어느 현지인 일행이 저희 8 명의 자리를 차지하고 내어주지 않아서
승무원까지 동원하여 항의하였으나 꿈쩍도 안하고
( 미국서 제복 입은 사람 말엔 무조건 따르는 습관이 들여진 저희로서는 좀 놀랐어요 )
결국 저희가 1 등석으로 옮겨지는 전화위복을 겪은 후 리옹에 도착했어요 .
호텔 체크인 후 곧장 리옹의 중심가라는 벨쿠르 광장으로 고고 ~
토요일이라 그런지 , 원래 이 도시가 그런건지 젊은이들이 무척 많고 활기찬 느낌을 받았어요 .
무슨 행사인지는 모르겠으나 재미있어 보이던 …
제목에 “ 굶고 다닌 이야기 ” 라 썼지만 … 사실은 이분들이 절대 굶고 다닐 분들이 아니에요 .
다만 , 제 시간에 식사를 못했단 얘기죠 .
아침을 7 시쯤 먹고는 점심은 오후 3-4 시 , 저녁은 밤 9 시 , 이런 식이었으니까요 .
회계 정산해보니 식비를 상당히 지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배고팠었다는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네요 ㅜㅜ
리옹에 도착한 이 날도 어쩌다 보니 점심도 못 먹고 3 시가 훌쩍 넘었어요 .
그래서 벨쿠르 광장에서 구시가 쪽으로 손강 다리를 건너자마자 나온 어느 카페로 들어갔어요 .
사실 , 저희는 젤 먼저 눈에 띈 곳이라 생각 없이 들어간 곳인데 예상 외로 괜찮았어요 .
온통 보라빛인 메뉴판이 좀 읽기 힘들었다는 것 빼고는 괜찮았던 곳 . Café de la Ficelle.
( 차양도 보라 , 메뉴판도 보라였던 예쁜 카페 )
늘 그렇듯이 크레이프 귀신 신실장님은 과일이 들어간 크레이프를 …
또 다른 분들은 짭짤한 크레이프
이건 제가 주문한 모듬 햄과 pâté
어느 두 분이 Croque-monsieur 와 Croque-madame 을 주문한 덕에
무슈와 마담의 차이가 무엇이냐 … 아 , 계란이 있고 없고의 차이구나 …
그 와중에 보건업에 종사하는 어떤 언니의 ‘ 요즘 정상 아닌 무슈도 많다 …’ 이런 궤변까지 등장 ( 더욱 부끄 …)
뭐 이런 격론을 벌이다가 서둘러 푸르비에르 언덕 위의 성당 올라가야 한다며 일단락 .
사실 , 저희 일행 중 몇몇은 이번 여행 오면서 한국에 계신 시어머니들께 성지순례 간다고 뻥치고 왔거든요 ;;;
근데 , 이 말이 거짓이 아닌게 가는 곳마다 대성당이 나와서 거의 절반은 성지순례 분위기가 됐어요 .
별 기대 없이 갔으나 , 그 웅장함과 세련됨에 놀란
푸르비에르 언덕의 노트르담 대성당 (Basilique Notre Dame de Fourvière).
저희 일행 중 사진 찍는 언니들이 그러더라구요
“ 이 성당은 빈틈이 없다 ”
저희의 행운은 이곳에서도 이어져서 , 비수기에는 수요일 & 일요일 한 차례씩만
선착순으로 가능하다는 생미셸 테라스 ( 성당 지붕 꼭대기에 미카엘 대천사 동상이 있는 부분 ) 를
저희 8 명만 올라가 볼 수 있었어요 . 저희가 간 날은 토요일이었거든요 .
덕분에 쉽게 볼 수 없는 성당 돔천장의 뒷면도 보고
천사들이 늘어선 회랑을 지나 종탑도 코앞에서 보고
그러나 고소공포증 있는 사람에겐 권하고 싶지 않은 후덜덜한 높이와 아슬아슬한 난간 …
리옹의 상징 중 하나인 미카엘 대천사상을 코앞에서 영접하는 순간 !
우리에게 프라이빗 투어를 제공해 준 종탑지기 아저씨와 순박한 청년 다니엘
두 사람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 벅찬 가슴을 안고 다시 구시가지로 내려가는 길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리옹 구시가지 (Vieux Lyon)
해 저문 손강
8 시가 훨씬 지난 시간 . 이제 저녁을 먹어야겠죠 ?
미식의 도시 리옹하면 꼭 언급되는 게 부숑 (Bouchon) 이란 건데 …
이게 어느 특정한 요리군을 묶어서 이렇게 부르는 건지 ,
아니면 그런 요리를 파는 식당을 가리키는 말인지는 아직도 알쏭달쏭해요 .
암튼 리옹엔 이른바 ‘ 부숑거리 ’ 가 있더군요 .
하나같이 간판에 “Bouchon Lyonnais” 라고 써 있는 식당들이 셀 수 없이 많았어요 .
TV 와 블로그를 통해 온 세상 정보를 훤히 꿰차고 계신 분 ,
신실장님 ( 이 분이 왜 신실장인지는 언젠가 꼭 설명 드리기로 ) 의 사전 조사를 통해
원래 저희가 가려 했던 곳은 Le Comptoir du Boeuf 라는 곳이었으나 ...
역시 유명하다고 소문난 집은 자리가 없네요 ㅠㅠ 예약을 했어야 하나봐요 .
그래서 결국 8 명 자리를 마련해 준 Le Palais Saint Jean 라는 곳으로 .
일단 어디서 많이 들어본 리옹식 샐러드 (Lyonnaise salade) 를 주문하고 …
( 맛있기는 하나 수란이 첨가된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점을 느끼지 못했던 리옹식 샐러드 )
회계의 농간으로 제일 저렴한 와인도 주문하고 …( 히힛 )
리옹의 특별한 음식은 아니나 , 프랑스 와서 달팽이 한 번 못먹어봐서 되겠냐는 언니들의 성화에
회계가 울며 주문한 달팽이 전체요리 ㅠㅠ
그 다음은 송아지 뇌 , 돼지 발 등등의 엽기충만한 재료들을 사용한 각종 요리들 @.@
가리는 것 없고 , 못 먹는 것이 없는 저희 일행들이라 간단히 해치웠 …
그러나 큰 감동은 없었다는 것이 총평입니다 .
그 유명하다는 리옹식 부숑이 이럴 리 없다며 , 아무래도 식당을 잘못 선택한 것 같다는 결론 .
아니면 불어에 까막눈인 저희들이 주문을 잘못했을 수도 …;;
암튼 , 배부르자 급 너그러워진 언니들은 뚱가뚱가 리옹 먹자골목을 나선 뒤
골목 어귀에 있는 아이스크림 집에서 입가심까지 하고 호텔로 돌아갔다는 이야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