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명절은 좀 특별하게 보냈습니다.
설날이 한참 지난 지난 토요일
남편이 근무하는 학교에 다니는 한국 유학생들을 초대해
떡국과 명절음식 두어가지를 간단히 차려서 대접했어요
멀리 타국으로 엄마품을 떠나 공부하러 온
아직 십대인 학생들
캠퍼스에서 오며가며 만나면 반갑게 인사도 하고
저희 아이와도 놀아주곤 하는 녀석들이라서요
안그랬으면 저도 그냥저냥 대충 지나갔을텐데
이 참에 떡국도 끌이고 명절음식도 먹고 할 요량으로 겸사겸사 일을 벌렸습니다.
날을 잡고 공지를 하고
떡국먹으로 올사람을 미리 신청을 하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열명이 온다고 신청을 해놓고 실제론 열여섯놈이 나타났습니다.
이번 상차림의 컨셉은때가 때이니 만큼 명절음식 집밥이었죠
집을 떠나 타국에 있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얼마나 집밥이 그릴울까.. 생각하며 메뉴를 짜봤어요.
십대 학생들이니만큼 떡볶이나 김밥같이 좀더 고객맞춤형 메뉴로 구성을 해볼까 생각도했지만
떡국이라는 기본 컨셉에 충실하기로 결정!!
먼저 메뉴를 정하고.. 82에서 배운대로 어떤 그릇에 어떻게 담을지도 쭉 적어봅니다.
메뉴도 미리 해놓을수 있는것 서빙 직전에 해야할것
간장양념베이스 고춧가루 양념 베이스 등등이 골고루 섞이게 구성!!
82생활 10년이 되어가니 이제 뭐 이런것들은 식은죽 먹기^^
먼저 명절에 빠질수 없는 잡채
해물전과 김치전
전과 잡채는 완판될것을 고려해 미리 한접시 씩을 더 만들어 두었다가 접시가 비자마자 교체!!
겉절이도 팍팍 무쳤고요
그런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김치를 많이 안먹더라구요 ㅠㅠ
뭔가 상큼한 맛이 필요할것 같아 오징어 초무침도
샐러드 아니고 사라다
드레싱뿌리면 샐러드고 마요네즈 뿌리면 사라다라는 제 개그를 아이들이 이해를 못하더라구요..ㅠㅠ
'집밥' 스러운 느낌 팍팍 나라고 콩나물 무침과 무김치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망의 떡국
떡국은 미리 얼려놓았던 사골국물에 쇠고기 국거리 삶은 육수를 섞었는데
별다른 양념이 필요없었어요.. 육수 자체로 맛있었어요..
떡국에 얹은 저 고명 보이세요?
떡국 열 여섯그릇을 서빙하느라 제가 손이 부족해서..
'떡국 고명 얹는것 해본사람?" 하고 도움을 요청했어요 (당연히 여학생이 나올줄 알고요)
그런데 의외로 남학생 한명이 본인이 할줄 안다고 하더니
떡국 고명을 야무지게 솜씨있게 올리더라구요..
언제 해봤냐고 물어봤더니 명절때마다 엄마 도와드렸다면서
그 바쁜 가운데 아드님 야무지게 키우신 그 어머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전체 상차림 샷
'남의 집' 자식들을 데려다가 밥을 먹여보니
제 눈에 보여지는 모습들도 제 각각이던걸요
맛있는거 해주셔서 고맙다고 잘먹었다고..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하던 아이, 뭐 도와드릴것 없냐고.. 설겆이라도 하겠다고.. 하는 아이들부터..
(인사도 없이) 슬그머니 들어와서 밥만 먹고.. 또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슬그머니 도망가던 놈들까지..
그래도 아이들이 잡채도 전도 싹싹 다 먹고 가서.. 기분이 아주~ 좋았답니다.
그리고 이번 상차림을 준비하며 제 스스로 '나도 많이 늘었구나~' 느낀게..
며칠전부터 서서히 미리 준비해 놓을 일들부터 그 즉석해서 차려내야 하는 음식들까지 시간배분을 해가며 골고루 준비하니
그렇게 크게 힘들다는 느낌 없이 아이들 16명 어른까지 거의 20여명의 식사를 준비할수 있었습니다.
82생활 10년에 이 정도면 괜찮쥬?
누군가는 이렇게 '베풀어 줘서' 고맙다 고도 하시지만
이참에 저도 외국에서 명절 분위기도 내고...
좋은 추억도 남기고
정신건강에 도움도 되고 ('역시 난 괜찮은 사람이야' 하며)
누이좋고 매부좋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이런거 아니겠어요?
이상 고독이네 명절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