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키톡 짤림 방지용으로
백주부 순두부 양념장으로 만든 순두부입니다.
제가 원래 순두부찌게를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직접 만들면 맛이 없어서 그랬는지
근데 이 레시피대로 하니 집에서도 큰 부재료 없이 맛이 괜찮았습니다.
다만 원 레시피에는 진간장만 나와있었는데
진간장 양을 줄이고 국간장을 넣었더니 더 맛있었습니다. 참고하세요
아주 많이 뒷북이지만
잠시 작년 겨울로 되돌아 가자면
크리스마스 방학을 시댁에서 보내기로 했는데
시댁까지는 장장 차로 14시간이 걸리는 거리
비행기를 타고 가거나 꼼짝없이 중간에 1박을 하며 내려가야 하는 거리였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소년공원님댁이 중간에 1박을 한다면 딱 좋을 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이래 저래 연락이 닿고..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 지나는 길에 들러 밥이나 한끼 먹으며 인사를 드리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선뜻 '우리집에 와서 주무시고 가세요' 라는 소리를 듣고 나니
한편으로 잘됐다.. 싶으면서도 과연 그래도 될까? 초면에 너무 큰 실례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더 컸지만
그-래-도
82회원이기에
얼굴한번 본적이 없지만 오랜시간 82를 통해 서로의 사는 모습,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등에 대한 어렴풋한 짐작이 있었기에
왠지 82라는 이름으로 그래도 될것 같은 생각이 들어
저도 흔쾌히
그것도 남편과 아이까지 데리고 가서 초면부터 소년공원님 댁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는 만행을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소년공원님은
정!말!로!
명왕성에 살고 계시더군요.
그런만큼 오고 가는길에 경치도 숨죽이게 좋았습니다.
첫 만남의 어색함도 잠시
곧바로 명왕성엔이야기 꽃이 활짝 피어났습니다.
소년공원님은.. 음.. 제가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어요^^
그동안 게시판을 통해 짐작하고 상상했던 모습은
뭔가 재기 발랄하고 똑부러진 오락부장 같은 모습이었는데
제가 그날 만나뵌 소년공원님은 (아마 손님 접대로 계속 분주하셔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뭔가 조용한 실력자느낌?
덕선엄마 이일화의 참함 라미란의 카리스마 가 합쳐진 느낌?
소년공원님의 남편분은... 오리지날보다 더 재미있던 2탄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음악이면 음악, 스포츠면 스포츠.. 공통화제를 끈임없이 발견해서 피곤한줄도 모르고 이야기가 계속 오고갔었어요
함께 들국화 LP 들으며 '행진 하는거야~' 하고 노래했던 그 밤을 잊지 못할거에요
남편분의 취미활동이신 온갖 신기한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소년공원님 남편분과 제 남편이 신기하게도
공부한 것도 비슷하고 현재 하는 일도 비슷하고 좋아하는 운동도 비슷하고
거기에다가 82홀릭 와이프를 두었다는 사실까지 신기하게도 닮았더라구요
무엇보다
벽에 못 하나 박아 달라고 부탁하면 한달이 걸리고
뭐 하나 고쳐달라고 하면 고치기는 커녕 더 부수고 마는 저희 남편과는 달리
소년공원님 남편분은
마당에 아이들 트리하우스도 뚝딱! 와이프를 위해 지하에 사우나도 직접 설치!
각종 기계들도 그냥 얼리 어답터 수준을 넘어 왠만한 기계같은 것은 더 편하게 개조까지해서 쓰는 마술의 손을 가지셨더라구요
저녁으로 샤브샤브를 근사하게 대접받았는데
아침까지 미역국 정식을 준비해주셨어요
반찬 하나하나까지 미리 준비해두신 정성을 눈치챌수 있었습니다.
이미 보셨지만
이건 제가 찍은 명왕성에서 대접받은 샤브샤브 정식 사진입니다.
조기 고기로 만든 리본하고.. 별모양 표고버섯 보이십니까??!!
미역국과 나물 반찬으로 아침까지 든든히 챙겨주시고
코난군이 쓰던 장난감까지 물려주시고
저희는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소년공원님 댁 다녀온 이후로 이래저래 생각이 많았답니다.
그냥 고마웠다 는 말로는 다 설명하기 부족했거든요
나였다면 그렇게 선뜻 식사부터 잠자리까지 손님대접을 할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서 부터
다시 만난다는 기약도 없는 사람들인데
되돌려 받을수 없을지도 모르는 호의를 굳이
그렇게 정성을 쏟아 대접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이었을까를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실행하신 그 분들이 얼마나 대인배?들이신지를
두고두고 되새겨 보았어요
그리고
저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사심없이 호의를 베풀어야 할 때가 온다면
주저없이
기꺼이 그!러!리!라! 하고 결심하였습니다.
그렇게 저에게 2015년은
82쿡과 함께 특별하게 의미있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소년공원! 투핸즈! 보고있나?(요)
다음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