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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콩비지찌개

| 조회수 : 13,837 | 추천수 : 8
작성일 : 2015-09-22 18:00:15

 

이제 가을속으로 점점 더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 듭니다.

매년 허덕이던 밤수확도 올해는 날씨의 도움으로 조금 편안하게?

수확량은 적게 하지만 일은 비교적 편안하게 마무리 되어 가는 중입니다.

 

며칠 전에는 아내가 찌꺼기 콩자루를 차에서 내려 놓으며

햇콩이 나올때까지 닭들 먹일 콩은 준비해 두었으니까

이걸 골라서 콩비지를 해먹여야겠다는 말씀을~

 

뭐~  요즘 남자들의 기본자세가

마님의 한마디에 눈치껏 요령껏 잽싸게 움직여야 밥얻어 먹는 것이니

후다닥 마당에 신문지 깔아놓고 골라서 공손히 올려 드리니

금새 뚝딱~ 저녁밥상에 콩비지찌개가 올라왔습니다.

 

ㅋ~  정말이지 하해와 같이 넓고 깊은 마님의 저 마음 씀씀이~

격한 감동으로 쏘주한병 곁들여 맛나게 먹기는 했는데......

 

밥숟가락 놓기가 무섭게 하시는 말씀이

'아~ 최상품의 밤들이 농장 저 꼭대기 쪽에 잔뜩 떨어졌는데 그거 말라서 못쓰게 되겠다~'

라고 하심은 당장 달려가 밤을 주우라는 격하게 심금을 울리는 속뜻이랄까~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마빡에 랜턴두르고 짚차끌고 농장에 올라가 한참을 줍다가 내려오는데

귀촌하신 동네양반의 한마디~  

'귀신나오면 어쩔려구 그래~~~'

 

'어쩌긴요.  일단 주민등록등본 떼어 오라고 해서

저보다 전입일자가 빠르면 어쩔수없이 델구 살겠지만

전입일이 늦으면 넌 대항력이 없으니 딴데로 이사가라고 해야죠~

지금 멧돼지에 고라니도 벅찬데 귀신이 어딜......'

 

 

그렇게 밤늦게까지 밤수확을 하고나니

다음날은 쬐끔 시간여유가 생겼습니다.

 

할일없는 마님이 숯불을 피워 고등어를 구웠는데

오마나~  소주가 술술 거리며 넘어가는데

죄다 식도에 들러붙어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거의 없는듯한 느낌~

 

 

 

시간에 쫒겨가며 밤수확을 하다보니

매일 닭들 풀을 베어다가 썰어주는 시간도 너무 아깝습니다.

 

그래서 짜낸 마님표 잔머리~

올봄에 입추한 병아리들을 닭장과 작업장사이에 울타리를 치고

-그래야 콩밭 배추밭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으니-

마당에 지천인 질경이를 먹게 하면 3-5일쯤은 시간을 아낄수 있을 거라는......

 

하여간 그노무 잔머리는 둔감무식의 저로서는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맨날 뒷통수 맞는...... ㅠㅠ

 

 

어제는 밤수확을 마치고 달구들 밥주고

수확한 밤을 출하하러 짚차에 싣고 내려오는데

아랫쪽 표고재배장에 허여멀겋게 잘생긴 놈들이 보입니다.

 

ㅋ~  벌써 표고......

 

정신없이 지내는 동안에 벌써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세등분해서 아랫집 그 옆집이랑 나누고

1/3은 채반에 말리고......

 

오늘 농장에 올라가 밤나무들을 살펴보니

아~  이제 표고가 나올 시기가 되었구나 싶습니다.

밤송이들도 거의 떨어져 가고 밤수확 마무리단계에 들어가는 시점~

 

얼마 않되는 밤자루를 짚차에 싣고 내려오다가

오늘은 윗쪽의 표고재배장에 들렀더니

ㅋ~  요놈들이 언제 이렇게 소리소문없이 이쁘게 피었는지~~~

 

일단 옆집 앞집 조금씩 나눠드리고

택배로 장인장모님께 진상하고

조금 썰어서 된장찌개에 시방 또 술술 넘어가는 중입니다. ^ ^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월이
    '15.9.22 6:59 PM

    아아 글 너무 재미있어요. 대항력~~ㅋㅋ
    숯불 고등어 침넘어 갑니다.~~
    부지런하시고 유머감각또한 있으시니
    마나님이 얼마나 이뻐하실까요.^^

  • 게으른농부
    '15.9.23 9:41 PM

    마나님이 얼마나 이뻐하시면 한밤중에 알밤을 주우러 산속으로......
    귀신하고 눈맞으라고 하는 것도 아닌것도 아닌 것 같고......ㅠㅠ

  • 2. 골무
    '15.9.22 9:47 PM - 삭제된댓글

    밤도 수확하시나봐요
    마트가면 아직 햇밤은 안나왔던데
    혹시 직거래가능한가요?
    번호 남겨주시면 전화드려도 될까요?
    포슬포슬 햇밤이 그립네요

  • 게으른농부
    '15.9.23 9:47 PM

    저희는 원래 밤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약품처리를 하지 않으면 육식을 겸하시게 되거든요. ㅠㅠ

    제 주인님의 전화번호는 010-7753-1617 인데
    문자주시면 판매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보내드릴지도 몰라요.

  • 3. 수늬
    '15.9.22 10:24 PM

    맛난 안주가 그득하네요~
    닭들과 표고가 귀엽습니다~^^
    포스팅 늘 감사히 잘 봅니다.

  • 게으른농부
    '15.9.23 9:49 PM

    탱자 가라사대~ 를 희망하며 시작한 농사일인데
    시간이 갈수록 고자~ 야~ 돈만 있으면 뭐하냐~ 싶은 생각이 깊이 각인이 돼요. ㅠㅠ

  • 4. 프레디맘
    '15.9.22 11:56 PM

    아 너무 바쁘시다 ㅋ 닭 풀어놓으시면 잡초 싸악 먹고 닭ㄸ비료주고 참 좋답니다, 양치기 개를 한마리 구하시면 그렇게 닭 관리를 잘한다 그러네요ㅅ.ㅅ 어제 전 5에이커 되는 친척 집에 놀러가서 뽕잎이랑 레몬, 오렌지 등만 살짝 따왔는 데도 힘들더라구요, 높이 달린 걸 따려니 발끝으로 서서 쭉쭉 펴야지 여자 셋이서 한박스 겨우 했네요

  • 게으른농부
    '15.9.23 9:56 PM

    5에이커면 저희 농장과 비슷한 규모군요. 양치기 개나 닭치기 개는 절대 않됩니다.
    웬지 다 아시잖아요. 양치기의 개 경북도지사되서 하는 꼬라지......
    제가 닭치기인데 그나마 양치기의 개~ 일런지도 모르겠어요. ^ ^

  • 5. 핀란드미이
    '15.9.23 4:39 AM

    와... 표고가 저리 피는군요, 농부님 대단하셔요.

  • 게으른농부
    '15.9.23 9:59 PM

    제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저절로 자라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것들을 더빨리 더크게 자라게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대단하죠. ^ ^

    저는 그저 기다리기만 하는 멍청한 촌부일 뿐입니다. ^ ^

  • 6. 열무김치
    '15.9.23 5:56 AM

    할일 없는 마님이 숯불을 ㅋㅋㅋㅋㅋㅋ
    잔머리도 아이큐에 포함 됩니다. 고로 저희들이 아이큐가 더 높습니다.

    (우리집 냥반도 삼식이여요 크허~~~~)


    한국 농부님께는 표고가 피니 가을이군요.
    사시삼철 맑은 이곳은 요새 구름이 살짝씩 낍니다, 그러면 가을이요 ^^ 아직 낮 기온 32도요.

  • 게으른농부
    '15.9.23 10:02 PM

    헉~ 여기에 제 적군이......
    그래도 ...... 그런 삼식이라 하더라도 몽둥이로 두들겨 패지는 마세요~ ㅠㅠ
    낮기온 32도에 연병장에서 모래사장에서 굴러다니던 시절을 생각하면
    마님의 질낮은 처방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거든요. ㅠㅠ

  • 7. 겨울나무
    '15.9.23 6:49 AM

    글 참 잘쓰시네요
    이런 소소한 에피소드를 엮어 수필로 출간하셔도 될듯 합니다
    사진까지 곁들여서요

  • 게으른농부
    '15.9.23 10:04 PM

    콩사탕이 싫어요~ 라고 외쳤다는 어느 반공소년의 이야기가 아니면
    최근에는 출판사에서 아마 돈 않된다고 단칼에 거절할 것으로 압니다. ^ ^

  • 8. 솔이엄마
    '15.9.23 6:45 PM

    아~~ 콩비지찌개, 표고된장찌개, 고등어숯불구이 ㅠㅠ 침넘어가서 사진을 더이상 못보겠어요!!!
    닭에게 질경이 뜯어먹게 하신 거 정말 좋은 아이디어시네요!!! 아내분 너무 멋져요!!!
    저도 얼른 집에 들어가서 비지찌개 해먹어야겠어요.
    앙~ 언제 콩 불려서 삶아서 갈아서 김치볶아서 갈은 콩물 넣고 새우젓 넣어 간맞추고 끓여 먹을까요ㅠㅠ
    배고파요!!!!! 책임지세요!!!!!

  • 게으른농부
    '15.9.23 10:12 PM

    당장 콩비지찌개보다 가용한 흙이 있는 곳에 질경이씨앗 뿌려두세요.
    와따~ 입니다. 왜 와따~ 인지 아시죠?
    천연 오메가3지방산......

    닭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일때 질경이밭에 풀어 놓으면 금새 활력을 되찾습니다.
    질경이, 명아주, 쇠비름, 쑥, 환삼덩굴, 도깨비풀......
    잡초가 인류를 지탱해 온 근원일런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마당에 잔디심는 분들보러 그럽니다.
    너미쳤니~ 마당에 질경이 씨앗 몇알갱이 뿌려보라고...... ^ ^

  • 9. 푸른강
    '15.9.24 1:14 PM - 삭제된댓글

    농사 실력만 느시는게 마님 공경하는 마음과 글솜씨도 느신것 같아요.ㅎㅎㅎㅎㅎㅎ(죄송)

  • 10. 푸른강
    '15.9.24 1:14 PM - 삭제된댓글

    농사 실력만 느시는게 아니라 마눌님 공경하는 마음과 글솜씨도 팍팍 느신것 같아요.ㅎㅎㅎㅎㅎㅎ(죄송)

  • 게으른농부
    '15.9.24 8:17 PM

    그게 아마도 나이가 먹어가면서
    나이 어린 마누라한테 쥐어살기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 11. 여우
    '15.9.24 6:39 PM - 삭제된댓글

    부지런^^한 농부님~~ 존경합니다~~^^
    에구 농부님~~ 어쩌시려고 마님 전화번호를
    전세계에 알리시는지요~~
    지금쯤 문자 메세지로 핸폰이 난리?? 안났어요~~^^

  • 12. 여우
    '15.9.24 6:40 PM - 삭제된댓글

    부지런한 농부님~~ 존경합니다~~^^
    에구 농부님~~ 어쩌시려고 마님 전화번호를
    전세계에 알리시는지요~~
    지금쯤 문자 메세지로 핸폰이 난리?? 안났어요

  • 13. 여우
    '15.9.24 6:40 PM

    부지런한 농부님~~ 존경합니다~~^^
    에구 농부님~~ 어쩌시려고 마님 전화번호를
    전세계에 알리시는지요~~
    지금쯤 문자 메세지로 핸폰이 난리?? 안났어요?

  • 게으른농부
    '15.9.24 8:20 PM

    에휴~ 여기가 어딥니까? 82쿡이잖아요.
    비록 온라인상이지만 좋은 분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여기에 들어오면 절제된 삶을 배울 수 있어 참 좋습니다.
    마누라 휴대폰은 개점휴업상태입니다. ^ ^

  • 14. 시간여행
    '15.9.27 11:53 PM

    농부님~갈수록 글이 재미있어지네요~ㅋㅋ
    비지찌개 맛나보이고 닭들도 건강해 보이고
    마나나님과 알콩달콩 보기 좋아요^^

  • 게으른농부
    '15.10.19 1:40 AM

    ㅎㅎ 감사합니다. ^ ^

  • 15. 부관훼리
    '15.9.28 10:47 PM

    작업할때는 힘들어도 때면 때마다 수확의 즐거움도 재미있겠어요.
    저 생버섯, 찌게에넣고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꼬...
    병아리들이 많이 컷네요. ^^

  • 게으른농부
    '15.10.19 1:40 AM

    맞아요. 수확의 즐거움 때문에 무언가 또 다시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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