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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오로지 족발~

| 조회수 : 11,170 | 추천수 : 6
작성일 : 2015-08-27 16:15:04

더워도 참 너무 더웠습니다.

매일매일 허구헌날 땀으로 목욕하는 날들의 연속~



너무 힘들어 않되겠다~  고기좀 먹어보자~ 라고 외쳐대봐야

기껏 밥상에 올라온 것이 주꾸미볶음~




내년에 새로 닭장을 지으면 방목장으로 사용하려고 풀을 키우는 곳에

정신 낫자루빠진 어떤 여편네가 이것저것 심어 두었는데

ㅎ~ 거참 신통방통입니다.

그 풀숲에서 자란 방울토마토를 따먹었더만 무쟈게 맛있네요.


윗사진의 노각무침도 이 텃밭인지 풀밭에서 나온거라는 거~




8월초에는 3천평정도 예초기로 풀을 베느라 혼났었는데

그 정신낫자루빠진 여편네의 발상이 하도 기특하기에

지친 몸을 이끌고 재롱한번 피웠습니다.


예술혼을 담아 호박넝쿨주변의 풀을 싹~ 깎아서 호박찾기 좋으라고~




사람은 더위에 개고생중이었는데

다행히 닭들은 올여름 비교적 시원하게 보냈습니다.


닭장 두곳 모두 뒷벽의 절반쯤을 흙으로 채웠더니 한결 시원한데다가

한옥의 마당처럼 앞마당의 덥혀진 공기가 상승하는 사이에

뒷편의 시원한 공기가 닭장안으로 스쳐지나다보니

한낮에도 시원함을 유지하더라는......


달구들도 더우니까 닭장안에서 개기며

방사장으로 나올 생각들도 않더라구요.




폭염에 과로에 지친 어느날~

드디어 올것이 왔습니다.   머리가 띵~ 해지더니 지구의 자전을 느끼고......


고기타령을 아무리해도 물고기만 드립다 올리는 그 집념을 향해 외쳤습니다.

'생선회~ 랑 따뜻한 족발~'


그렇게 간신히 얻어먹는 족발은 왜그리 맛있던지~

봄에 담갔던 개복숭아주 항아리를 개봉하야 물컵으로 몇잔 마시고......


족발 大자에 생선회 한접시를 비우고 잠시 앉아 있는데

또 뭔가 허전한 느낌~


'치킨추가~'

마지못해 읍내에 나가 치킨을 사오는 어떤 여편네의 눈가에 어리는 살기~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일꾼이 쓰러졌는데......

내가 없으면 뭐 네가 다 할거야?


그렇게 무지막지한 저녁시간을 보내고 곯아 떨어졌는데

다음날 아침에는 정말 몸이 너무 가뿐하더라구요.

체력보충에는 역시 고기가 최곱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철 닭먹이로 배추와 무우를 심었습니다.

배추 500개 무우가 대략 1,300개정도~


3일간에 걸쳐 느긋하게 김장을 다 심고나니

그날의 그 따뜻한 족발이 또 그리워집니다.


족발~ 이라는 외침에 이번에는 흔쾌히~

그걸 먹고나서도 웬지 또 허전한 느낌~


에라이~  생명줄 담보로 걸고

혼자 몰래 동네 치킨집에가서 치킨 한마리에 맥주한잔하는데

집나간 남편 찾아 애들 앞세우고 등장하는 어떤 여편네......ㅠㅠ

간이 콩알만 해졌다가 다시 부활했던 시간~




이제 조금씩 알밤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몇개 주워다가 삶아서 먹어보는데 아직 제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먹을만 합니다.


삶은 밤에 맥주한잔하다가 외쳐보는 '족발~'

그리고는 뒤통수에 무언가가 느껴지며 눈앞이 환해지는 현상~ㅠ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족발을 또 얻어먹고......




취나물꽃을 보니 진짜 가을이 왔습니다.

이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니 족발 얻어먹기는 어려워지고

9월한달 밤수확하느라 개고생할 날들만 남았습니다.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솔이엄마
    '15.8.27 6:28 PM

    취나물꽃 처음 보네요. 알밤도 탐스러워 보여요. ^^
    오로지 족발~ 이라고 하셔서 족발사진 찾아봤는데
    족발사진은 없네요. ㅎㅎㅎ
    가을 되면 게으른 농부님께서는 더 바빠지시겠어요.
    건강챙기시면서 쉬엄쉬엄 하시길~^^

  • 게으른농부
    '15.9.8 9:50 PM

    취나물꽃도 실제로 보면 정말 이쁩니다.
    족발사진은 잠시후 올리겠슴돠~ ^ ^

  • 2. 광년이
    '15.8.27 8:23 PM

    게으른 농부님이 반갑기도 했지만...족발이 땡기던 차라 사진이라도 보려고 왔는데...없어요! 치킨 사진도 없어요!! ㅠㅠ

    방울이가 넘 맛있어 보여요. 저런 밭...저도 완전 갖고 싶습니다~

  • 게으른농부
    '15.9.8 9:51 PM

    족발사진 시방 올립니다유~ ^ ^

  • 3. 름름이
    '15.8.27 9:20 PM

    깡촌 출신이지만 밤이 벌써나는줄은 몰랐어요. 늘 추석 즈음에나 나는줄... 전 오독오독 씹어먹는, 껍질도 연하디연한(속 껍질이 갈색아닌 아이보리색?) 알밤울 사랑하는데 말이죠. 크.

  • 게으른농부
    '15.9.8 9:52 PM

    ㅎ~ 저도 어릴때 먹던 그 날밤맛이 그립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벗겨먹을 틈조차 없어여~ ㅠㅠ

  • 4. 열무김치
    '15.8.27 10:31 PM

    닭을 저렇게 고생하시면서 키우셔서 그런가....치킨은 사다 잡수시는군요 ㅋㅋㅋㅋㅋ
    그리운 족발 사진은 어데로 갔을까요...

  • 게으른농부
    '15.9.8 9:53 PM

    체력소모가 클수록 육식이 땡기더라구요.
    게다가 기름진것이 더......
    족발사진은 목록에서 잠시후에 찾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 ^

  • 5. 후라이주부
    '15.8.28 1:38 AM

    애쓰시는 것 보면, 가서 풀이라도 뽑아드리고 부채질이라도 해드리고 싶다.. 는 마음이 든다는..

    따님과 아드님도 여름동안 많이 컸겠죠?..

  • 게으른농부
    '15.9.8 9:56 PM

    딸아이는 이제 부둥켜안고 뽀뽀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답니다.
    너무 커서 -여러모로- 애비가 성추행한다고 경찰에 신고할까봐서요. ㅋㅋㅋㅋ

  • 6. 십년후
    '15.8.28 2:16 AM

    징그럽게 더웠던 지난 여름 더위에 특히 약한 닭들의 폐사 소식에 농부님네 달구들 어쩔꺼나 싶어 걱정스러웠는데 시원하게 여름을 잘 지났다니 참 대견하고 반갑습니다. 물론 농부님 더위 이겨낸 소식도 반갑지요.^^

  • 게으른농부
    '15.9.8 9:58 PM

    사람도 밀집해있으면 더 더운것처럼
    더위에 약한 닭들에게 밀집사육은 치명적이죠.
    그런데 우라질놈들이 닭장안에서 거의 죽치고 밖에 나오질 않아서
    평소보다 두배정도 풀을 더 베어다가 주었습니다. 땀도 두배~~~ ^ ^

  • 7. 부관훼리
    '15.8.28 2:58 AM

    병아리들 많이 컷네요.
    쟤들 멕이려면 그것도 꽤 일이텐데... ^^

    치킨추가여~하면 치킨이나오는 시스템이 부러워요. ㅎㅎ

  • 열무김치
    '15.8.28 7:21 AM

    부관댁님 뼝아리들은 삼복을 무사히 지났을까요?

  • 게으른농부
    '15.9.8 10:01 PM

    ㅎㅎㅎㅎ 저도 요즘 그런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가 아무리 주절거리며 올바른축산을 떠들어봐야 치킨은 먹고싶은......
    게다가 전화만 걸면 배달해주던 시절이 그립더라구요.

    언젠간 제가 키운 닭으로 치킨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날도 올거라 기대해 봅니다. ^ ^

  • 8. 주니엄마
    '15.8.28 9:55 AM

    취나물 꽃지고 씨생기면 받아두었다가 내년에 빈터에다 확~~~~~
    그러시면 해먀다 취나물 잔치를 하실듯 합니다.

    잡초사이에서도 꿋꿋하게 자란 채소들이얼마나 생명역이 강할지 생각해봅니다
    저런 채소들을 먹어야 건강해질텐데 그림의 떡입니다.

  • 게으른농부
    '15.9.8 10:09 PM

    취나물은 종류별로 꽤 있는데 맨날 시간에 쫒기다보니 취나물을 제대로 채취할 틈이 없어요.
    그저 쌈으로 몇차례 먹고 장아찌나 만들어 두었다가 겨울에 먹는 정도......

    저렇게 자연재배를 해서 얼마 않되는 수입으로 근근히 살아가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정말 존경스럽죠. 진짜 먹거리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 9. 소년공원
    '15.8.28 9:03 PM

    농부님네 닭들이 저보다 더 잘 먹고 사네요.
    배추랑 무랑...
    저도 좀 얻어먹고싶어요.

  • 게으른농부
    '15.9.8 10:09 PM

    음~ 항공편으로 보내면 될까요?

  • 10. 프레디맘
    '15.8.31 10:53 PM

    잡초는 말이나 염소, 양, 알파카를 키우면 알아서 해결 된다는 군요 ^.^
    응가가 자연 비료도 되고요. 염소는 좀 고집이 있어 힘들고.. 말은 한번 키우면 수명이 30년이라고...
    알파카는 순하고 똑똑해서 양치기로도 키운다나.. 두마리 같이 키우셔야 안 외롭다고..한번 알아보셔도 좋을 듯요, 울동네 알파카 농장도 있는 데.. 저희 뒷마당도 잡초가 무성해서 닭을 칠까 마까 하다가 닭장 만들 시간이 없어 흐지부지..

  • 게으른농부
    '15.9.8 10:12 PM

    원래 대대로 이어져 온 농업의 방식이 그런것들이죠.
    저도 자연순환농업을 추진하는 중이지만 조화롭게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것 같아요. ^ ^

  • 11. 행복
    '15.9.2 2:14 AM

    벌써 밤이 떨어 졌나요? 시간이 참 빨리 가요.
    저도 얼마전에 잡초 제거 등등 바깥 일을 하다 보니, 이게 너무 너무 힘들더라고요. 화이팅!!!!!! 힘내세요!!!

  • 게으른농부
    '15.9.8 10:12 PM

    그러게요. 시간이 너무 빨리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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