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우리가족의 간식이 되어주던
앵두와 보리수와 복분자와 오디~
녀석들의 전성시대는 다시 내년을 기약하고......
기분내키는대로 콩밭으로 쭉쭉 뻗어 휘늘어진 복분자가지는
잘라다가 농장 여기저기에 심어놓습니다.
2-3년 후를 기약하고......
그들의 철이 지나간 이후에는다시 복숭아의 계절~
두그루의 복숭아나무에서 정말 오지게 따먹었습니다.
항상 벌레들이 먼저 시식을 하는 터라
그중 먹을만한 것들은 골라서 간식거리로~
나머지는 벌레들과 함께 닭들과 병아리들의 간식으로~
어제 확인해보니 복숭아나무에 매달린 것을 달랑 두개~
아내와 둘이 하나씩 나눠먹으면 복숭아의 계절도 이제 끝이네요.
시간이 없어 참깨를 심지못해 비워둔 김장밭은 그저 풀밭~
그래서 제초작업을 하려고 예초기날을 샀는데
그이름도 거룩하게 '풀베라~'
열심히 베었습니다.
초지조성중인 곳에 아내가 호박, 오이, 토마토, 가지, 땅콩......
조금씩 심어둔 밭의 풀들도 말끔하게 베어내고
마지막 서비스로 아랫동네양반 할머니산소도 싹~
개복숭아도 두그루가 있는데
병아리장옆의 개복숭아는 벌레들의 지나친 사랑에 수확을 포기하고
천막옆 한그루에서만 빨간 고무통으로 거의 한가득~
벌레가 들어있는채 술을 담그면 그렇게 좋다길래~
잽싸게 항아리에 술을 담갔습니다.
초복날은 굳게 마음을 먹고 기르던 닭을 잡았습니다.
여섯살먹은 장닭~
6년간 먹고 운동만했으니 진짜 근육질인데
닭을 죽이면서 왜그리 미안한지......ㅠㅠ
우찌나 질긴지 푹푹 삶고 또 삶아서 먹는데 맛이 참 좋습니다.
언젠가 한번 잡아서 맛나게 먹고 3일간 소화제먹던 부작용도 없어지고......
덕분에 중복에도 역시 6년근 암닭으로......
초간단 비빔밥이 있다길래 어떤가 했더니
콩나물에 호박나물, 무채김치에 달걀후라이올리고
침기름 한숟가락 듬뿍넣었더니 ㅋ~ 정말 맛있네요.
푹~ 익은 열무물김치 시원하게 한모금 들이켜주고......
뭐~ 요즘 점심은 맨날 그저그런 반찬들입니다.
밭에서 풋고추 몇개 따고 호박잎데치고
노각무침에 오이지......
그냥 밭에있는 것으로 대충......
더위에 혓바닥이 아랫턱 수염에도 닿을것 같았던 어느날 점심은
하해와 같은 광심으로 아내가 하사하신 열무국수~
한그릇 먹고나니 정신이 반짝~
그리고는 이내 곯아 떨어졌던......
올해는 어떤 정신낫자루빠진 여편네가
무식하게 들깨모종을 많이 아주 우라지게 많이 내는 바람에
2박3일간 들깨심느라 개고생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앉아서 심다가 무릎꿇고 기어다니며 심다가 서서 심다가......
밭이 모자라 농장귀퉁이며 작업로 주변이며 닥치는대로 심었던......
이를 악물고 다 심고 나서는 그냥 널부러졌던......ㅠㅠ
들깨심기가 끝나고는 또다시 이어진 메주콩심기~
올봄 병아리 300수를 입추해서 식구가 두배가 되었으니
닭들먹일 콩도 두배로 심어야 합니다.
콩밭도 모자라 여기저기 심을수 있는 곳은 죄다 찾아다니며 심고
나중에는 밭을 새로 만들어 또 심고~
올해는 신기한 현상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우리농장에는 없던 풀들이 자라기 시작한 것~
왜그런가~ 했더니
여기저기서 풀을 베어다가 닭들에게 먹였는데
그중에 소화가 않된 씨앗들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심지어 거름으로 쓰려고 담아놓은 닭똥자루를 뚫고 풀이 자라기도 하네요.
쇠비름, 명아주, 까마중, 질경이......
덕분에 닭들은 맨날 신났습니다.
먹은대로 뿌린다고 했던가요?
어느날 급해서 김장밭에 잠시 실례를 했더만
그자리에서 자라고 있는 참외~
일명 개똥참외라고 부르지만 그래도 맛은 좋을 거라는...... ㅋㅋㅋ
어찌되었건 자연의 힘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닭이며 사람의 뱃속에서 소화작용을 거치면서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다시 싹을 틔워 다음세대를 준비하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