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쒸~ 오타 수정하다가 원문이 다 날라가 부렀네요.
처음부터 다시...... ㅠㅠ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가 아닌
항상 텅빈 뱃속을 채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간 먹고 산 이야기를 올려봅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고 하던데
저희집의 아침은 가볍게 시작합니다.
그저 밥에 나물 한두가지에 김치
그리고 육류나 해산물이 들어가지 않은 콩나물국같은 것......
아침을 배부르게 먹으면 일하기가 힘들더라구요.
농막에 메모를 금새 보고도 내가 뭔일을 하려고 했었나 하고 멍할때도 있고......
아침을 먹고 아이들이 스쿨버스를 타는 모습을 보고나면
본격적으로 농사일 준비에 들어갑니다.
요즘은 춥고 눈도 쌓이고 해서 방한화에 등산스패츠에 단디 차려입고
필요한 것들을 챙겨 차에 싣고 농장을 향해 출발~
12월의 첫날에는 아침에 일어났더만 눈이 쌓였더군요.
찬바람이 휘몰아치며 눈이 내리는 것을 보니
닭들이 춥겠구나~ 싶은 마음부터 듭니다.
마음은 급한데 마님께선 천안을 같이 가자고......
얼마전 지인분이 경매로 나온 농가주택을 입찰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아니~ 자기가 필요하면 자기가 가서 하지
다 갈켜주고 했으면 되지
뭔 입찰까정 대신해달라고...... ㅠㅠ
결국 아내혼자 천안법원으로 향하고
부리나케 농장에 올라가 닭장에 비닐을 둘러치는데
한쪽면 고정을 시키면 강풍이 불어 찢어지고 날라가고......
결국 첫날은 한쪽면만 간신히 가려준채 포기하고
바람이 잦아든 다음날 아내의 도움을 받아 완성~
바람이 없어진 탓에 한결 포근해진 닭장안에서
닭들도 꾹꾸거리며 기분좋은 소리들을 냅니다.
방심한 틈을 타서 폭설이 내린 아침~
국내차중에서는 등판능력이 최고라는 짚차에 세미오프용 타이어까지 장착했음에도
혹시라도 싶은 마음에 차를 포기하고 헥헥거리며 비탈진 진입로를 오르는데
그래도 아침햇살에 비친 설경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일년중 이때가 허접한 농장이 가장 아름다워보일때~~~
아랫집 형님댁의 개들이 닭들과 친하게 잘 지내기에
얼마전 암수 한쌍을 스카웃해왔습니다.
닭치기의 직무대행으로 키우기 위해......
앞으로 더 커봐야 알겠지만 부모를 닮아서인지 용맹합니다.
물론 닭들과 별로 친하지가 못해 쇠사슬에 묶이는 신세가 된 삼돌이 삼순이가
큰덩치에서 나오는 우렁찬 소리로 뒤에서 써포트를 해주기도 하지만
요 두녀석이 농장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덕에
떼거지로 몰려오던 멧돼지들이 아예 자취를 감췄고
제집처럼 농장안에서 뺀질거리던 고라니녀석도 어디론가 사라졌으니
이만하면 싹수가 보인다~ 싶기도 합니다.
닭을 키우면서 언젠가부터 굳어진 원칙들중 하나가
닭들의 아침식사는 풀이나 채소를 먹이는 것입니다.
먹이통에 항상 넉넉하게 먹이가 있어 공복인 경우는 별로 없지만
그래도 아침에 풀이나 채소를 먹여야 소화흡수가 잘되서 더 건강할거라는 생각에......
건강얘기가 나오니 떠오르는게 며칠전 읽었던 기사인데
제목이 건강한 계란? 당신은 속고있다~ 인가?
좋다고 선전하는 계란의 양계장을 기자가 방문하려하면
방역때문에 않된다 뭣때문에 않된다 하더라고......
아니~ 건강한 계란은 건강한 닭에서 나오는 것인데 방역은 왜?
좋은 계란이다~ 라고 믿고 6-700원하는 계란 드시는 분들~
99.9%는 내가 사기당하고 있다는거 잘 모르십니다.
뭐~ 옥수수를 중국에서 직접재배해서 들여오고
콩을 어디에서 직접 재배하고
뭘 먹이고 뭐가 안들어가 자유이고......
그거 아세요?
진짜 좋은 계란을 생산한다면 소비자와 생산자의 직거래로
한알에 천원은 받아야 생산자가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다는 거~
좋은 계란이니 현란한 광고문구뒤에서
그들이 양계농가에게 주는 계란값은 기껏해야 2-300원입니다.
그 가격으로 진짜 건강한 계란생산이 가능할까요?
대량으로 키우지 않으면 그 가격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고
사육두수가 2-3천수만 되어도 또 불가능한 일입니다.
정치가 사기꾼들판이 되서 사회가 이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그래서 정치가 그런건지......
돈을 벌기 위해서 거짓말은 필수가 되어버린......
어쨌거나 아내가 가마솥에 장작불을 피워 닭밥을 준비하는 동안
저는 배추나 무우를 썰어서 닭들에게 먹이는데
하루중 이때가 닭들이 가장 즐거워 하는 시간입니다.
그소리를 들으면 아내도 저도 절로 즐거워집니다.
글구 매년 겨울아침이면 칼질을 하다보니
이젠 웬만한 주부보다 칼질은 한수 위일 것 같습니다. 크험~
세상이 미쳐 돌아가거나 말거나~
산중에서는 이꼴저꼴 볼 필요가 없으니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아내가 닭밥을 짓는 사이에 저는 땔감을 준비합니다.
집에서는 화목보일러를 쓰고
농장에서는 닭밥짓느라 장작이 필요하다보니
남들에 비해 땔감도 두배로 해야 합니다.
잠시 표고재배장을 둘러보니 얘네들도 동면모드로 들어갔네요.
눈에 폭~ 파묻힌 표고가 웬지 따뜻해 보입니다.
...........................
그나저나 지난가을 표고를 주문하셨는데
보내드리지 못한분들께 정말 죄송한 마음입니다.
변명하자면 가을가뭄이 극심해서 2차발생이후로 발생이 않되더라구요.
그렇다고 물을 주면 표고향이며 맛이 그렇고......
.........................
사방에 죽어 널부러진 나무들을 엔진톱으로 잘라 지게에 얹고
다시 차까지 지고가서 차에 싣고......
그렇게 대여섯차례 왕복하다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점심메뉴는 쌀국수를 이용한 잔치국수입니다.
말려두었던 표고에 무우저장고에서 꺼낸 무우 큼지막하게 한쪽 넣고
멸치와 다시마를 넣어 끓여낸 육수에 계란고명 듬뿍얹은......
이따금 피곤할때는 소주도 한잔 곁들입니다.
알딸딸한 기분에 뜨끈한 방바닥에 누워 뒹굴거리다보면
말그대로 배부르고 등따습고......
세상천지에 더이상 부러울 것이 뭐가 있겠나~ 싶기도 합니다.
어쩌다가 수제비를 먹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영......
그래도 어쩌겠어요. 주는대로 먹어야지......
그렇게 점심식사가 끝나면 오후일을 시작합니다.
아내가 푹 익은 청치밥에 생청치며 굴껍질을 섞어 닭밥을 만드는 사이에
저는 또 지게지고 나무를 하거나 잡다한 이런저런 일들......
닭밥을 줄때는 꼭 아내를 도와주어야 합니다.
한통에 30키로정도의 먹이통 8개정도를 날라야 하는데
여자가 하기에는 무리거든요.
그래도 매일 닭먹이배합을 하다보니
손목이 시끈거려 보호대를 착용해야 하는.......
내년엔 비상금 탈탈털어서라도 배합기 하나 사줘야지......
배가 그리 고프지 않은 상태인데도
닭먹이통을 들고 닭장안으로 들어서면 닭들이 난리가 납니다.
닭밥을 짓기전에 북어부산물을 끓이고 거기다가 청치를 넣어 밥을 하는데
그 북어를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한차례 난리법석이 끝나고 나서 먹이통을 보면
북어는 싸그리 사라지고 청치만 남습니다.
그렇게 저녁밥을 먹고 잠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이 해는 기울고
닭들은 하나둘 자기자리를 찾아 횟대로 올라가 잠잘 준비를 하고
아내와 저도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에 돌아오면 아내와 저는 또 각자의 할 일을 마무리 해야 합니다.
저는 차에 실린 화목을 내려 헛간에 쌓고 화목보일러에 불을 지피고
그사이 아내는 저녁밥을 앉히고 주문들어온 계란을 택배로 보내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맞는 저녁밥상은 꿀맛~ 그 자체입니다.
한동안 육식을 절제하자고 했었건만
아내가 옆에서 지켜보기에 힘을 못쓰고 빌빌거리더라는......
결국 일주일에 5일정도 저녁에 고기를 먹습니다.
대신 소주한병 비우는 안주정도로만......
요즘 쌈의 대세는 배추쌈입니다.
눈을 뒤집어 쓴채 꽁꽁 언 배추를 점심때 가져다 집안에 두면
저녁이면 사악 녹아 원형복원이 되어 달착지근한~
사진 우측상단의 시커먼 것은 흰민들레장아찌인데
자연재배하는 지인께서 직접 담가 보내주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재배하는 흰민들레에 비해 깊은 맛이 나는 것은
손맛인지 아니면 자연의 맛인지......
요즘 작은녀석은 누나의 위엄을 절실히 느낀 모양입니다.
최근들어 누나앞에만 서면 다소곳해지는......
아무래도 둘이 있는 와중에 까불다가 누나한테 뒈지게 혼난 모양입니다.
누나가 공부를 시작하자 좋아하는 구운계란먹다말고 소파에서 잠이 들었네요.
놀기도 참 힘들지~~~?
한편 제 책상은 딸래미가 독점중입니다.
아예 고구마 삶은것도 통째로 가져다 놓고 앉아계십니다.
올해 모든 시험에 평균95점이 넘으면 아빠 노트북을 주마~ 선언했는데
마님께서는 뭔 노트북을 또 사려고 하느냐~ 며 단칼에 짜르시고......
결국 딸아이와 밀약을 했습니다.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 (어떤 개 시이부러얼 노무시키 낯짝이~ㅠㅠ)
비상금모아 노트북살때까지 아빠책상에서 무제한으로 컴을 써라~
덕분에 저는 버려진 원목 주워다가
안방 티비옆에 쬐그맣게 책상을 따로 만들었는데
그걸 들여다 놓기가 무섭게 호박이며 화분을 올려놓는 어떤 여편네땜시
달랑 책몇권에 노트북 올려놓을 공간만 남고......
요즘 저녁간식의 대세는 군고구마입니다.
화목난로의 연도에서 구워진......
요즘은 작은녀석이 구운계란을 좋아해서 가끔 만들어 먹는데
요것도 맛이 참 괜찮더라구요.
엊그제는 맥주한병에 여섯알을 먹고 배불러 숨쉬기가 힘든......
저녁간식을 먹으며 스포츠중계를 보고 있노라면
잔대가리 9단의 어떤 여편네가 슬쩍 콩을 들고 들어와 고르는 척~ 합니다.
명령보다 더 무서운게 무언의 압박......
그렇게 절대 알콩달콩~ 하지못한 콩고르기를 하다보면
비닐온실안의 백태는 언제 타작을 할거고
반쯤 타작하다말고 마당에 방수포로 덮어놓은 서리태는 어쩔건지
큰닭장에 닭똥은 언제 긁어낼거냐~
작은닭장은 전기배선을 해야 몹시 추울때 온풍기를 틀어주지않냐~
표고목은 언제할거냐~
밤나무전지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보리밭, 밀밭에 비닐터널을 씌워야 닭들 먹이지않냐......
그러던 어느날 꿈에는
짚차에 밧줄을 묶어 밤새 끌고다녔더니
다음날 아침 몸이 파김치가 돼있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