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부엌에서 꼽사리 껴서 요리하기
나비 |
조회수 : 6,977 |
추천수 : 86
작성일 : 2010-11-07 20:18:02
첫번째 주자는 할머니 생신 때 만든 티라미수예요.
아빠도 치아 때문에 고생을 하셔서 할머니, 아빠 두분 다 딱딱한 걸 못 드시니까 식탁 위가 부드러운 것 위주로-
그래서 저도 티라미수를 만들었는데 케이크도 사다보니까 티라미수의 인기는 그냥저냥이었습니다 ㅎ
맛은 좋았어요.
재료는 사보이아르디 쿠키(핑거 쿠키), 마스카르포네 치즈, 달걀, 설탕, 커피 이렇게 있으면 땡이죠.
발랄가또님 블로그에서 처음 보자마자 이거닷! 싶어서 옮겨적어놓고 잘 쓰고 있습니당.
레시피에 따라서는 생크림이라 젤라틴이 들어가기도 하는데
그런 게 안 들어가니 일단 재료가 간단하고 맛도 오히려 더 좋아요.
핑거쿠키는 진한 커피(에스프레소나 인스턴트 커피)를 묻혀 깔면 되고
마스카르포네 치즈 250g, 럼주 조금에 달걀 노른자 3개 거품낸 것(저는 뜨거운 시럽을 넣고 거품낸 것)을 잘 섞고
거기에 나머지 흰자로 만든 머랭(저는 역시 뜨거운 시럽을 넣어 거품냈어요)을 2-3번 나누어 섞어주면 크림 완성이에요.
설탕 3스푼은 노른자와 흰자에 각각 2스푼, 1스푼 나누어 넣으면 되구요.
럼주나 향 좋은 술이 있으면 반죽에 좀 넣어주면 향긋하고 잡맛도 없고 더 좋아요:)
차게 냉장고에 뒀다가 먹기 직전에 100% 코코아 파우더 뿌려서 먹으면 굳 *_*
정말 입안에서 살살 녹는지라 딱딱한 거 씹기 불편한 분들께 특히 좋아요.
물론 먹고 난 다음에는 치카푸카 열심히 양치를!
그리고 웬일로 스테이크-
집에 소고기가 들어왔는데 저희집에서 소고기는 인기가 없는지라 딤채에서 빈둥빈둥 놀고있길래
일부를 잘라다가 스테이크를 만들었어요.
소금, 후추만 뿌려서 구워도 되지만 전 고기는 양념맛으로 먹는 입맛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양념에 재워뒀다가 구웠어요.
양념은 에스더님의 레시피를 보고 따라했어요.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kit&page=1&sn1=&divpage=8&sn=off&ss=...
다진 마늘, 우스터 소스 베이스의 돈까스 소스, 발사믹 식초, 신선한 후추 가루, 머스터드, 간장, 올리브오일을 대충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재웠어요.
와- 근데 이 양념 진짜 맛있더라구요 +_+
먼저 팬에 구운 다음에 오븐에 넣었는데
살짝 달군 팬에 고기를 넣어서 치익~하는데 맛있는 양념냄새가 확~ 나더라구요.
양면을 대충 굽고 오븐으로 고고!
오븐에서 스테이크를 굽고
아까 고기 구운 팬에 그대로 양파를 열심히 구워서(다른 채소가 없어서 ㅜ_ㅜ)
맛있게 먹었습니다.
스테이크 무한리필점에 가서도 1-2조각을 제대로 못 먹는 입맛의 소유자인데
그래도 1덩어리(약 100g?)을 다 먹었다는 데에 의의를!
구운 정도는 요 정도-
무지 부드러웠어요.
남은 한 조각은 챱스테이크처럼 챱챱 잘라서 붉은기 없기 웰던으로 잘 구워서 어머니께-
엄마께서 맛있다고 챱챱 잘 드셨답니다.
남은 고기들은 냉동중...
언제 세상 빛을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사진엔 없지만 전날 홍합이 몸에 좋다고 사왔다가 죽을 끓여먹었더니 맛이 아주아주 훌륭해서
이번엔 바지락으로!
진하게 우러난 육수를 쓰니까 조미료도, 간도 전혀 안 해도 엄청 맛있더라구요.
죽전문점에서 파는 그 감칠맛이 *_*
해감 잘 한 바지락에 청주를 넣어 취하게 하고(양심의 가책을 덜기 위해)
물을 자작할 정도로만 부어서 불에 올려 뽀얀 육수를 내고
바지락 살은 따로 발랐어요.
치과 갔다오신 아빠가 드실 거라서 살은 잘게잘게-
육수에 혹시 흙 한 톨이라고 들어있을까봐 커피 필터를 가지고 한번 꼼꼼하게 내린 다음에
질게 한 밥을 넣고 푹푹 끓여요.
그런데 찰기를 좀 없애고 하는 게 좋을 뻔 했어요-
밥을 체에 담고 물에 씻어서 죽을 하기도 하더라구요.
어쨌든 다 퍼지면 조갯살을 넣고, 또 부추를 넣으면 향긋할 것 같은데 없어서 생략.
조개 특유의 짭짤함에 기대어 소금간은 전혀 안 했는데도 간이 맞고 딱 맛있어요!
이제까지 해물로 육수를 내서 죽을 끓여본 적이 없어서 ^_^;
(집에 해물을 안 먹는 사람이 한 사람 있거든요 -.-)
이렇게 맛이 좋을 줄 몰랐어요.
그리고 난데없는 마카롱.
무지무지 오랜만에 마카롱을 만들어 봤어요.
색깔 때문에 새콤한 레몬맛이 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색소의 힘 ^_^;
좋은 색소 사다놓고 한번도 못 써서 손이 간질간질해서 써봤습니다.
쓰니까 확실히 예쁘긴 하네요.
식구들이 마카롱 사이에 든 크림을 싫어해서 소량만 만들려다가 장렬히 실패하고
마카롱은 껍데기만 먹었어요.
이렇게 그릇에 담아서 디저트로ㅋ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아주 훌륭한 마카롱이었어요.
마카롱의 비결(?)을 이제 좀 알 것 같아요.
첫번째는 레시피대로 설탕을 넣는 것(설탕 줄이려다가 실패 많이 했거든요;;),
두번째는 마카로나쥬, 반죽을 섞을 때 너무 섞지 않는 것.
요것만 지키면 실패는 없을 것 같아요.
일단 레시피대로 설탕을 넣으니까 반죽을 말릴 때 금방 잘 마르네요.
그리고 마카롱을 만들고 남은 노른자를 활용한 까르보나라!
노른자랑 파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소금, 후추, 스파게티면, 베이컨, 양파가 들어갔어요.
치즈를 팍팍 듬뿍듬뿍 갈아넣는 게 포인트 +_+
스파게티면은 면대로 삶고
베이컨과 양파는 따로 볶고
노른자랑 치즈랑 소금, 후추를 섞어놨다가
스파게티면이 다 삶아지면 셋이 합체! 를 하면 됩니다.
면에 소스가 골고루 코팅되게요.
합체를 할 때는 달걀이 익지 않도록 잘 섞어줘야지 안 그럼 달걀 볶음 스파게티가 되어요.
접시에 담고 치즈랑 후추랑 위에 뿌려서 내면 완성.
엄마랑 둘이 먹었어요 ㅎㅎ
그리고 티라미수 만들고 남은 마스카르포네 치즈가 간당간당해서 급하게 만든 치즈케이크!
마스카르포네 키워드 넣고 열심히 구글링해서 찾은 치즈케이크입니다.
엄청나게 재료가 간단하고 공정도 간단하지만 맛은 좋아요 *_*
원 레시피엔 바닥에 생강쿠키를 깔라고 하는데 집에 생강쿠키든 무슨 쿠키든 있을 리가 만무하고-
치즈케이크는 오래오래 시원하게 잘 식히는 게 중요하니 자는 동안에 식히는 게 제일이잖아요?
그래서 12시 넘은 시간에 편의점으로 출동했어요 -.-;
처음에 잠깐 통밀쿠키를 반죽해서 구워서 그걸 부숴서 바닥으로...?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가
바로 정신차렸어요ㅎㅎ
그러다보면 금방 해가 뜨겠죠;
양은 치즈에 맞게 줄여서 만들었어요.
쿠키 85g 정도 분량에 버터 25g
그리고 마스카르포네 치즈 250g, 레몬 1개 분량의 제스트와 레몬즙, 달걀 1개, 설탕 50g
요게 다입니다.
간단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케이크팬은 잠깐 직화해서 버터를 후다닥 녹인 다음에 쿠키 부순 것을 꾹꾹 눌러가며 바닥에 깔고요.
사실 이 과정을 대충했더니(버터 묻을까봐) 바닥이 좀 부스러지지만, 괜찮아요.
맛은 똑같은걸요.
내다팔 것도 아닌걸요.
전 집에 레몬이 어딘가에 있긴한데 안 보여서 그냥 라임즙으로 대체했어요.
치즈에 라임즙은 내키는대로 짜넣고(좀 시큼한 게 맛있을 것 같으니 넉넉하게!)
달걀 노른자랑 설탕 대신 슈가파우더랑 넣고 부드럽게 섞어주고요.
흰자는 거품내서 치즈반죽이랑 섞어주면 땡~
이제 아까 쿠키로 바닥 만들어놓은 것에 부어서 납작하게 잘 다독여준 다음에
180도 오븐에 30분 정도 노릇하게 구우면 완성입니다.
요즘은 시원하니까 그냥 베란다에 먼지 안 들어가게 뭐 덮어서 내놓으면 알아서 식어서 시원해져요.
아침에 아빠가 뒷베란다에 가셨다가 이걸 보고 눈독을 들이셔서 잘라놨더니
요 사진을 찍고 한조각 맛있게 먹고 나갔더니 케이크가 사라졌네요?
어디로 갔을까요?
치즈부분이 아주 납작하긴 하지만 맛은 무척 좋았습니다 ^_^
일반 크림치즈를 넣고 만드는 것보다 느끼, 시큼한 맛이 덜했어요.
오히려 납작해서 좀 덜 부담스럽다는 장점도 있네요.
흐흐.
입가심은 커피로~
전에 커피 만들던 게 망가져서 새로운 걸 들였답니다.
이렇게 해서 힘으로(!) 커피를 뽑는답니다.
손으로 거품내서 만든 우유로 만든 카푸치노도 한잔-
저는 할 수 있는 거라면 손으로 직접 하는 게 좋아요.
버튼 눌러서 쉽게 할 수도 있지만 적절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에는 또 그것 나름대로의 미학이...
라면서 컴퓨터를 붙들고 있네요 ㅎㅎ
즐거운 주말밤 되셔요~
덧//
글제목을 음식명을 줄줄이 나열하기가 뭣해서 변형을 ^_^;
꼽사리는 '남이 노는 판에 거저 끼어드는 일'이라는 뜻으로 원래 형태는 '곱살이'라네요.
노름판에 건 몫에 덧붙이는 돈이 '살'이인데 노름에 안 끼고 있다가 좋은 패가 나왔을 때만 살을 대고 또 대서 곱으로 살을 대는 경우...에서 유래했다고 하네요.
저는 엄마가 지배하는 주방에 비정규로 꼽살이 끼어서 꼽살이^_^
갑자기 적절한 단어 같아서 써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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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진선미애
'10.11.7 8:36 PM꼽사리가 아니라 수석 주방장인거 어머니께서도 아마 인정하실걸요 ㅎㅎ
꼽사리 비정규직 따님 솜씨가 이정도면 주방을 지배하는 어머님의 솜씨는????2. 소국
'10.11.7 8:47 PM티라미슈 케잌을 직접 만드시다니.....우와~~ 이밤에 나비님 글 보다가 남편내보냈어요!!
티라미슈케잌 사러 보냈어요 ㅋㅋㅋㅋㅋ 이 추운날....3. 나비
'10.11.7 8:59 PM+진선미애 님+
저희 엄마는 저희집 쉪!
저는 말단 주방 보조 정도 됩니다 ㅎㅎ
+소국 님+
앗, 남편분 그래도 티라미수를 사기 위해 기꺼이 나가시다니-
훈훈하네요 ㅎㅎ
티라미수 맛나게 드시길 바랍니다 *_*4. 미도리
'10.11.8 12:49 AM난이도가 높은 마카롱까지.. 솜씨가 범상치 않으신데요~@@ 찐한 커피향이 느껴집니다. 바지락 국물좀 들이키고싶네요. 해장으로..ㅋㅋ 저는 바지락 해감을 못하겠더라구요. 칼국수하면 국물이 회색으로 변해요~ㅋㅋ 자주 올려주세요. 프로 꼽사리님~
5. 변인주
'10.11.8 4:21 AM꼽살이가 아니라 부엌의 주인장 같으시네요. ^ ^
자랑스런 이쁜 따님이신게 확실함~6. 양
'10.11.9 10:06 AM질문하나만요
그럼 계란 노른자는 익혀먹는게 아니네요? 그냥 먹어도 비린내는 안날까요?
시도해 보고 싶은 요리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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