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에 건강 악화로 하던 일을 관두고 백수가 되었어요.
10년 넘게 살던 곳을 떠나
가족들 곁으로 이사를 왔지요.
지금도 가끔 예전 집이 생각납니다.
볕이 잘 들던 남향집...
천년만년 살 거라고 붙인 것을 떼어 올 방법이 없어서
두고 오는 대신 사진을 찍었어요.
이제는 팔지도 않는데
그 때 사서 쟁일걸 그랬어요. ㅠㅠ
떠나오는 저에게 그곳의 사람들이 밥을 사줬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마음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저에게 친구가 밥을 사줬습니다.
무려 스테이크!!!
먹을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내가 잘 먹나, 탈은 나지 않았나 관심 갖는 친구의 마음에 보답하고자 정말 열심히 먹었습니다.
이 친구는 백수인 저를 어여삐 여겨(세종대왕 버전!!) 기타 등등 많은 밥을 여전히 계속 사주고 있습니다.
친구가 사준 밥은 사진이 없습니다.
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외출을 힘들어 하는 저를 위해
친구들이... 지인들이.... 제가 사는 동네로 먼 길을 와서 밥을 사주고 갔습니다.
혹은 최소한의 이동거리를 계산해 약속장소를 정해 밥을 사줬습니다.
일부러 먼 길을 와서 새로 이사 온 집의 소소한 잔고장을 고쳐주고 가기도 했습니다.
멀리 있는 지인들은
유기농 토마토와
맛있는 사과
산삼을 보내줬습니다.
꼭꼭 씹어 먹고 아프지 말라더군요.
나눠 먹지도 말라고...ㅎㅎㅎ
어무이께서는 온갖 몸에 좋다는 것과 각종 반찬들을 해주십니다.
언니1도 몸에 좋다는 것을 자꾸 가져다 줍니다.
언니2는 일주일에 몇 번씩이나 제게 밥을 해줍니다.
오빠는 과일을 가득가득 가져다 줍니다.
제가 장을 보지 않아도 항상 냉장고가 가득합니다.
처음에는 사실 좀 어리둥절 했습니다.
혼자인 것에 너무 익숙했어서, 가족의 도움을 받으며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몰랐더라고요.
아....가족 곁에 사니까 좋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운을 내서 코코넛 쿠키를 구웠습니다.
아빠한테 다녀왔습니다.
생전에 좋아하셨거든요.
한 번 더 구워다 드린다고 했었는데...
굽는 김에 견과류 가득 넣은 초코칩 쿠키도 구워
가족들에게 돌렸습니다.
어느 달 밝은 밤에
긴 머리 풀어헤쳐 빨간 입술에 한 가닥 지그시 머금어 주고
칼을 갈아
모과차를 만들었습니다.
가족들에게 돌리고
친구에게도 줬습니다.
필 받았습니다.
생강차도 만들었습니다.
가족들에게 돌렸고
이 사진은 친구 주려고 담아 놓은 것입니다.
힐링 채질(?) 인가요....?
채를 썰다보면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그것이 칼질의 공포로 인한 무념무상인지
노곤함으로 인한 무념무상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또 어느 달빛 조차 없는 밤에
언니가 준 석류가 문득 생각이 납니다.
석류알을 한 움큼씩 쥐어 먹고
양쪽 입가에 핏빛 석류즙을 흘리며
석류차를 만들었습니다.
은혜 갚는 까치처럼
언니에게 선사했습니다.
지인들...
친구들...
가족들...
이들의 밥을 먹으며 종종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합니다.
먹다가 체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전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먹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그들의 마음을 먹은 것 처럼
그들도 저의 마음을 먹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도와주는 아군이 있어야 하고,
우리 또한 누군가에게 아군이 되어주어야 한다.
어느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성공이란 당신이 가장 즐기는 일을,
당신이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 속에서',
당신이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라고.
인생학교-정신
온전한 정신으로 사는 법
이제까지 읽어 본 성공에 대한 정의 중 가장 마음에 듭니다.
.
.
.
.
.
.
.
.
.
.
.
.
.
.
.
.
좀 뜬금 없지만...
결론은...
밥 사주는 사람=좋은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