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까지만 김장을 해줄련다 ”
“ 내년부터는 니들이 해먹고 우리 집은 배추김치 한 통만 갖다 다오 ”
해마다 그러셨거든요 .
해마다 올해까지만 ~ 올해까지만 .
하여
올해도 그러시는 줄 알았지요 .
그러니까 김장만큼은 작년까지 친정엄마가 해주셔서
속 편하고
든든하게 겨우살이를 하였었답니다 .
“ 엄마 ~ 우리 집 김장은 내가 알아서 해 먹을가봐 ”
“ 시끄럽다 ------- 그런 소리 하지 말고 올해까지만 해주는거 갖다 먹거라 ”
그러고 보니 시집 보낸 애물단지같은 딸년 김장을 28 년 동안이나 해주셨습니다 .
해마다 친정엄마는 김장을 300 포기씩 담그셔서
2 남 1 녀의 자식들 1 년 동안 김치 걱정 하지 않고
들며 날며 갖다 먹게 하셨거든요 .
어디 자식들뿐인가요 .
도시 생활하시는 남동생들 사돈 어르신 댁 김장에
친정아버지 형제들 김장까지 .
올해는
시골아낙이 놀며 절이고
쉬며 씻고
사브작사브작
꼼지락꼼지락거리며
김장을 하였답니다 .
치자백김치와 배추김치는 저염식 절임을 하여
이틀 절이고
반 나절 물 빼서.
뭘 알고 이리 해먹는 것이 아니고
그냥 되는대로
족보없이.
하루는 늙은 호박 한 덩이 잡아서 늙은 호박김치를 .
하루는 무 채 썰어 무말랭이 만들어 배추김치를 .
하루는 치자 우려 낸 물로 치자백김치를 .
하루는 깍두기를 .
하루는 무 짠지를 .
하루는 배추짠지를 .
며칠 있다 총각김치 좀 담그고
쪽파김치도 담그려구요 .
그러면 올해 시골아낙의 김장 대 장정은 끝입니다 .
아직 묵은지도 넉넉하게 쟁여 있거든요 .
김치찌개든 뭐든 그래도 묵은지로 끓여야 제 맛이 나잖아요 .
돼지등뼈감자탕도 그렇고
닭볶음탕도 그렇고
콩비지찌개도 그렇고 .
요즘 배추가 아주 제 맛이더라구요
배추전도 부쳐 먹고.
육수 (노란콩 + 고추씨 + 다시마 + 북어 + 건표고버섯 +대파 + 찹쌀 + 양파 ) 끓여 식힌 육수와
치자 우린 물 + 생강술 희섞하여
액젓 + 발효액 + 소금 으로 간을 맞추고
마늘 + 생강 + 쪽파 + 갓 + 배 + 사과 넣어
빛깔 고운 치자백김치 먹을만큼 담그었습니다.
늙은 호박 한 덩이로
늙은 호박 김치도 담그었습니다.
육수에 사과 + 배 + 홍시 + 양파 + 마늘 + 생강 넣고 곱게 갈아
발효액 + 생강술 + 새우젓 + 액젓 + 갓 + 쪽파 + 대파 (흰부분) 넣고 버무렸습니다.
시골아낙표 배추김치는
무 + 사과 + 배 + 양파 + 마늘 + 생강을
육수 (노란콩 + 고추씨 + 북어 + 다시마 + 건표고버섯 + 찹쌀 + 대파 ) 넣고 믹서에 곱게 갈아
새우젓 + 액젓 + 생새우 + 발효액 + 생강술 +고춧가루 넣어 양념하여 숙성 시켜
갓 + 쪽파 + 대파(흰부분) + 무 채 말랭이 넣고
대충 치대어 속 넣어 담갔습니다.
무생채를 넣지 않고
가늘게 무 채를 썰어 꾸덕꾸덕하게 말린 무말랭이를 넣고 김치를 담그거든요.
특허내려구요~~~ ㅋㅋ
농담입니다.
자박자박하게 생기는 찡한 깍두기 국물에 밥 비며 먹기도 하려고
무 + 배추 고갱이 썰어 넣고
소금에 절이지 않고 새우젓으로 절여 늙은 호박풀에 홍시 의깨어 넣고 귤 서너개 손으로 쭉 짜내어 넣고
생강술 + 고춧가루 + 액젓 + 갓 + 쪽파 + 대파 (흰부분) 양념하여 담근 깍두기입니다.
1차 설탕에 하룻밤 절이고
2차 소금에 하룻밤 절이고
3차 꾸덕꾸덕하게 3일동안 말려
무 절임물 + 육수 + 간장 + 생강술 = 절임장 팔팔 끓여 부었습니다.
바깥지기의 오랜 지인께서
유기농으로 농사 지은 배추와 무를
올해도 어김없이 보내주셨습니다.
배추 50통에 무 한 자루.
이렇게 저렇게 김치 담그고
20통은 수분 빠지라고 겉잎 홀라당 홀라당 떼어내버리고
며칠 베란다에 그냥 냅두었다가
신문지에 돌돌 말아 일렬 종대로 세워놓았습니다.
배추된장국도 끓여 먹고
배추전도 부쳐 먹고
배추밥도 해먹고
배추생채도 해먹고
배추된장무침도 해먹고
배추죽도 끓여먹고
배추쌈도 먹으려구요.
배추로 해먹은 소박한 음식들 ~ http://blog.daum.net/ys726/8865369
"김장 했냐?"
"응~ 엄마~ 걱정하지마"
"그래~ 잘했다"
"내가 엄마 김치 갖다줄께"
"관둬라~ 나이 먹으니 김치도 안먹어어진다"
헌데 사고? 쳤습니다.
김치가 미칠 때쯤 김치냉장고에 넣는 다는 것이
그만 ~~~
늙은 호박김치와 깍두기는
마치맞게 익어버렸습니다.
베란다에 4일을 놔두었거든요.
시골아낙은 김장철에 담가 먹는 늙은 호박김치를 좋아합니다.
잘 익은 늙은 호박김치를 들기름 넣고 푹 지져 먹거나
돼지고기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달작지근하게 김치찌개를 지글지글 푹 끓여 먹으면 속이 참 따듯해지고 맛있거든요.
올해는 제 손으로 담갔는데
친정엄마의 투박스런 손 맛이 날까 싶습니다.
그렇잖아도 엄마가 늙은 호박김치 꼭 담가 먹으라고 성화이봉사를 대시는데
아마도
허구헌날 사사건건
볼 맨 소리로 엄마한테 맞장 뜨는 머리에 서리가 내려 앉은 눈에 넣으면 아프디 아프고
목구멍에 걸린 가시같이 웬수같은 딸년이
그 좋아하는 늙은 호박김치도 해먹지 못할까봐 노심초사이셨나봅니다.
한 성깔하시는 친정엄마에
두 성깔하는 지랄맞은 딸년인지라
딸년이 또 있으면 저 같은 딸년은
진즉에 쳐다도 안 보고 사신다고 노상 읖어대시면서도
아침이고 저녁이고
틈만 나면
엄마 하시고 싶은 얘기만 하시고
듣고 싶은 얘기만 들으시고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뚝 끊어버리십니다.
"늙은 호박김치 담갔냐?"
"응"
"잘했다"
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