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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 남편이 만들어준 힐링 푸드 입니다.

| 조회수 : 12,172 | 추천수 : 3
작성일 : 2014-11-19 05:27:31
11월18일은
우리 두사람이 까락지를 나눠 끼고 부부 라는 이름으로 짝을 이룬날 입니다.
결혼 하기전 까지...
아니 내 짝꿍을 만나기전 까지
한번도 안먹어본 나에겐 요상스런 음식이 있었답니다.

짝꿍을 만나면서 어느날 데이트를 하다가  
영화를 보고 밖으로 나와 뭘 먹을까 기웃거리는데
 자기집 으로 가자고...^^
그럼 자기가 최고로 잘하는 음식이 있는데
그걸 만들어 주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때 처음 혼자 사는 총각집엘 가봤는데...
소파에 잠깐 앉아 있으면 아주 맛있는 별미를 만들어 주겠답니다.
저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고 총각 혼자 부엌에서 왔다 갔다
얼굴이 시뻘겋게 해가지고 안절 부절...
한참........... 시간이   한참........ 지난후.

큰 사발에 담긴 뭘 먹으라고 주는데
큰 그릇에 손바닥 만한 허여멀건한 것이 둥둥 떠있더라구요.
그래서 이게 뭐예요?
하고 물으니 "수제비" 래요.
맛을 보니 에미 맛도 애비 맛도 없는것이 수제비라니
그때 처음 나와 마주친 수제비는 원래 이렇게 생긴 것이고
이런 맛을 가진 음식인줄 알았거든요.

근데.. 근데  그게 아니고
아가씨를 앉혀 놓고 수제비라는걸 끓이다가 긴장을 했던지
소금 넣고 간 맞춘다고 하다가
설탕을 듬뿍 넣고 다시 만들려고 보니 밀가루는 더 없고  
그걸 다시 씻어서 물붓고 끓이다가 소금을 왕창 쏟아 붓고
또 깨끗히 씻어서 다시 끓이고 이맛도 저맛도 없어서 설탕 약간 넣는다는게
미원을 몽땅 ㅇㅇㅇㅇㅇㅇㅇㅇ

또 씻고 해서 완성된 작품이수제비 삼탕이 되었답니다.
세번이나 씻어서 다시 끓여준 수제비가 그때는 정석인줄 알고 맛있게 잘먹었지만
긴 세월 동안 살아 오면서 이제는 약간 업그레이드된 수제비를
제가 가끔 자주 끓이고 있더랍니다.
쑥을 갈아서 반죽한 파란색
당근 갈아 반죽한 붉은색
단호박 갈아 반죽한 노란색
도토리 와 함께 반죽한 갈색과 오리지날 수제비 색갈까지
여러색이 어우러진 쫄깃 쫄깃한 오색 수제비가 자주 우리 밥상에 등장 하지만
 
가끔
그옛날 남편이 총각 시절 끓여 주던 수제비 삼탕이 생각 나면 배시시 웃게 되고
그동안 살아 오면서 남편과 속상하고 힘들게 했던 순간들도
함께 추억속으로 집어 넣고 반죽해 버립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결혼 기념일에 오색 수제비에
붉은 포도주 한잔 따라서 쨍하고 원샷을 했습니다.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준&민
    '14.11.19 5:35 AM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제가 잠수부인데 까락지님땜에 웃다가
    물밖으로 나와버렸지 뭡니까ㅎㅎㅎ
    삼탕수제비맛이 정말 궁금해요
    오색수제비가 되기까지 두분사랑도
    무척 단단해져 있겠지요

  • 까락지
    '14.11.19 6:28 AM

    우리가 사는동안
    어떤날은 파란 희망에색이 되다가
    어떤날은 얼굴 붉히며 빨강색이 되다가
    또 힘들어 하며 노랑색이 되다
    갈팡 질팡하는 갈색이 되기도 하는 삶 이었습니다.
    그래도 서로가 참고 이해하며
    수제비 본연에 색갈로 되돌아 오기를 반복한
    감사의 세월인거지요.
    감사 합니다.

  • 2. 모란
    '14.11.19 8:12 AM

    ㅎㅎㅎㅎ
    그 총각 얼마나 당황했을까요?
    그래도 안 된다는 소리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만들어서 갖다가 소파에 않은 낭자에게 먹어보라고 주었다니..

    저도 수제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인데
    제 남편은 수제비 안 먹어서
    가끔 여동생 불러요.

    끝까지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삼탕수제비.. 감사합니다.

  • 까락지
    '14.11.19 6:09 PM

    모란님
    푸~욱 퍼진 삼탕 수제비 처럼
    오늘도 포근한 하루 였습니다.
    감사 합니다 ^^

  • 3. 영양주부
    '14.11.19 9:21 AM

    ㅎ 그맛이 진정 궁금하네요~
    자상한 남편 두셔서 좋으시겠어요^^
    그 행복 계속 유지하세요~^^
    이 코너 너무 좋죠?

  • 까락지
    '14.11.19 6:14 PM

    가끔 남편이 저보고 잘좀 해보라고
    잔소리가 시작 될려고 하면
    푹 퍼진 삼탕 수제비 보다는 나을테니
    이쯤 에서 그만 하세요 하면
    얼굴이 빨개지거든요.

  • 4. 동구리
    '14.11.19 12:30 PM

    ^^ 어머어머 정성이 대단하네요^^

    두루두루 자상한 저희 남편이 딱! 하나 안하는게
    라면 하나도 안끓여 주는건데...

    우와 부러워요 ㅎㅎ

  • 까락지
    '14.11.19 6:18 PM

    옛날 맞벌이 때는 서로 애기 우유병도 씻고 기저귀도 갈아 주면서 살았는데

    지금은 물도 안갖다 먹을려고 그래서
    밥은 내가 할테니 설겆이는 당신이 하라고 했어요.

    여전히 그렇게 실행 하고 있습니다.

  • 5. 예쁜솔
    '14.11.19 3:23 PM

    수제비 맛은 상상이 안가고...ㅎㅎ
    왠지 달코므리 하면서도
    손발이 은근 오글오글 거리면서....
    가슴이 콩당거리는 이 분위기...흐으음~~~
    그날만 생각하면
    그동안 살아 오면서 남편과 속상하고 힘들게 했던 순간들도
    함께 추억속으로 집어 넣고 반죽해 버립니다... 이게 정답인거죠.
    읽기만 해도 힐링이 됩니다.

  • 까락지
    '14.11.19 6:24 PM

    크고 작은 자질구레한 일까지
    모두 남편손이 해결했기에
    이다음에 만약에 내가 혼자 된다면
    전구 도 못갈아 촞불키고 살게 만든것도
    남편에 책임이 크다고 하겠지요?

  • 6. 이나
    '14.11.19 3:31 PM

    사연이 귀엽고 훈훈해요 ㅎ.ㅎ

  • 까락지
    '14.11.19 6:24 PM

    감사 합니다.

  • 7. 날개
    '14.11.20 2:36 PM

    어마낫! 까락지님, 저랑 완전 반대시네요. 저는 결혼전 제남편이 저희집에 놀러왔을때 제가 수제비를 끓여줬거든요. 제가 그때 할 줄 알았던 유일한 요리가 수제비라.... 뭐,제 남편 맛있다고 잘 먹어주었었는데 진짜 맛있었는지는....하여튼 까락지님덕분에 저도 어원 14년전의 기억속으로 들어갔다왔네요^^. 행복하셔요~

  • 8. 까락지
    '14.11.22 4:21 AM

    감사 합니다 .
    날개님도 좋은 날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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