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랫말처럼
가을이 오면 눈부신 햇살이 어쩌구 하는 것은
반쪽짜리 농부에게조차 사치에 불과합니다.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과의 전쟁......
하지만 그렇게 한낮의 분주함이 끝난 후에는
이따금 한가로운 저녁시간이 기다립니다.
찬바람이 불면 대세는 역시 군고구마~
일이 끝나고 농장에서 돌아와 화목보일러에 불을 지피고는
보일러의 연도에 고구마 몇개 올려 놓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이들이 공부하는 사이에 꺼내 놓으면
아이들의 저녁간식거리이자 아내와 맥주안주로......
아이들도 자기들이 수확한 고구마라서 그런지
아주 잘 먹습니다.
문제는 마님께서 일주일에 두번으로
군고구마 먹는 횟수를 제한하셨다는 점......
너무 많이 먹으면 자다가 가스중독으로 사망하거나
혹은 메탄가스폭발의 위험성이 있다고......
이번에는 순순히 마님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푸틴도 GMO에 강력하게 대응하는데 반해
양치기는 물론이고 우리 박처녀께서는 GMO로 창조농업을 하시겠다니
때로는 가짜 민주주의보다 차라리 독재가 낫겠다 싶기도 해서요.
정말 개념없는 뇬이시다 싶고
면상만 떠올려도 속에서 울화통이 치밀어 오릅니다.
고구마는 개들에게 최고의 보양식이기도 합니다.
농장의 무우저장고에는
개들에게 먹일 고구마도 두박스정도 넣어두고
달구들 청치밥을 지을때 두어개 삶아서 주기도 하고......
강아지들은 아랫집 형님댁에서 데려온 녀석들인데
무식한 삼돌이녀석이 물기라도 할까 걱정했더만
서로 좋아 죽습니다.
고양이녀석도 첨엔 강아지들에게 강한 경계를 하더니
요즘은 지가 먼저 슬슬 장난을 걸기도......
지난주에는 3일간의 무우수확작업이 있었습니다.
겨우내 닭들에게 먹일 것인데
2천개를 심었는데 예상보다 무우농사가 아주 풍작입니다.
무우를 뽑아 저장고 옆으로 옮겨와서
칼로 무우와 무우청을 분리하고
무우는 저장고로 무우청은 빨랫줄에 걸려 시래기로......
처음에는 무우를 뽑아 차로 옮겨왔는데
그러다간 날새겠다 싶어 지게를 이용해 지름길로......
덕분에 무우수확이 끝난 3일째 저녁에는
생각따로 머리따로 팔다리 따로 놀았다는......
당초에는 아내와 함께 작업을 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무우를 뽑아보니 2키로가 넘는 것들이 수두룩......
심지어 3키로짜리도 있네요.
2키로짜리 천개만 되도 2톤인데
나머지 몇백개의 무게를 1톤이라 치면 3톤이고
그걸 아내가 왼종일 들고 작업하다간 손목이 남아날 것 같지 않아서리......
지난겨울 닭장에서 긁어내 숙성시킨 계분을 주었더니
무우들이 비만이 되었네요.
내년엔 더 뿌려주어야지~~~
가파른 비탈에 지게지고 헉헉대는 사이에
아내는 무지하게 바쁜척~
제가 무우를 뽑은 구멍마다
양파모종 심고 마늘심고
배추농사가 꽝이라 닭들 겨울간식이 부족할 수도 있기에
빈밭에 추가로 보리와 밀도 파종하고
서리태 백태 타작도 하고......
마당 한켠에 쌓여가는 은행은 거들떠 볼 여유도 없습니다.
지칠줄 모르는 강아지들의 장난에 지친 고양이는
슬그머니 아내가 일하는 옆으로 다가와
따뜻한 햇살 맞으며 오침을 취하시고......
무우수확 3일째 오후에는
정말이지 다리가 후들거려 간신히 일을 하는 중인데
어딘가에서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닭먹이 그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나머지는 동치미도 하고 짠지도 해야 하니까 이제 그만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께~"
"할렐루야~~~"
대략 2-300개정도를 밭에 남겨두고 철수~
그렇게 3일간 수확작업을 끝내고 나니
몸은 천근이지만 마음은 더없이 뿌듯합니다.
올겨울은 닭들에게 실컷 무우도 먹이고
시래기밥도 맘껏 해 줄수 있게 생겼습니다.
시원찮게 생겼지만 배추들도 있고
보리싹에 밀싹 그리고 시금치도 있으니
올겨울 달구들 간식거리 준비는 끝~~~
닭들에게 올바른 먹이를 먹여 키우는 것이
결국은 사람의 건강을 위한 일이듯
식탁에도 제대로 된 먹거리가 올라와야 합니다.
청국장 킬러인 딸아이~
생선과 고기를 좋아하지만 꼭 야채와 김치를 잡숴야 하는 작은녀석~
세뇌교육의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과자 한봉지가 아빠가 피는 담배 열갑보다 훨씬 더 해롭다~
흔히 마트에서 파는 것들은 음식이 아니라 쓰레기가 대부분이다~
우유도 가급적 마시지 마라 GMO와 화학물질로 생산된다~
참치캔의 기름은 GMO카놀라기름이라 개봉금지이다~
시판되는 두유는 유전자조작이다~
테레비에 선전하는 것들은 쓰레기가 되어도 환경오염을 시킨다...... ㅠㅠ
비가 개인 어느날 오후에는
처음으로 아내와 농장 뒷산을 올랐습니다.
그리고 놀랐습니다.
작년봄 산불에 능선의 나무들이 전멸......
마치 거대한 나무들의 화형장 같았습니다.
농장부근에도 타버린 나무들이 많아 안타까웠는데
여기에 올라보고는 아내도 저도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내 발길을 돌려 내려오면서 아내가 하는 말이
이걸 임대해서 숲을 가꾸었으면 좋겠다~
저는 속으로 그럽니다.
삽질은 내가하고 자기는 입만 가지고 할꺼면서......
농장부근에도 불에 타죽은 나무들이 지천입니다.
특히나 지형때문에 불길이 강했던 곳들은
예외없이 소나무, 노간주나무들이 전멸......
3-400평쯤 되는 면적의 나무들을 틈틈히 정리중인데
한달이 넘도록 작업을 했음에도
아직도 십여그루의 나무를 더 베어내야 합니다.
쓸만한 것들은 별도로 쌓아두었다가 목재로 쓰기로 하고
나머지는 모두 화목으로......
요즘 점심은 국수~
표고와 무우 멸치 다시마를 끓여낸 육수에
금방 뽑아온 무우와 배추로 만든 무우채김치, 배추김치도 괜찮지만
잔치국수에는 그래도 묵은김치가 최고입니다.
그나저나 입이 방정이라고
표고밥에 표고된장찌게에 질린다고 했더만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표고가 자라질 못해
표고들이 거의 휴식모드로...... ㅠㅠ
제대로 된 먹거리가 아닌것을 알면서도
가끔은 그냥 먹어줍니다.
무우밥에 오리고기볶음......
기왕에 먹을때는 맛나게 먹어주기~
고기를 먹지 않으면 농사일을 버텨낼 체력유지가 어렵고
대신 가급적 우리가 농사지은 것들을 위주로 먹고
꼭 필요할때만 마트에서 사다가......
이따금 그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어쩌다가 우리사회가 이렇게 되었을까~
남의 건강까지 해쳐가면서 꼭 그렇게 돈을 벌어야 할까~
에이~ 맥주나 한잔하고 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