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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딸아이의 일기와 티라미수^^

| 조회수 : 6,448 | 추천수 : 75
작성일 : 2009-10-19 10:21:44
초1 딸아이의 일기.
 
"오늘은 할머니랑 있었다.
 엄마가 집에 없어서였다.
친구랑 놀고, 초코케잌 먹고, 컴퓨터 하고, 하루종일 놀았는데,
왠지 재미가 없었다. 왜인지 고민한 끝에 엄마가 없어서란걸 깨달았다.
그래서 엄마가 돌아왔을때, 난 엄마한테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다시는 엄마와 떨어지지 않을거다"
 
주말에 약속이 있어 딸아이 떼놓고 (같이 안가겠다고 해서 ...^^;) 신나게 놀다와서 보니, 저녁때 딸아이가 일기에 이렇게 적어놓았어요.
 
가슴이 뭉클해지며, 엄마인 나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더군요.
부모와 제대로 된 '애착관계'가 형성이 안되면, 아이들은 무슨일을 해도 재미가 없고, 어떤일에도 제대로 집중할 수 없는거죠. 
 
부모는 아이의 모든것이고, 세상 전부이다, 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었어요.
부모와의 관계가 흔들리면, 아이의 모든것이 흔들리는것이고,
부모한테 안정적으로 사랑을 받으면, 아이들은 세상을 믿을만한 곳이라고 여기고 잘 자라나는 거라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아이들이 그렇듯이, 딸아이도 케잌을 참 좋아해요..
다음날, 서점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티라미수 케잌을 함께 먹었어요.
케잌을 먹으면서 제가 티라미수의 뜻을 알려주었죠.
'나를 끌어올린다' 즉, 기분을 좋게해준다는 뜻이라고.
 
(그랬더니, 딸아이는 제가 피곤해서 쉬고있으면,
"엄마, 내가 엄마를 티라미수 해줄게"하며 작은 손으로 어깨를 조물락거립니다.^^v)
 
티라미수 케잌을 먹으면서, 전날의 미안함도 좀 있고 해서 , 집에서 만들어 먹자고 덜컥 약속을 해버렸습니다. 사실, 한번도 만들어본적이 없거든요.
깔루아도 없고, 제대로된 틀도 없지만, 기냥(그냥이 아니라, 기냥입니다^^;) 했습니다^^;;.
 
주재료는 아시다시피 크림치즈, 생크림, 달걀노른자, 깔루아 (커피향이 나는 술 종류), 커피, 설탕 그리고 카스테라 ( 여기 82cook주인장님이 책에서 레이디핑거보다 맛있다하여 저도 그렇게 했습니다.) 아, 그리고 위에 뿌려넣을 코코아 가루 (설탕등 첨가물이 없는 100% 코코아가루여야 합니다.).
 
부족한 재료로 만들었는데도, 딸아이는 "너~무 맛있다며" 잘먹었습니다.
자기가 만들었으니, 더 맛있겠죠?
요즘 카페같은데선  빵부분은 적게하고, 크림치즈와 생크림을 아주 많이 넣은 티라미수 케잌이 대세인것 같은데, 집에선 너무 느끼할것 같아, 빵 부분을 두툼하게 하고, 중간에 카스테라를 한켜 더 깔아 느끼함을 좀 줄였어요.
 
딸아이가 핸드 머신(이거, 이름이 뭐죠? 잠시 까먹었네요.)으로 치즈와 크림도 섞고, 패스출러를 들고, 크림도 바르고, 빵도 썰고, 아주 신 났습니다.
아이와 같이 만들어, 모양은 좀 엉성하지만, 아이가 너무 즐거워하면서 그날 또 일기로 남겼더라구요^^.
 
아이들이 요리하는 것 참 좋아하잖아요...담엔 또 뭘 같이 만들어볼까 고민중이에요 ^^.
 
 추신: 혹시나 해서, 직장다니시는 어머님들이 항상 같이 못있는것에 대해 맘에 걸려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도 직장 다니다가  전업주부로 있고요... 제대로 된 사랑과 아이에 대한 존중이 있다면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는것은 다들 아시잖아요 ^^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구요.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클로이맘
    '09.10.19 10:31 AM

    저는 집에 딸만 셋이라서 공감이 안되네요..
    여자는 자신의 여자 형제들이 시댁될 집에 잘한다고 얄미워하거나 욕하진 않는데요. 남자형제가 그러면 미운가요?
    울 부모님도 시댁 될 집에 잘하라고 하시던데... 내가 친정가서도, 남편만 챙긴다고 뭐라고 하는게 아니라 흐뭇해서 죽을라고 하시거든요. 엄마아빠 둘다요..

  • 2. letitbe
    '09.10.19 10:46 AM

    클로이맘님, 네 고맙습니다. 따님 금방 큽니다. 너무 빨라서 아쉬울때도 있죠 ^^... 글구 물론 아들들도 요리하는거 좋아하더라구요,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가지고서 만드는것들을 좋아하잖아요. ^^ 크다보면 성향이 좀 고착화되는 경향은 있겠지만...

  • 3. elgatoazul
    '09.10.19 11:33 AM

    따님 너무 귀여워요 우왕... 완전 사랑스럽네요.
    알콩달콩 둘이 같이 만들면 정말 즐겁겠어요. 맛도 있어보이구요.
    저도 가끔 뭐 만들 때 동생이랑 같이 하면 그렇게 쉽고 재미있을 수가 없던데 ㅎㅎ
    따님과 앞으로도 행복하게 지내시길 ~~

  • 4. 뽀롱이
    '09.10.19 1:27 PM

    정말 아기들은 엄마없으면 그런거군여
    어제 하루종일 5살짜리 조카랑 있었는데 해가 어둑어둑하게 지니까
    시무룩해하며 밥도 조금밖에 안먹고 그러길래 조용히 물어봤더니
    개미목소리로 "엄마 왜이렇게 안오지?? 하면서 엄마를 찾더라구여
    그말에 왜 순간 눈물이 울컥 나오는지...
    애기들은 엄마랑 떨어져있으면 괜시리 측은해 보이고 안쓰러워보이는건 저뿐인가요?
    할머니랑 이모가 조카 아무리 이뻐해도 엄마가 최고!!
    저도 조카가 단거 엄청 좋아하는데 티라미슈 해봐야겠어요

  • 5. 만년초보1
    '09.10.20 6:37 AM

    대롱 대롱 매달려 있었다.
    <-- 그 광경이 상상돼 넘 재밌기도 하고,
    아이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
    애틋하기도 하고...

    아이랑 함께 만드는 음식,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 6. letitbe
    '09.10.20 8:31 AM

    elgatoazul님, 같이 만들면, 재밌기도 하지만, 뒤치닥거리도 장난아니에요 ^^
    뽀롱이님, 예쁜 이모님(? 맞죠 ?), 조카도 잘 돌봐주시고, 나중에 아이 잘 키우시겠어요 ^^
    커피홀릭님, 커피랑 먹으니깐 맛나더라구요 ^^
    만년초보1님, 저도 대롱 대롱 표현이 너무 재밌었어요 ^^

  • 7. 비니엄마
    '09.10.20 8:41 AM

    저도
    "대롱 대롱 매달려있었다~~"
    흐믓해집니다.
    마음이 애잔해 지기도 하구요~~
    문제는~~
    저희집 15세짜리는 아직도 "대롱 대롱~~~"
    ㅋㅋㅋ 좀 무거워도 기냥(!) 매달아 줍니다.ㅋㅋ

  • 8. letitbe
    '09.10.20 8:52 AM

    비니엄마님, 15세 짜리(?)가 아직 대롱 대롱 매달려 있으니, 행복하시겠어요 ^^ 그 나이때 어머님들 사춘기로 다들 고민하시던데... ^^

  • 9. 다섯아이
    '09.10.20 9:10 AM

    아~ 대롱대롱 며칠전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이틀 잠시 집을 비웠더니
    저희집 딸아이도 대롱대롱 매달렸어요~^^
    아이들 일기 안보는데 딸아이 일기도 보고 싶어지네요~^^

  • 10. minthe
    '09.10.20 10:35 AM

    딸이 일기에 그런거 써놓으면 완전 사랑스럽겠어요
    티라미슈도 해드시고 좋은엄마세요
    전 쪼금만 어려워보이는건 아예 도전을 안하는 게으름쟁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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