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윤달이 있어 그런지 아니면 너무 가물었던 탓인지
초짜농부의 느낌으로도 모든 농작물들의 생육이 예년과는 너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 중입니다.
가뜩이나 어리버리 멍청한 농부에게 이러한 현상은
쬐끔은 난처한 상황들이 이어지는 ......
그래도 뭐~ 먹을 건 다 챙겨 먹습니다.
특히나 지난해부터 입맛 땡기게 만드는 고구마줄기~
지난 한달 보름간 고구마줄기무침이 떨어지면 밥맛이 사라지더군요.
그래서 멀쩡히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딸래미 불러내서 "야~ 너도 이거 껍질 까~"
이노무자슥이 지는 저보다 더 잘 처묵으면서 쌩으로 묻어가려고......
제가 좋아하는 그래서 매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즐기는 냉면과 국수는 올해부터 쌀국수로 바꾸었습니다.
직접 기른 표고로 육수를 낸 잔치국수에 콩갈아서 국물낸 콩국수에......
가을~ 특히나 9월은 저에게 아주 시련의 계절입니다.
7천평에 가까운 밤나무농장의 밤수확을 아내와 단둘이 하게 되는데
저는 일때문에 -농사일 말고요- 밤을 새우는 일도 다반사인데~
그래서 제발 밤나무 좀 줄이고 다른걸로 대체하자고 그렇게 건의사항을 말씀드렸건만
마님께서는 단칼에 뚝~ "아~ 있는거 왜 없애~ 그냥 밤이나 줏어~"
이런 개에 시이부우러얼~ 아휴~ 내가 정말 독립을 하던지 대한민국이 진정한 독립을 하던지......
밤알이 참 굵죠?
재작년부터 마님의 성화에 저도 잔머리를 좀 굴렸습니다.
밤나무 전지를 할때 잔가지들을 과감히 쳐내는 방식으로 밤수확량은 줄이고 밤의 크기는 늘려
상품성을 개선해서 밤줍는 노동력을 줄이고 가격은 유지하는 방식으로......
그러면서 또 한가지 잔머리는
닭먹이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밭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계단식 밭을 만들면서
슬슬 밤나무를 하나 둘 없애는......
정말 밤수확작업은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아침 여섯시부터 오후 여섯시까지 허리를 굽힌채 밤을 줍다보면
아~ 이것이 진정 나의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는 일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손이 부족해 저렇게 말라버린 밤송이를 주울때 생각이 나는 것은
허구헌날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싸가지 쌈싸잡수신 고매하신 정치인들께
저 밤송이를 입에 고이고이 꾸겨 넣어드리고 싶다는 생각~ 밤송이의 가시까정 말이죠~
특히나 법과 원칙을 중시하시는 어떤 처녀인지 아줌마인지......
게다가 달려만 있고 생식기능을 상실한 개 거시니만도 못한 인간들......
그리고 그 기능마저 잃은 인간들의 거시니에 매달려 국물이라도 얻어 먹으려는 인간들의 입에......
그래도 참아야죠 뭐~ 이것도 다 내 삶을 갈고 닦는 일이니까요~
기본을 망각한 세상~ 그꼴 보기싫어 산중으로 숨어들었는데도
어쩌다가 티비를 켜면 자동으로 뉴스채널부터 ......
하긴 뭐~ 열받는 뉴스들을 보며 마음을 썩히는 것인지 삭히는 것인지 그것도 수련이려니~~~
이런 개 시이부럴~
벌써 밤나무 한그루는 가을에 시계추를 맞춘 모양입니다.
불그레 하게 단풍빛을 띄우는 것을 보니......
사진의 저 구간을 보면 얼마전 절친한 지인분의 부탁으로 무료로 밤수확체험을 오셨던
참으로 거룩하신 어떤 여자분의 얼굴이 뇌리를 거쳐 심장을 벌렁거리게 하며 오장육부를 지나
발가락 끝까지 쩌릿쩌릿하게 만듭니다.
중상품정도의 밤을 실컷 주워가시라고 했더만
특품만 골라서 싸그리 주워가시는 중에
고스톱 절정의 경지에 오르셨는지 흔들면 따블인줄 알고
아직 채 여물지 않은 밤송이까지 흔들어 따서 특품만 골라 따가시는 바람에
그와중에 떨어진 밤송이들은 폐기처분대상이 되었던......
내참~ 밤농사 5년만에 그렇게 난리법석을 치며 남의 밤농사까지 망친 손님은 처음이었습니다.
남의 밤농사야 망하거나 말거나......
그냥 얌전히 떨어진 밤이나 차분히 수확해서 주말마다 두세자루 주워갔으면
우리가 수확하지 않는 중품정도의 밤을 지금쯤 40키로 열자루는 가져다가 쌓아 놓았을 것을......
흔들면 따블~? 웃기고 있어~ 지인의 체면을 고려해 한참을 참고 참다가
옐로카드없이 곧바로 레드카드를 내밀었습니다.
선천성 소심증에 마음속으로 "당신 우리농장에 영구제명이여~ 인사위원회소집도 읍써~"
그런 와중에도 텃밭의 오이며 토마토는 꾸준히 간식거리를 제공합니다.
모종만 내서 노지의 텃밭에 심어두고 갈증날때 오이 하나 토마토 하나 출출할때 또 하나~
추석날 새벽부터 감기몸살로 고생을 하면서 입맛을 잃어
여기저기 이것저것 맛난것을 챙겨주시는 마님의 하해와 같은 정성에도 불구하고
내 입맛에 제일 맞는 것은 그냥 텃밭에서 바로 따먹는 토마토며 오이며
아니면 밭 가장자리에 까마중같은 것들......
요리사의 그 정성스러운 손길에도 불구하고 자연그대로의 맛을 당할 수는 없더라는~
지난 주말에는 그 바쁜 와중에도 아이들과 모처럼 직화구이를 즐겼습니다.
인생 뭐 있냐~? 그냥 즐기는거지......
밤수확만 아니었으면 달구들 뒷바라지만 아니었으면 벌써 전국방방곡곡을 누볐을 팔자인디...... ㅠㅠ
아이들은 뭘해도 마냥 즐겁습니다.
그저 부모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저러다가도 지들 대굴빡 커져서 배우자 만가 가정꾸리면
저잘났다고 나름의 개똥철학을 논하겠죠?
그러나~
아서라~ 말어라~ 애비 이마빡 뼈다귀에 햇볕들기 전에는
까불다가 몽뎅이찜질에 뒈지는 수도 있단다~~~
함부로 조상없이 태어난 생명이 있다고 주둥아리 놀린다면
그건 애비와 어미가 누군지 헷갈리는 ...... 에휴~ 더이상 말해서 뭐한담~
올봄~ 아내가 애호박과 풋호박과 맷돌호박의 모종들을 헷갈려
애호박심을 자리에 맷돌호박을 심고 오이밭에 호박모종을 내고 했던 자리인데
(아마 제가 그랬으면 내년 봄 호박심을때까정 구박덩어리였을 것인데......ㅠㅠ)
그래도 녀석들은 잘 자라 오이는 2-3일에 한번 오이김치를 담을 정도로 열매를 맺어주고
호박은 누렇게 잘 익어가면서 또 새로운 열매를 맺는 중입니다.
김장무우도 벌레들의 공격을 이겨내며 잘 자라는 중입니다.
대략 2,000개정도를 심어 벌레들에게 20% 상납하고 80% 수확하려고 했는데
올해는 30%가까이 벌레들이 처잡숫고......
ㅎ~ 그래도 짜식들이 생각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1,500개정도만 수확해도 무우청 시래기와 배추에다가 보리,밀싹 키워서
겨우내 닭들 간식으로는 충분하다는 거~
오른쪽 하단의 뿌리부분이 보라색인 무우는 순무우입니다.
제가 순무우김치를 너무 좋아해서 요건 달구들은 입맛다실 여유도 없이 내년 여름까지 저 혼자 먹을......
배추도 벌레들의 공격을 이겨내고 잘 자라는 중입니다.
무우보다는 배추가 벌레들에게 좀 더 취약한데 특히나 귀뚜라미는 배추 모가지를 끊어놓는 바람에
저 쬐끄만 배추처럼 그나마 생명을 유지하는 놈도 있지만 대부분 사멸하거든요.
이 사진도 찍은지 보름정도 된 상태라 지금은 저 쬐그만 녀석도 제법 자랐습니다.
초겨울에 배추를 먹을 때에는 필히 저 쬐끄만 녀석부터......
아~ 제 마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분들이 '농약' 을 기피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농약도 나쁘지만 화학비료가 더 나쁠거라는......
뿌리가 합성화학물질을 흡수해서 농약보다 훨씬 더 몸에 좋지 않을 겁니다.
'침묵의 봄' 에는 합성화학물질인 농약에 관한 얘기가 주가 되는데 그보다는 화학비료~
그보다 더 나쁜것은 가축들에게 먹이는 공장사료(유전자조작곡물과 가축부산물을 갈아넣은)
그보다 훨씬 더 인체에 치명적인 것들은 식품회사들이 만든 소위 식품이라는 먹을 수 있는 물질들과
'약' 이라고 불리워지는 제약회사들이 만들어 사람의 몸을 서서히 죽여가는
그리고 유전자를 통해 수십수백배 증폭되어 다음세대에 전해지는 합성화학물질들......
인간이라는 종족의 씨앗이 말라버릴 수 있는 정말 위중한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농사를 본격화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그것입니다.
앞으로 사망원인의 100%가 암~ 이 될 세상에서 온전하게 내 후손들을 보존하자는......
지금 농업은 미쳤습니다.
지금 식품,제약, 의료업은 미쳤습니다.
지금 정치는 미쳤습니다.
지금 사회는 제정신줄을 보존한 많은 분들이 있지만 그래도 미쳐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래의 세금을 빚내서 경제를 살린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빚으로 여지껏 쌓아올린 사상누각은 조만간 사정없이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나는 공무원이라서 나는 공적기관에 근무해서 나는 중산층이라서 괜찮다고요?
게다가 나는 전문직이라고요? 판검사변호사의사...... 코끼리 코털만 더듬는 전문직?
착각은 자유지만 우리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절대 정말이지 절대 촉박합니다.
선순환의 사회구조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나만 조금 더 잘 살아보겠다는 짧은 생각으로는
앞으로 이어질 쓰나미와 같은 파고를 절대 헤쳐나갈 수가 없거든요.
경제는 장기적으로 L자형의 모습이 아닌 무한추락의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고
지금 바로 필요한 것은 우리사회가 시작된 태초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건 뭐`? 바로 공동체의식~ 혹은 우리 모두 함께~ 하는 생각~ 뭐 이런거겠죠?
취약계층의 붕괴는 서민층과 중산층의 붕괴를 불러오고
결국 그것은 사회붕괴를 불러올 것입니다.
잘 생각해 보시면 내가 살고있는 50평형에 30억짜리 아파트의 가치가
실은 40평정도에 평당원가는 200만원수준이하라는 것을 금새 눈치채실 수 있습니다.
그 가치에 들어간 땅값의 거품도 마찬가지일테고......
앞으로의 사회는 공존 아니면 공멸입니다.
지금 아무리 잘났다고 나대어봐야 사회기반이 무너지면 그 잘난 1%도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조세피난처에 돈을 쌓아 두었어도 말입니다.
지난 추석 차례상에 올릴 도라지를 캐서 다듬다보니
저 얽힌 뿌리들......
조상님들보다 먼저 잔뿌리 몇개 잘라 먹어보니 쌉싸름한 진짜 도라지의 맛이 납니다.
그 맛에 풍미를 더하는 것은 그 잔뿌리까정 손질하는 마님의 열받은 가슴에서 터져나온 한방의 주먹~
아내 뭐~ 내가 도라지 파종하자고 그랬냐~ 아니면 그걸 캐다가 차례상에 올리자고 했냐~
하는 따위의 변명은 할 시간조차 없이...... ㅠㅠ
비록 시골학교지만 월등한 공부실력을 자랑하는 딸아이의 만화~
엄마아빠 몰래 혼자만 그리는 만화노트를 우연히 볼 기회가 생겨 사진 한컷~
통념에서 벗어나고 있는 그야말로 아이다운 생각이다 싶어 반갑습니다.
딸아이가 애비를 많이 닮았거든요. 결혼식전에 대머리만 않되면 다행인데...... ㅠㅠ
그나마 신뢰관계를 철저히 유지하는 것은 닭들과의 관계입니다.
밤수확통을 들고 차에있는 푸대자루에 쏟으려 들고가자 올봄에 입추한 병아리들이 우르르르를~
몰려옵니다. 지들 먹을거 주는 줄 알고......
그러다가 푸대자루에 밤쏟아붓는 모습을 보고는 지들 하던대로 원위치~
야~ 이쉐이들아~ 나 너네들 속인거 읍따~
나 요즘 정치하는 것들하고는 격이 다른 인간이여~
말귀를 알아들었는지 직화구이를 하던 날 딸아이가 병아리장에서 달걀 하나를 꺼내왔습니다.
아빠아아아~ 얘들이 알을 낳았어여어어~~~
하~ 그랴~ 훌륭한지고~ 이제 녀석들이 밥값은 하게 되었나보다~
그 첫 초란은 딸아이가 원샷~ "아~ 정말 고소하다~"
하루 건너뛴 오늘 또 하나~
오늘은 제가 원샷~ "아따 이맛이여~"
뭔 맛이냐구요? 상호간의 깊은 신뢰감이 배어있는 아주 찌이인~한 맛~ 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