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들어 조금 더 바빠진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나이 50을 전후해서 모든 일들을 접고
그저 농사만으로 아이들을 키우며 먹고 살아야 하는데
지난 몇년간의 경험을 통해 느낀 바로는
생계를 전적으로 농사에 의존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더라구요.
농사라는 것이 하늘의 도움이 없이는 어렵다는 것을
날이 갈수록 절감하게 됩니다.
올해는 유독 봄가뭄이 심해 자급용으로 텃밭에 심은 작물들도
거의 매일같이 물을 주어야 하는 지경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가뭄때문에 밤송이도 별로 맺지를 못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먹는 것에는 항상 충실하신 저희 마님이십니다.
제가 좋아하는 토장국과
(고추장과 된장을 풀고 감자 고구마 돼지고기 넣어 끓인)
가지나물, 노각무침, 머위나물, 비름나물......
그걸 죄다 그릇에 쏟아붓고 비비면
다양성, 복합성의 바람직한 사회적인 밥그릇이 완성됩니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조화랄까......
코펠에 끓인 찌개며 스텐레스 밥그릇을 나무라진 마세요.
저희도 비싼그릇 살 돈은 충분히 있습니다.
다만 좀 궁핍하게 살겠다는 마님과 저의 굳건한 의지랄까...... ^ ^
고질적인 계란부족현상이
아마 이번 가을이면 쬐끔은 해소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족보 확실한 토종닭병아리 200수를 입추했거든요.
저희는 몇해 전부터 비싼 밥그릇에 호사스런 식탁대신에
다 썩은 중고굴삭기며 농기계를 갖추는데 돈을 들였습니다.
소비가 아닌 생산을 위한 일종의 투자랄까요.
이번에 입추한 병아리들도 그렇습니다.
혼자 닭장을 짓고 병아리를 입추하는데
제 인건비를 빼고도 500-600만원정도가 들어가네요.
어떤 미친 닭대가리같은 부류는 예외지만
-물론 그 처자도 병아리시절에는 이뻤겠죠?-
병아리나 닭들을 지켜보면 정말 이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얼마전에는 기르던 수닭들을 무척 맛나게 잡아먹었었는데
한끼는 정말 맛있게 난생 처음 맛보는 진짜 닭고기라며 잘 먹었는데
그노무 쉐이들 눈동자가 눈에 아른거리는 바람에
체해서 손따고 소화제먹고 2-3일 고생한 이후로
요즘은 닭이라면 쳐다보기도 싫습니다. ㅠㅠ
엊그제는 아이들과 텃밭의 감자를 캐기도 했습니다.
굳이 아이들을 시골학교로 전학시키고
틈나는대로 농장에 데려가 일을 시키거나 놀게 하는 이유는
최소한 자연의 섭리를 조금이나마 느끼게 하고 싶어서 입니다.
지들이 아무리 출세를 했느니 어쨌느니 해봐야
기본을 망각하면 사람구실하기는 애시당초 틀린거잖아요.
어느방송의 밤샘토론인가에서 어떤분이 그런얘기를 하더군요.
이번에 낙마한 총리후보니 뭐 이런사람들이
시류에 편승해 도시계획입안도 빼내 투기하고
아무말이나 생각나는대로 지껄여대고 그런것들이
아마 자기가 그런 자리에 추대받을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그랬을 것이라는......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 씁쓸한 얘기더라구요.
그냥 평소에 소신대로 살면 그만이지
뭐~ 나중에 장관 총리 하려고 올곧게 산다는건 좀 그렇잖나 싶은.....
하긴 뭐 지금같은 정권에서 까불어봐야
사내구실못하는 내시밖에 더 되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사회의 일각이 무너지지 않고 굳건히 버티는 이유는
스스로의 양심과 자존심을 걸고 살아가는 분들이 있어서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저 사진속의 사고뭉치들도
지들이 사회적인 역할을 하게되는 나이가 되면
그렇게 자그마한 기둥이거나 그 기둥을 지지하는 작은 못조가리라도 되기를......
그래도 요즘같은 계절은 먹고살만한 시기입니다.
일하다가 배고프면 그저 오이하나 따서 먹고
덜익은 복숭아 하난 따서 갈증을 달래기도 하고......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이의
깊은 속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말이 오더라도 배고픈건 참을 수 없으니
사과라도 따먹으면서 견뎌보려는 개수작~~~? ^ ^*
한그루의 사과나무든 한톨의 씨앗이든
뿌리고 심으면 손해보는 일은 없습니다.
하나심어 최소한 두개는 먹을 수 있으니까요.
콩 한알을 심으면 50~100개정도 수확을 한다고 치고
그러면 투자수익률이 5,000%~ 10,000% 되는 것이 맞죠?
어떤 투자전문가가 원금대비 50~ 100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겠어요?
물론 저는 농사 첫해에
감자종자 한박스 심어서 반박스 수확한 적도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먹고 살만한 시기에 어려울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한번 쫄딱 망해보니 절실히 느끼겠더라구요. ^ ^
최근 저희동네에는 6채의 주택이 새로 들어서고
앞으로 7-8가구의 주택이 들어설 예정인데
얼마전 그분들과 모여서 막걸리 한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취중인척~? 지껄인 제 한마디는
'지붕을 스패니쉬기와로 마감하는 것이 여기서 뭔 소용이 있고
마당에 수백만원짜리 조경수들로 꾸미는 것이 뭔 의미가 있습니까?
저같으면 산에가서 작은 소나무 하나 캐서 주머니에 넣고와서
마당한켠에 심어두고 정성껏 가꾸며 자라는 모습을 보는게 나을것 같은데......'
나중에 들리는 얘기로는 그양반내외분들
건축업자한테 현혹되서 너무 비싼집을 지었다고 울분을 토로하더라고......
요즘의 경기상황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이
80년대부터 걱정하던 것들이 이제 현실이 되는구나 싶어 안타깝기도 합니다.
듣기좋은 말로 L자형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도 하지만
제 짧은 생각으로는 그간 경제성장의 수치에 집착하며 만든 모래성이 무너지는데에는
L자형이 아닌 급격한 하방곡선형의 침체가 오지 않을까 싶은 두려움이......
그렇다면 10-20억정도의 재산을 가졌다고 안심할 시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국민연금이나 사적인 연금은 물론이고
공무원연금, 군인연금같은 것들도 그렇고
내가 시방 철밥통인 공무원이나 공기업 정부출연기관에 근무한다고 해도
경기침체로 이미 거덜난 국가재정이 파탄나는 지경이 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
세상이 개떡같이 돌아가거나 말거나
자연의 섭리는 이해불가한 시스템으로 기가막히게 잘 돌아가는 중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망초입니다.
향기가 정말이지 너무나도 달콤하고 향긋한......
농장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망초들을 보면
그 어떤 아름답다는 꽃보다도 더 아름답고 감사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왜냐고요?
저걸 낫으로 슥슥 베어다가 작두로 쓱쓱 잘라서 닭들에게 주면
달구들이 아주 좋아 죽을라고 하거든요. ^ ^
농사일이라는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고
특히나 요즘같은 날씨에는 오전오후로 작업복을 갈아입어도
점심먹을때나 저녁먹을때쯤되면
땀에 찌들다못해 온몸에서 소변냄새가 진동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노력의 결과로 얻는 밥상은
노력에 비해 너무 과분하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
아마도 지난 수십년간 왜곡되어온 많은 것들을
저마다 반성하고 올바르게 세워가는 과정은
어쩌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겨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선의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한 밥상처럼
다음세대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
너무 더워서 저녁밥상에서 반주를 하기전에 맥주를 곁들인데다가
반주후에 맥주를 한잔 더하다보니 정신이 오락가락 하네요.
혹시라도 취중이라 제 잘못된 본심이 노출되었거든
가감없이 신랄하게 비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 누구처럼 변명하고 주접떨면서 청문회까지 갈려고 발버둥치지 않고
깔끔하게 사퇴? 하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