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피곤하고, 어지럽고, 기운도 없고......
‘더위를 먹었나보다’ 하고는 넘어가려 하는데....
몸이 심상치 않았고, 예감도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오이지>

오이지 꺼내 깨끗이 씻어 준 뒤....(짜다 싶으면 물에 잠시 담궜다가..)

쫑쫑 썰어 꼭 짠 뒤, 파, 마늘, 고춧가루, 통깨, 매실액 넣어....

조물조물....

오이지도 무쳐 놓고.
<오이무침>
요즘 오이가 아주 달고 맛있더군요....

납작 썰은 오이 소금에 잠시 절였다가....

살짝 헹궈 물기 꽈악 짜준 뒤...
멸치 액젓 조금, 고춧가루, 파, 마늘, 통깨, 매실액 넣어 조물조물...

오이도 무쳐 놓고....
<오이 볶음>

이번에는 아주 얇게 썰은 오이,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살짝 헹군 뒤, 물기 아주 꽈악 짜주고....
뜨겁게 달군 팬에 포도씨 오일 두르고....

단시간에 볶아서 소금 약간, 통깨 솔솔 뿌려서 오이 볶음도 만들고..
(제 입맛에는 파, 마늘을 넣지 않는 것이 훨씬 깔끔하고 맛있더군요...)
<오이냉국>

시판 냉면육수 준비해서....

채썬 오이, 참치액 티스푼으로 약간, 식초조금, 통깨, 육수 부어서,
간단 오이냉국도 만들고....(미리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었다 먹는게 맛있답니다)
너무 맛있으니까...

오이 미역냉국도 만들고....
<오이피클>

생수에 식초, 소금, 설탕, 피클링스파이스, 월계수잎, 통후추 넣어
팔팔 끓인 뒤, 식혀서 부어준 뒤...

오이피클도 만들고....

새콤달콤한 피클.... 피자, 스파케티 등등 같이 먹으면 무척 맛있습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대충 치우고는 바로 침대에 누었습니다...
갑자기 배가 살살 아파오더니....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파옵니다...
견디다 못해 딸아이를 부릅니다..
“아가야...타이레놀.....
아가야.....에드빌.....”
엎치락뒤치락.......데굴데굴...... 몇 시간을 끙끙 참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응급실에 가기로 결정....
잘 걷지도 못하는 저를 딸아이가 부축하며 걱정스럽게 물어 봅니다..
“맘 괜찮아? 맘 괜찮아?”
“응.....괜찮아....”
현관문을 나서기 전...
“아가야...맘 핑크색 슬리퍼 꺼내...”
“읔.......엄마! 엄마는 이 와중에도 신발을 골라??!!”
“고르는 게 아니야.......아마도.......분명히 .......
입원 할걸 아니까........가장 편한 신발 꺼내달라는 거야....”
“맘!!! 입원 안 해....금방 나을 거야!!
나도 세트로 핑크색 신발 신을까?”
말은 그렇게 하지만 ....
딸아이의 표정이 무척 걱정스러워 보입니다...
<초간단 감자샐러드>

찐 감자 뜨거울 때 으깨서, 소금, 설탕 약간 넣어 잘 버무려 두고...

오이피클, 양파피클 물기 쪽 배고...
마요네즈 넣고 버무려....

간단 감자샐러드도 만들고....
<호박나물>

호박 채 썰어서....

팔팔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서 찬물에 헹궈.....

파, 마늘, 소금, 고춧가루, 통깨, 참기름 넣어 조물조물...
호박나물도 만들고....
<호박볶음>

호박 반달썰기 해서 소금에 살짝 절인 뒤....

숨이 죽으면 살짝 헹궈 꼭 짜서....

달군 팬에 포도씨 오일 두루고, 풋고추, 마늘로 향내고...
호박 넣어 재빨리 볶아 소금 약간, 통깨 솔솔 뿌려.....

호박도 볶아 놓고.....
응급실에 도착한 후......역시나...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온갖 검사를 다 합니다....
너무 고통스러워하면 놔주는 진통제....
마약 성분이 들어있다는 이 진통제가 딱 1시간 30분 효과가 있더군요...
이 진통제를 5대나 맞았더니....헹얼헹얼.....비실비실....제 정신이 아닙니다.
혹시나가 역시나.....
다음날 바로 입원을 하고는 일주일 후, 수술하기로 결정.......
딱딱한 병실 침대.....흰 시트......허벌렁한 환자복......
아이보리빛 커튼....
내 몸에 꽂혀 있는 링거병들.....
옆에서 열심히 주무르는 딸아이......
수액이 다 들어가면 간호사 부르고,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물도 먹여주고...
마치 엄마를 아이 다루듯 간호하는 딸아이가.....
대견하고, 고맙고 미안하고......
<감자부침개>

감자, 양파, 당근, 풋고추 채썰어서 소금에 잠시 절였다가.....
(호박도 같이 넣어주면 좋습니다...저는 없어서 패스...)

부침가루, 마가루 넣어 반죽한 뒤...
달군 팬에 앞뒤로 지져서.......

바삭한 부침개도 만들고.....
다음 날, 옆 침대에 다른 환자가 들어 왔습니다...
40대 중반의 그녀는 무척 수척했고, 아주 많이 마른, 딱 보기에도 무척
아파보였습니다....
그래도 혼자 있는 것 보다는 그녀가 들어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가 내게 말을 겁니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 어쩌구 저쩌구....
수술 날짜가 언제에요? 어쩌구 저쩌구....
담당 교수님은 누구세요? 어쩌구 저쩌구.....”
저는 무척 친절한 사람이니까.....상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어쩌구 저쩌구....”
일주일쯤 지났을 무렵, 그녀와 난 조금 친숙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아픈 사람끼리의 동질감, 위로, 배려..........
그녀가 내게 빙그레 웃으면서 말을 건냅니다....
“따님과의 관계가 너무 부러워요.....우리 딸은 이제 고1인데....
엄마가 이렇게 아픈데....전화도 잘 안하고.....공부해야 한다고 병원에도 잘 안 오잖아요...
내가 어쩌다 전화 걸어도 바쁘다고 끊어야 한다고.....
아파서 그런지 많이 서운하네요....”
무척 서운해 하는 그녀에게 나도 한마디 합니다.
“그 나이 때는 다 그래요.... 자기 공부하는 게 뭐 대단한 걸
부모에게 해 준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제 딸아이도 그랬어요.....아마 대학 들어가면 많이 달라질 거에요...
참! 그런데요....
정말 몸이 많이 외소하신 것 같아요.... 화선씨가 병실에 들어오던 날.....
나는 정말 글래머구나........신 나더군요~~”
그녀는 깔깔거리며....
“그런데......생긴 거 하고.....말씀하시는 거하고 정말 달라요.......
참 재미있으세요....”
“네에...저 이쁘다는 소리지요? ”
한 번 더 큰소리로 웃는 그녀가 말합니다..
“수술 날짜가 같아서 다행이에요.....서로 아파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 안 봐도 되잖아요...”
“네에...정말 다행이네요......”
며칠 같이 지냈을 뿐인데....
서로 염려해 주는 마음...........
나는 아프니까 천사인척 하는 거라는 말에.......
또 한 번 크게 웃는 그녀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불고기+당면>

잘 재워진 불고기 팬에 올려서...

거의 익었을 때.....

불린 당면, 양파 넣고....

뚜껑 덮어 잘 익혀서, 참기름 통깨 뿌려......

간단 불고기잡채도 만들고.....
수술이 끝나고 병실로 옮겨진 나는, 마치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몸을 짓누르는 것처럼
꼼짝할 수가 없었습니다.
뿌연 시야에 들어온 얼굴들.......
나를 지켜주고 있는 나의 소중한 가족.......
무슨 말인가 하려고 하는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 정도 지나 정신이 돌아 왔을 때, 내 몸에 붙어 있는 온갖 장신구? 들이
눈에 거슬립니다.
“아가야, 초등학생 보조가방처럼 생긴 저 소변줄.....간호사한테 가서 뽑아 달라고 그래!!”
“맘, 아직 안된데요!!”
“그런데....수액 말고 ...옆의 꼬마병은 뭐야?”
“항셍제래요....”
“그럼 옆의 빨간 꼬마병은?”
“철분제래요.....”
시름시름 앓으면서도 계속 물어봅니다...
“그럼........맘 팔에 채워져 있는 이 투박하고 촌스런 팔찌는 뭐니?”
“진통이 심할 때마다 한 번 씩 눌러주래요...”
“그러면........맘 배에 연결된 이 수류탄처럼 생긴 건 뭐라니....”
마치 아이처럼 보채는 저에게, 빙그레 웃으며 딸아이가 대답합니다..
“후훗...수류탄....정말 커다란 수류탄 같네요...”
덩달아 피식 웃으며.....
“아가야, 맘......오늘 코디 죽인다......”
“하하하.....이 상황에서 엄마다운 말이네요~”
<과일스므디>

딸기, 냉동 블루베리, 토마토 껍질 벗겨서.......
얼음 약간, 시럽, 레몬즙 넣어 갈아서....

과일스무디도 만들고.....
수술을 잘 마치고, 회복하는 동안에 옆에서 정성껏 간호했던 딸에게....
너무 미안하고.....고맙고.......
한 깔끔 떠는 엄마를 위해 링거병 끌고 욕실로 들어가 머리도 감겨주고,
발도 닦아주고....풋크림도 발라주고....
퇴원하는 날, 딸아이가 한마디 합니다....
“맘...그런데 조금 심했어요......”
“뭐가??”
“맘 병원에 입원해서....저에게 가져오라던 물품들이요....”
“그게 왜???”
“나열해 볼까요???”
“폼클린징, 스킨, 엣센스, 영양크림, 자외선차단제, 입술보호제, 풋크림, 화장솜,
헤어엣센스, 브러쉬, 샴푸, 린스, 바디클린저, 전동칫솔, 비누, 샤워타월, 바디로션,
알로에크리넥스, 양말, 속옷, 비타민, 충전기, 손톱깍기, 손톱 가는거,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를 해요.....
그런데.......
핑크베게, 핑크이불, 핑크거울, 핑크색컵, 거기다 응급실에 가실 때 신었던 핑크신발.......
조금 심하지요?”
시무룩한 표정으로 저도 한마디 합니다.....
“.......그래도 괜찮아.......맘은...이쁘잖아.......”
깔깔대며 딸아이와 집으로 오던 날......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였습니다........
“아가야.....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