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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도시락-남편은 중년이니까.

| 조회수 : 11,518 | 추천수 : 113
작성일 : 2007-04-15 16:50:11
도시락 싸는거 좋아해요.
덩치와 안맞게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해서 그런가봐요.

서른 중반이니까, 다른 분들도 그러셨겠지만,
고등학교때까지 도시락 두개씩 싸가지고 다니고,
대학 졸업하고 취직해서도
종종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어요.

요즘은
도시락 친구가 없어서 제 도시락을 못싸지만
남편 도시락을 싸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마리아 병원 다녀온 얘기를 했었는데
그때 남편도 정자 검사를 했거든요.
생각보다 정자들이 쌩쌩하다는 결과가 나와서

엇쭈~

했습니다 ^^

그 결과 때문인지,
요즘은 회사에서 몸 안사리고 20대 들이랑 같이 밤새우고 맨날 야근하고 그러네요.

이보시오, 남편, 당신이 아무리 그래도
당신은 중년이오, 몸을 생각하시게...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말은 꾹꾹 누르고 도시락을 쌉니다.


올해 초에 옮긴 회사에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고 어찌나 좋아하던지.

모 백화점 세일 기간에 괜히 귀엽다~ 싶어서
과소비처럼 사들였던 보온도시락이
덕분에 요즘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요즘 일본은 요런 도시락을 많이 쓰더라구요.
뜨거운 물을 담아서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겉통이 있구요,
그 안에 밥을 담은 밥그릇을 넣는건데...

예전에 어깨에 들러메고 다니다가
다리 아프면 가끔 의자처럼 깔고 앉기도 했던
그 어마어마한 무게의 코끼리 도시락에 비하면
보온기능이야 조금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올 겨울은 그리 춥지 않아서 다행이었지요.






사진을 보시고,
재질이 스텐이 아니라서 좀 그렇지 않냐고 걱정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스텐 도시락은 안이뻐요. ㅋㅋㅋ

반찬은 별거 없어요.
요즘 제가 몸을 사리느라 잘 못마시고 있는 네스프레소로 만든 아메리카노를 보온병에 담아 주고요.


워낙 이쁘고 아기자기한 도시락 사진들이 많이 올라와서
저는 그냥 수다나 떨자고 자리 폈습니다.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건
멸치볶음인데요.

같이 먹는 도시락 친구들도 맛있다고 다 같이 모여 앉아서 아껴먹는답니다. ㅋㅋㅋ

첨에 도시락을 싸 보내고는

괜히 할말도 없으면서 전화해서

"도시락 먹었어? 응? 어때?"

하고 물었는데요. 남편 반응은 뭐 별거 없었어요.
잘 먹었어, 맛있었어, 이정도.

사실 저는 같이 먹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의 반응이 어떻더냐, 라는 의도가 강했는데 말이죠.
님들은 안그러신가요?
저는 괜히 그런게 궁금하더라구요. ㅠ.ㅠ

남편이 하도 별 얘기 없기에
어느날 진지하게 물었더니,
사람들이 자기 반찬을 안먹는대요.

왜? 왜 안먹어? 맛 없데?

아니, 그게 아니고, 차장 반찬이라고 손이 안가나봐.


허걱.
그게 또 그런게 있나?
입사한지 몇달 안되고, 나이는 많고, 그러니
젊은 애들이 내외하나보다, 하면서도
갑자기 도시락 싸는 즐거움이 반감되었다고나 할까. -,.-

그래도 요즘은 종종 집어 먹기도 하고,
멸치는 완소메뉴라니,
거의 매일 멸치 반찬은 빠지지 않습니다.

명색이 키톡이니까, 레시피를 올리자면,


1. 멸치와 아몬드를 기름 없는 무쇠팬에 볶아주다가요,
2. 맛간장, 물엿, 마늘주, 설탕, 참기름, 깨소금, 향신즙, 고춧가루 넣고 섞은 양념을 부어서 뒤적이다가 불을 꺼줍니다.

정말 별거 없는데,
아몬드가 톡톡히 제 역할을 하더라구요. ^^










나름대로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하니
신경을 안쓸 수 없습니다.

두릅 데쳐서 초장도 같이 싸놓고
두부 부치고, 두부랑 같이 먹을 볶은 김치랑, 늘 자기 자리 잡고 있는 멸치볶음.
그리고 남편 좋아하는 찹쌀단팥빵이랑, 커피가 담긴 보온병.

저걸 넣은 배낭을 매고
한시간 삼십분 걸리는 출근 전쟁을 치르면서도
도시락을 꼭 싸가야 겠답니다. 그것 참. ^^


참. 얼마전에 제가 올린 글 보고
너무 감사하게도, 주사 맞는데 도움이 되는
무통주사보조기를 저녁바람님께서 보내주셨습니다.

2번만에 성공하신 성공 바이러스도 함께 담아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키톡 덕분에 만난 마음이라,
기념 사진 한장. ^^



집에만 오면 남편이 오락을 하면서도 티비를 보면서도
아령을 하길래, 웬 바람인가 했더니,
나중에 애기 안아주려면 근육을 키워야 한답니다. ㅋㅋ

저는 무슨 연습 해야하나,
도시락 싸는 연습 열심히 하다가
나중에 애기 생겨서 학교 다니면
급식 말고 도시락 싸서 보내주고 싶어요. ^^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라벤다
    '07.4.15 5:37 PM

    도시락은 언제나 정겹지요.
    콩자반 .멸치볶음.담무지.김무침등등..

    야간운전님의 미래의 아이는 엄마가 정성껏 싸준 도시락을 먹으면서
    얼마나 행복해 할까요...
    꼭 소원성취하시기를 바랍니다.

  • 2. 티아
    '07.4.15 7:38 PM

    읽으면서 무통 주사 보조기 보내주신 분의 맘이 참 따듯하게 느껴지네요...~~ 정말 성공 바이러스 팍팍~ 받아서 이쁜 아가가 생겼다는 기쁜 소식 어서 어서 들려주세요...정말 도시락에 정성이 느껴져서...저도 먹고싶네요..학교다닐땐 도시락이 싫었는데...이제..추억으로 느껴져요~~ ㅋㅋ

  • 3. ssun
    '07.4.15 9:43 PM

    저도 요즘 도시락싸서 점심해결하는데요..아무래도 상사분반찬에는 왠지~ 손이 가기가 힘들어지더라고요...왠지 거시기 하더라고요ㅋㅋ 코끼리 도시락 이 쓰여져 있어서 왠지 정감가요~저도 고딩때 계속 검은색코끼리 도시락 들고 댕겼어요..주위에 눈충받으면서..그래도 밥많이 들어가고 뜨끈하고..최고였어요!!

  • 4. 옥토끼
    '07.4.15 11:27 PM

    글도 너무 정겹게 잘 쓰시고,도시락 반찬들도 완전 웰빙 건강식이네요.
    우리 아이도 수업 끝나고 방과후 축구를 하는 토요일에는 도시락을 싸달라고 하는데 광고를 너무 본
    탓인지 반찬 뭐쌀까? 하면 "따뜻한 밤에 스팸~" 이럽니다.ㅋㅋㅋ
    도시락은 사실 싸면서 함께 그 속에 녹아 들어가는 정성 때문에 더 맛있고 정겨운 거 같아요.

  • 5. 야간운전
    '07.4.15 11:49 PM

    쪼그만 디자인회사에 청바지 입고 다니는 이름만 차장인데요, 상사는 상사인 거군요. ^^;;
    근데 검은색 코끼리 도시락 너무 좋았죠. 저도 무거웠지만, 그 도시락 덕분에 대학 들어간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히히.
    옥토끼님, 따뜻한 밥에 스팸~이 정말 맛나긴 하죠. 저도 종종 해먹어요.
    그런데 도시락으로 싸가서 스팸이 식으면 맛이 별로이니 다른걸 싸가거라~ 하고 꼬셔보세요. ^^

  • 6. 초코
    '07.4.16 12:19 AM

    아직 학생인 남편 도시락을 거의 매일 도시락을 싸주는편인데..
    야간운전님 도시락보니 제가홀라당 까먹구싶네요..특히 저두릎..
    전 미국서 시험관해서 지금29주되어가는뎅 저도 한방성공바이러스 드릴께요..
    미국은 바늘도 어찌나긴지 엉덩이 빵구날줄 알았는데 하나두 힘들지 않았어요.힘내세요~~

  • 7. 아짱
    '07.4.16 2:12 AM

    요즘 눈팅만하기도 시간이 짧아 댓글은 엄두도 못내는데
    저의 파워성공바이러스 날려주러 들어왔어요...
    3년전 5월 주사 열심 맞고 한방에 성공...
    이쁜 딸래미 이제 두돌 지났고 두달 후 6월에 자연임신한 둘째 나옵니다...
    뱃속 장군이까지 응원해드릴게요....파이팅!!!!
    아차, 도시락이 알차네요..
    야심한 이 시간에 배고픈 임산부가 딱 먹고 싶은 도시락입니다..

  • 8. 팜므파탈
    '07.4.16 8:05 AM

    울신랑도 중년인데.. ㅋ (30대 중반)
    울신랑한테도 도시락 좀 싸주고싶은데, 회사에서 점심식사 제공이라..
    주사 잘 맞고 계시죵?

  • 9. SilverFoot
    '07.4.16 8:31 AM

    정말 동감 백배입니다.
    저희 남편은 들고 다니는거 싫어라해서 그 점이 다르긴 하지만요.
    저도 어쩌다 샌드위치니 쿠키니 싸서 보내고 나면 주위에서 먹어보고 뭐라고 하는지 너무너무 궁금한데 잘 말을 안해줘요.
    언뜻언뜻 "맛있었어? 사람들이랑 나눠 먹었어? 다들 맛있다고 해?" 물어보면 그냥 "응", "맛있게 먹었어" 정도거든요.
    그러더니 어느날은 왜 항상 맛있는지 물어보냐고 하더라구요.
    꼭 남들은 안그런데 저만 유난이라는 것 처럼.. 참..
    남자들은 왜그리 여자 맘을 몰라줄까요?

  • 10. 둥이둥이
    '07.4.16 1:11 PM

    울 남편도 중년? ^^
    30대 후반 달리고 있거든요...
    오늘은 들깨미역국에 유부초밥 싸주었더니..밥이 꿀밥이라고 문자 왔어요.
    근데, 맨날 혼자 먹어요...
    점심시간에 청소 아주머니가 맨날 들여다본대요...ㅎㅎ

    이쁜 아가..언능 가지세요^^

  • 11. 워니
    '07.4.16 1:43 PM

    야간운전님은..글솜씨가 너무 좋으세요~ 블로그에서도 느꼇지만.. 글들이 재밌고 감동적이고..그래요~
    며칠전부터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쑥스럽기도하구^^ 저도 화이팅 해드릴께요~

  • 12. 야간운전
    '07.4.16 1:55 PM

    화이팅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달려볼랍니다, 아자~ ^^

  • 13. 랑랑
    '07.4.18 1:54 AM

    아 저희 남편이랑 연배가 같으신가봐요.
    근데 전 아직 남편이 중년이라고 생각이 안 들어요. 중년맞는데.

  • 14. 모니카
    '07.6.29 1:09 AM

    저희 남편은 39인 지금 다시 도시락을 싸요. 반찬 고민 많이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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