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와 안맞게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해서 그런가봐요.
서른 중반이니까, 다른 분들도 그러셨겠지만,
고등학교때까지 도시락 두개씩 싸가지고 다니고,
대학 졸업하고 취직해서도
종종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어요.
요즘은
도시락 친구가 없어서 제 도시락을 못싸지만
남편 도시락을 싸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마리아 병원 다녀온 얘기를 했었는데
그때 남편도 정자 검사를 했거든요.
생각보다 정자들이 쌩쌩하다는 결과가 나와서
엇쭈~
했습니다 ^^
그 결과 때문인지,
요즘은 회사에서 몸 안사리고 20대 들이랑 같이 밤새우고 맨날 야근하고 그러네요.
이보시오, 남편, 당신이 아무리 그래도
당신은 중년이오, 몸을 생각하시게...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말은 꾹꾹 누르고 도시락을 쌉니다.
올해 초에 옮긴 회사에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고 어찌나 좋아하던지.
모 백화점 세일 기간에 괜히 귀엽다~ 싶어서
과소비처럼 사들였던 보온도시락이
덕분에 요즘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요즘 일본은 요런 도시락을 많이 쓰더라구요.
뜨거운 물을 담아서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겉통이 있구요,
그 안에 밥을 담은 밥그릇을 넣는건데...
예전에 어깨에 들러메고 다니다가
다리 아프면 가끔 의자처럼 깔고 앉기도 했던
그 어마어마한 무게의 코끼리 도시락에 비하면
보온기능이야 조금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올 겨울은 그리 춥지 않아서 다행이었지요.


사진을 보시고,
재질이 스텐이 아니라서 좀 그렇지 않냐고 걱정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스텐 도시락은 안이뻐요. ㅋㅋㅋ
반찬은 별거 없어요.
요즘 제가 몸을 사리느라 잘 못마시고 있는 네스프레소로 만든 아메리카노를 보온병에 담아 주고요.
워낙 이쁘고 아기자기한 도시락 사진들이 많이 올라와서
저는 그냥 수다나 떨자고 자리 폈습니다.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건
멸치볶음인데요.
같이 먹는 도시락 친구들도 맛있다고 다 같이 모여 앉아서 아껴먹는답니다. ㅋㅋㅋ
첨에 도시락을 싸 보내고는
괜히 할말도 없으면서 전화해서
"도시락 먹었어? 응? 어때?"
하고 물었는데요. 남편 반응은 뭐 별거 없었어요.
잘 먹었어, 맛있었어, 이정도.
사실 저는 같이 먹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의 반응이 어떻더냐, 라는 의도가 강했는데 말이죠.
님들은 안그러신가요?
저는 괜히 그런게 궁금하더라구요. ㅠ.ㅠ
남편이 하도 별 얘기 없기에
어느날 진지하게 물었더니,
사람들이 자기 반찬을 안먹는대요.
왜? 왜 안먹어? 맛 없데?
아니, 그게 아니고, 차장 반찬이라고 손이 안가나봐.
허걱.
그게 또 그런게 있나?
입사한지 몇달 안되고, 나이는 많고, 그러니
젊은 애들이 내외하나보다, 하면서도
갑자기 도시락 싸는 즐거움이 반감되었다고나 할까. -,.-
그래도 요즘은 종종 집어 먹기도 하고,
멸치는 완소메뉴라니,
거의 매일 멸치 반찬은 빠지지 않습니다.
명색이 키톡이니까, 레시피를 올리자면,
1. 멸치와 아몬드를 기름 없는 무쇠팬에 볶아주다가요,
2. 맛간장, 물엿, 마늘주, 설탕, 참기름, 깨소금, 향신즙, 고춧가루 넣고 섞은 양념을 부어서 뒤적이다가 불을 꺼줍니다.
정말 별거 없는데,
아몬드가 톡톡히 제 역할을 하더라구요. ^^





나름대로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하니
신경을 안쓸 수 없습니다.
두릅 데쳐서 초장도 같이 싸놓고
두부 부치고, 두부랑 같이 먹을 볶은 김치랑, 늘 자기 자리 잡고 있는 멸치볶음.
그리고 남편 좋아하는 찹쌀단팥빵이랑, 커피가 담긴 보온병.
저걸 넣은 배낭을 매고
한시간 삼십분 걸리는 출근 전쟁을 치르면서도
도시락을 꼭 싸가야 겠답니다. 그것 참. ^^
참. 얼마전에 제가 올린 글 보고
너무 감사하게도, 주사 맞는데 도움이 되는
무통주사보조기를 저녁바람님께서 보내주셨습니다.
2번만에 성공하신 성공 바이러스도 함께 담아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키톡 덕분에 만난 마음이라,
기념 사진 한장. ^^

집에만 오면 남편이 오락을 하면서도 티비를 보면서도
아령을 하길래, 웬 바람인가 했더니,
나중에 애기 안아주려면 근육을 키워야 한답니다. ㅋㅋ
저는 무슨 연습 해야하나,
도시락 싸는 연습 열심히 하다가
나중에 애기 생겨서 학교 다니면
급식 말고 도시락 싸서 보내주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