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결혼 전 직장생활을 할 때였습니다.
아버지 기일이라 바쁜 엄마를 도와주고 있던
나는 마당에서 커다랗고 잘 생긴(?) 수박을 잘 씻은 후
마루에 오르기 전에
제사상에 쓸 수박을 마당바닥에 냉동이쳤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잔잔하게 부서지지는 않고비록 두쪽으로는 갈라졌지만
제사상에는 간신히 올 릴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쩔 줄 모르고 있던 저에게
평소에는 덤벙댄다고 꾸사리를 하시는
평소의 엄마와는 다르게 웃으면서
예쁜 딸이 그리 했으니
하늘에 계신 아버지도 이해하실 거라면서
제사상에 잘 올리라고 하시더군요.
여름이면 매년 수박을 먹을 때마다
이 일을 떠 올리면서
괜히 아버지에게 미안해집니다.
어느 해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아버지 기일에
올릴 꽃을 장만하려고 꽃집을 갔는데
왠일로 빨간 글라디올러스가 눈에 확 뜨이는겁니다.
너무 예쁜 나머지 평소에 알고 있던 상식도 잊은 채
한아름 사 가지고 보부도 당당하게 집으로 들어 왔는데
엄마가 살짜 저에게 말씀하시기를
기일에는 하얀 꽃을 사용하는데
어쩐일로 빨간 꽃을 사왔느냐고 하시면서
무척 난감해하셨답니다.
비록 제 마음을 제사상에 표현 할 수는 없었지만
빨간 글라디올러스가 그 날 왜 이리도 예뻤는지
지금 생각해 보아도 도저히 알 수가 없답니다.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아버지 기일에
이규원 |
조회수 : 2,785 |
추천수 : 24
작성일 : 2006-10-15 11: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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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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