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이런글 저런질문 최근 많이 읽은 글

이런글 저런질문

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저 이렇게 살고 있어요.

| 조회수 : 2,832 | 추천수 : 8
작성일 : 2007-06-15 01:41:52
집에서 출.퇴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실무교사에서 다른 공부방의 기초학습교사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공부방은 아직도 공사중이라서 수재민 구호소처럼 아무 정신이 없습니다.
부수는 소리가 엄청 나는데도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고 굳건하게 열심히 가르쳤답니다.
도대체 이 공사는 언제쯤 끝날지....
놀이터에서 노는것도 이제는 재미도 없지만 너무 힘들기도 해요~~~~~~

우리 공부방에는 4학년인데 정신연령은 4-5살 쯤 된 남자아이가 있어요.
광엽이라는 아이인데 엄마도 조금 아픈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습니다.
밥 안 준다는 말을 제일 무서워하지요.
식욕을 억제하지 못해 많이 먹는지 팔이 나의 두배가 넘고 손은 얼마나 두둑하고 푸짐한지...
이 두터운 팔을 내 어깨에 턱 얹으면 돌덩이가 얹어 있는것 처럼 든든하다 못해
솔직히 많이 아픕니다.

오늘은 집에 오는데 언제 올거냐고 계속 물으면서 쫓아오려고 해서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모릅니다.
한참 얼러도 안 되고 호통을 쳐도 안 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마침 아이들이 오니까 시선을 그쪽으로 집중하길래 몰래 뛰어왔답니다.
아이를 두고 급한 볼 일을 보러 가는 엄마처럼요,
내일 오지 말고 오늘 또 오래요!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 이모가 되어야 하는데 힘이 드네요.

어떤 남자 아이는 저에게 아줌마라고 놀리는데 무관심으로 대했더니 자기가 먼저 목요일에는 학교에서 늦게 온다고 말하더라구요.
누가 물어봤냐고요?

여자아이들은 벌써부터 안기고 기대고 하는데
남자아이들은 무슨 탐색전을 이리도 힘들게 하는지!!!!!!

첫 출근을 한 날 집에 가려고 하니 한 여자 아이가 토끼풀 5개를 손에 들고 있는겁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그거 선생님에게 주려고 하냐고 했더니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주더군요.
이 수수한 토끼풀이 제 눈에는 그 어떤 화려한 장미꽃다발보다도 예뻐보였습니다.
그 다음날은 토끼풀로 화관, 팔찌, 목걸이, 반지로 헤드를 화려한 공주로 등극시켜 주기도 하고
예쁘게 그린 여자가 저라고 하면서 슬쩍 주기도 합니다.

힘들기도 하지만 가끔은 엉뚱한 행동으로 감동을 시켜주는 이 작은 악동들을 어찌해야 할지
기도 드리면서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풀어나가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공부방은 개신교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데 저는 성당 다닌다고 떳떳하게 알렸습니다.

쉽게 지치지 않고 열성으로 아이들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신정덕
    '07.6.15 10:31 AM

    마음이 여유로운 분이시군요 항상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모든아이들에게도 행복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 2. 파도
    '07.6.15 10:37 AM

    힘내세요*^^*
    이쁜 마음이 글 속에 그대로..파이팅..

  • 3. 강두선
    '07.6.17 6:41 PM

    몸은 힘들어도 보람은 있으지요?
    토닥~

  • 4. 잠오나공주
    '07.6.23 10:56 AM

    안그래도 궁금했었는데...
    잘 하실 줄 알았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35314 스페인 렌페Ave 고속기차 티켓, 봐주시겠어요? yangguiv 2024.11.23 137 0
35313 어느 병원인지 알 수 있을까요? 4 은행나무 2024.11.04 1,118 1
35312 이런 칫솔을 찾고 있어요 2 야옹냐옹 2024.11.04 857 0
35311 세탁실쪽 창문하고 실외기 문짝도 필름하시나요? 1 마리엔느 2024.10.21 505 0
35310 영어책 같이 읽어요 한강작가 책 대거 포함 3 큐라 2024.10.14 787 0
35309 잔디씨 언제 뿌려야 잘 자랄까요? 1 skdnjs 2024.10.14 584 0
35308 독도는 우리 땅 2 상돌맘 2024.08.24 1,166 0
35307 삶이란 무엇인가? 해남사는 농부 2024.08.19 1,668 0
35306 부분 세탁 세제 추천해주세요 5 밥못짓는남자 2024.07.31 1,469 0
35305 최태원과 성경책 4 꼼꼼이 2024.06.02 5,110 0
35304 단독주택 위치 어디가 나을까요 9 Augusta 2024.05.08 5,672 0
35303 사랑니 통증 어떻게 견디시나요 7 클래식 2024.03.25 2,963 0
35302 젊게 사는 것은 나이가 아닙니다. 1 해남사는 농부 2024.03.17 4,676 0
35301 전기주전자 이거 마셔도 될까요...? 3 야옹냐옹 2024.03.13 4,141 0
35300 올 봄 심으려고 주문한 채소 씨앗을 오늘 일부 받았습니다. 1 해남사는 농부 2024.03.12 2,091 0
35299 농촌에서 창업하기 3 해남사는 농부 2024.03.01 3,770 0
35298 남도살이 초대 3 해남사는 농부 2024.02.27 3,386 0
35297 넷플릭스 피클플러스로 쓰는 법 좀 알려주세요. 짜잉 2024.02.20 2,385 0
35296 큰 형수 2 해남사는 농부 2024.02.11 6,026 0
35295 드디어 기다리던 시집이 완성되었습니다. 3 해남사는 농부 2024.02.08 3,133 0
35294 10원 한 장 없어도 살 수 있는 곳이 농촌입니다. 5 해남사는 농부 2024.02.02 7,380 0
35293 옥돔 1 뚱뚱한 애마 2024.01.31 2,382 0
35292 식탁문의 드립니다. 버터토피 2024.01.31 2,028 0
35291 시집을 작업 중입니다. 2 해남사는 농부 2024.01.07 2,732 1
35290 소규모 자영업 하시는 분들 중에 토종참깨. 검정들깨 필요하시면 해남사는 농부 2024.01.04 2,564 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