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출.퇴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실무교사에서 다른 공부방의 기초학습교사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공부방은 아직도 공사중이라서 수재민 구호소처럼 아무 정신이 없습니다.
부수는 소리가 엄청 나는데도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고 굳건하게 열심히 가르쳤답니다.
도대체 이 공사는 언제쯤 끝날지....
놀이터에서 노는것도 이제는 재미도 없지만 너무 힘들기도 해요~~~~~~
우리 공부방에는 4학년인데 정신연령은 4-5살 쯤 된 남자아이가 있어요.
광엽이라는 아이인데 엄마도 조금 아픈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습니다.
밥 안 준다는 말을 제일 무서워하지요.
식욕을 억제하지 못해 많이 먹는지 팔이 나의 두배가 넘고 손은 얼마나 두둑하고 푸짐한지...
이 두터운 팔을 내 어깨에 턱 얹으면 돌덩이가 얹어 있는것 처럼 든든하다 못해
솔직히 많이 아픕니다.
오늘은 집에 오는데 언제 올거냐고 계속 물으면서 쫓아오려고 해서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모릅니다.
한참 얼러도 안 되고 호통을 쳐도 안 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마침 아이들이 오니까 시선을 그쪽으로 집중하길래 몰래 뛰어왔답니다.
아이를 두고 급한 볼 일을 보러 가는 엄마처럼요,
내일 오지 말고 오늘 또 오래요!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 이모가 되어야 하는데 힘이 드네요.
어떤 남자 아이는 저에게 아줌마라고 놀리는데 무관심으로 대했더니 자기가 먼저 목요일에는 학교에서 늦게 온다고 말하더라구요.
누가 물어봤냐고요?
여자아이들은 벌써부터 안기고 기대고 하는데
남자아이들은 무슨 탐색전을 이리도 힘들게 하는지!!!!!!
첫 출근을 한 날 집에 가려고 하니 한 여자 아이가 토끼풀 5개를 손에 들고 있는겁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그거 선생님에게 주려고 하냐고 했더니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주더군요.
이 수수한 토끼풀이 제 눈에는 그 어떤 화려한 장미꽃다발보다도 예뻐보였습니다.
그 다음날은 토끼풀로 화관, 팔찌, 목걸이, 반지로 헤드를 화려한 공주로 등극시켜 주기도 하고
예쁘게 그린 여자가 저라고 하면서 슬쩍 주기도 합니다.
힘들기도 하지만 가끔은 엉뚱한 행동으로 감동을 시켜주는 이 작은 악동들을 어찌해야 할지
기도 드리면서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풀어나가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공부방은 개신교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데 저는 성당 다닌다고 떳떳하게 알렸습니다.
쉽게 지치지 않고 열성으로 아이들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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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저 이렇게 살고 있어요.
이규원 |
조회수 : 2,832 |
추천수 : 8
작성일 : 2007-06-15 01: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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