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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수다와 콩밥과 콩비지로 해먹은 음식들

| 조회수 : 5,570 | 추천수 : 3
작성일 : 2013-12-30 18:05:15

"안녕들 하시지요?"

"무탈하게 지내시고 계시지요?"

오늘은

시골아낙도 이렇게 안부를 여쭈려구요.

어느 고대생의 "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대자보가 큰 이슈가 되었더라구요.

나라의 안녕이 걱정이 되어서

위정자들의 안녕이  걱정이 되어서

이웃의 안녕이 걱정이 되어서

진심으로 안부를 묻고 싶어하는

아들내미와 같은 나이의 속깊은 청년이 순전한 마음으로

주의와 이념에 상관없이 대자보를 써서 붙였을것이라고

그리 생각하면서 읽어 보았었습니다.

사는것이 힘에 부치고

이런저런 발등에 불 떨어진 일들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산 보다  더 높이 쌓여있고

코가 석자로 쭉 빠져있는지라

하여

누구에게 안부를 묻고 자시고 할 여유도 없이

콩쥐야 팥쥐야 하며 동동 뛰고

종종 걸음질로

그날그날 씰죽쌜죽 거려가며 

팍팍하고 야박스럽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옆지기의 친구가

우째 살고 있는지 안부가 궁금하여 지나가는 길이라며

비닐 봉다리를 툭 던져주고 가더랍니다.

농사 지은 서리태 콩 서너되박 싸들고

온다간다 말도 없이 왔다가

슬그머니 가는

오랜 친구의 무심한 안부가

그저 고맙고

깊은 속내가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먹고 사는일이

그리 만만하지도 않고

가슴 시린 일들도 있고

일상생활에 치이고 지쳐 

버겁기도 하여

애매하고 우매하게

애써 모르는척 하기도 하고

애써 못들은척 하기도 하며

애써 외면 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므로

누군가의 안부가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한 되박정도의 서리태 콩을 깨끗하게 씻어 채에 건져 물기를 빼고

약한 불에서 콩껍질이 반으로 갈라지게 볶았습니다.

옆지기의 주전부리입니다.

물도 끓여 마시기도 하고.

쥐눈이 콩도 요래 볶아 주전부리로 먹기도 하고

물을 끓여 마시기도 하고.

쌀과 콩을 깨끗이 씻어 물에 30분 정도  불려

고슬고슬 윤기가 나는 콩밥을 지었습니다.

솥바닥의 누룽지를 끓이는중~

누룽지와 숭늉의 맛이 참 구수합니다.

대두콩 한 되박 정도를 깨끗하게 씻어 물에 충분히 불려서

믹서에 곱게 갈아 콩비지찌개도 끓여 먹고

콩비지밥도 해먹고 콩죽도 끓여 먹었습니다.

묵은 김치는  물에 헹구어 속을 털어내어 송송 썰고

돼지고기도 듬성듬성 썰어 들기름에 볶다가

멸치, 다시마 우린 육수를 자작하게 붓고 다진 새우젓으로 간을 하여 끓이다가

불린 콩을 믹서에 곱게 갈아 바닥이 눌지 않게 저으면서

고소하고 담백하며 부드럽게 끓였습니다.

콩비지찌개를

부드러운 고소한 맛이 우러나오게 끓여 양념간장으로 간을 하여 먹기도 하지요.

멸치와 다시마 우려낸 육수를 밥물로

돼지고기와 표고버섯은 채 썰어 들기름에 볶다가

불린쌀과 콩비지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콩비지밥을 지었습니다.

양념간장에 비벼 먹기도 하고

장아찌를 반찬으로 먹기도 하고.

멥쌀과 찹쌀을 2:1로 섞어 흰죽을 끓이다가

물에 불려 곱게 간 콩물을 붓고 끓여 소금간을 하고

한소큼 더 끓여 고소하고 부드러운 콩죽을 끓였습니다.

좋은 식기에

잘 차려진 밥상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때에   따끈한 밥을 짓고

밥상을 차릴  수 있어

오늘도 나는 안녕하다고

안녕히 지내고 있다고 말하려구요.

떨어진 꽃이 못내 안쓰러워

밥 그릇에 물을 담고  띄워 놓았습니다.

밥 그릇으로 쓰이는 질박한 그릇이

꽃 한 송이로 화기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구색이 맞아야만 보기 좋은것도 아닌거 같습니다.

시골아낙의 다락방 ~   http://blog.daum.net/ys726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조아요
    '13.12.30 8:46 PM

    부드럽고 고소하고 따끈한 비지찌개 넘 먹고싶네요^^
    어릴때 유난히 입이 짧았는데 그나마 잘먹던 음식이 비지찌개였어요ㅋ

  • 시골아낙
    '14.1.2 4:59 PM

    겨울이면 콩을 물에 불려 한 웅큼씩 냉동 시켜놓고
    이렇게 저렇게 해먹게 되더라구요.
    두부를 만들고 남은 비지가 아닌지라
    더 고소하고 부드럽기도 하고.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2. 이플
    '13.12.30 9:00 PM

    비지찌개랑 콩죽은
    정말 맛나보이네요..!!

  • 시골아낙
    '14.1.2 5:00 PM

    요즘처럼 쌀쌀하고 추운날에
    고소하고 담백하고 부드럽게 끓여 먹는 콩죽도 먹을만하고
    콩비지찌개도 뜨끈하게 속도 따뜻해지고요 ~

    새해에는 마음의 소원 모두 이루시기를.

  • 3. 꽃편지
    '13.12.31 12:17 AM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밥상이네요.
    젊은날에는 양식스타일에 한껏 멋진 상차림에
    눈길이가더니..이제 중년이 되니 엄마가 차려주셨던
    나물에 따끈한 찌개가 있는 밥상에 더 눈길이 가네요.

  • 시골아낙
    '14.1.2 5:02 PM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릴적의 먹기 싫어하던 음식들이 기억되어지고
    먹고싶어지더라구요.
    고맙습니다.

    쌀쌀하니 춥더라구요.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평강하세요.

  • 4. 순덕이엄마
    '13.12.31 1:40 AM

    이 글보고 방금 전 콩비지찌개 해 먹었어요.
    아후 넘 맛있어서..ㅠㅠ 겨울음식 딱!이네요^^

  • 시골아낙
    '14.1.2 5:04 PM

    오늘아침에는 대두콩 두어되박 물에 담가 불려서
    콩을 곱게 갈아 이웃아낙들집에 퍼돌렸답니다.
    아마 오늘 저녁에는 친하게 지내는 이웃아낙들 집집마다
    돼지고기 숭덩숭덩 썰어넣은 담백한 콩비지김치찌개가 밥상위에 올려질것 같아요.

    순덕이어머니~
    올해도 기쁘고 감사드리는 복된 한 해 되세요.

  • 5. 부관훼리
    '13.12.31 1:13 PM

    비지가 이남식 맞지요? 저 어릴때 집에서 하던 비지하고 많이 틀리네요.
    근데 더 맛있을듯... ^^;;

    검정콩밥 먹고싶다. ^^

  • 시골아낙
    '14.1.2 5:06 PM

    두부를 만들고 남은 껄끌껄끌한 비지보다는
    고소하고 부드럽고 더 담백한 맛이 있지요.
    이렇게 직접 콩을 물에 불려 곱게 갈아 해먹으면.

    부관훼리님의 좋은 글과 그림은 언제나 웃음이 있어 참 좋습니다.
    하나님의 평강이 넘치며
    복의 근원을 이루는 가정 되세요.

  • 6. 가루설탕
    '14.1.2 12:58 PM

    어쩌다 집에 검정콩이 생겼는데
    밥도 해먹구 누룽지도 끓여야겠네요
    누룽지 먹으려면 냄비밥 해야는거죠?
    에고 비지도 먹고싶픈데 콩 사야겠죠?
    시골아낙님 음식들은 웰케 먹고픈거죠? 흐흐

  • 시골아낙
    '14.1.2 5:10 PM

    검정콩도 물에 불려 비지찌개 해먹어도 되구.
    콩죽도 끓여 먹어도 되구.
    콩밥으로 누룽지를 만들면 더 고소하고 맛도 있구요.

    맛있게 봐 주시니 그저 고맙습니다.

    오늘 저녁은 매생이 떡국 끓여 먹으려구요.
    황태채 넣고.

    가루설탕님~~
    날마다 복되고 복된 날들 보내세요.

  • 7. 양파궁뎅이
    '14.1.3 12:25 AM

    콩요리전문점에 가서 먹어본 콩죽맛을 잊지 못했었는데~~
    꼭 만들어 먹어야겠어요. 추운 겨울 잘 어울리는 콩 요리들 감사합니다 ^^

  • 8. 청은보라
    '14.1.4 8:19 PM

    콩을 물에 불려 그냥 갈은 건가요?
    전 항상 삶아서 갈았었는데 그냥 갈아도 되는 거였군요.
    훨씬 간편하겠어요+_+
    비지찌개 킬러인데 당장 해먹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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