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도 "카레"는 분명 먹을 거 없을 때 갖고 있는 재료만으로 "뚝딱" 만들어
하얀쌀밥에 수북히 덮어서 먹던 그런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네요.
하지만 그 행복했던 시절엔 불행하게도 카레가 얼마나 "근사한 음식"인지 몰랐었지요.
왜? 그땐 카레 만드는 게 정말 별거 아니었거든요.
"카레,나와라 뚝딱!!"하면 어렵지 않게 그땐 나와줬으니까요.
하지만 요즘 저에게 카레는 먹고 싶다는 생각을 두 서너 달을 하고 큰 마음 먹고 또 먹어야 해 먹을 수 있는
자취녀의 별미,일품스페셜 음식이 됐네요.
왜? 이젠 재료가 넘치게 있어도 나의 수고와 노력을 플러스 하기 싫거든요.
더우면 더워서, 추우면 추워서....이 지금은 춥고 번거로워서가 이유!!
슬슬 추워지니 꼼짝하기는 더 싫은데 입맛은 더 돌아서 큰일이예요.
많이 생각하고 생각해서 만든 카레, 많이 기다렸던 만큼 너무 만족스런 비쥬얼과 맛이더라구요.
저 이젠 "카레"하나에도 함박웃음 짓고 무지무지 행복해 하는 늙은 처녀귀신이랍니다.
카레도 다 각각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카레는 이래요.
1. 야채는 모양 일정하게 각지게 잘게잘게 썰고...
2.기름지지 않고 걸쭉하면서도 진하고...
3.고기의 기름이 질퍽하게 씹히지 않고...
4.야채,특히나 감자가 너무 익어 사각 감자가 동그란 감자모양이 되지 않아야 하고..
5.젤 중요한 점!! 한 두 번만 딱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너무 많지 않은 양의 카레를 원츄!!원츄!!
그렇게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카레가 먹고 싶다.먹고 싶다."란 생각을 2달 여 전 부터 했었는데..
이렇게 저렇게 하다보니 며칠 전에야 "카레 먹고 싶다."에 겨우 마침표를 찍게 됐네요.
비쥬얼 어떤가요?
맛은 제가 봤으니까 비쥬얼 좀 봐주세요?
카레라이스에 뭘 넣으면 맛있을까요?
기본 야채 이외에
기름기 없는 쇠고기,돼지고기 ,버섯(특히나 표고버섯이 들어가면 맛있더라구요.),고기 대신 스모크햄,비엔나,스팸을
넣을 수도 있고요,두부,어묵도 넣을 수 있고요....
들어갈 수 있는 재료는 너무 너무 많잖아요.
저도 이것저것 넣어서 맛을 봤었는데요...이번 카레라이스엔 "찰옥수수"를 넣어봤어요.
(사실 이 옥수수는 쪄서 먹고 먹고,또 찌고,쪄서 먹다가 남은건데 어찌하다보니 상태가 이렇게 된터라
버릴까? 어쩔까? 수십 번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안 버리길 잘 했더라구요.)
카레라이스에 들어가는 야채야 넣기 나름인데요..
저는 감자,당근,애호박,돼지고기,찰옥수수 알맹이만을 넣었어요.
우선 옥수수를 뺀 나머지 재료를 기름 약간 두른 팬에 볶아 줍니다.
볶을 때 약간의 후추와 혹시 모를 돼지 냄새를 잡기 위해 약간의 다진마늘을 넣었어요.
모든 재료의 크기는 고기를 제외한 옥수수 알맹이 정도 크기로 맞춰 썰었구요...
고기가 흰색깔을 띄게 익으면 물과 분말 카레가루와 스틱 카레를 반반씩 넣습니다.
저는 진한 소스를 좋아해서 카레가루만 넣으면 제가 원하는 소스맛이 나질 않아서 고형 카레도 섞어
넣고 진하게 소스를 만들었어요.
이렇게 하면 훨씬 제가 원하는 카레 맛에 가까워요.
카레가루를 넣고 보글보글 어느 정도 끓어 농도가 걸쭉해지면
이때 옥수수알맹이를 넣어 줍니다.
(옥수수를 쪄서 먹고 남은 익은 거라 나중에 넣었어요.안 익은 옥수수면 미리 넣으세요.)
옥수수 알맹이 보이시죠?
옥수수를 넣고 바닥이 눌지 않게 가볍게 좀 더 끓여 준 후 불을 끄면 됩니다.
너무 국물이 많아도,너무 묽어도,너무 야채의 양이 없어도 많아도 맛이 좀 덜 하잖아요.
저는 제가 딱 좋아하는 국물과 농도가 나왔어요.
적당히 걸쭉하면서도 야채도 넉넉하고 모양도 그대로 살아있는 카레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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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구두구...그럼 카레라이스는 무슨 반찬과 먹어야 맛있나요?
단무지? 피클?....저는 김치랑 먹어야 역시나 젤 맛있더라구요.
여린 열무를 통째로 담근 알맞게 익은 통열무김치가 있어서 곁들였어요.
짜잔....알맞게 익은 열무김치랑 맛있게 먹으면 굿!!
한 번은 밥과 김치랑 맛있게 먹고 한 번 더 먹을 양의 카레는 또 밥과 먹기 싫어서 카레우동 생각이 나서
"카레소면"으로 먹어봤어요.
여름에 퍼펙트 오이로 담갔던 나름 "할라피뇨"를 꺼내서 맛을 봤지요.
기다리고 기다리다 꺼내보니 이렇게 됐더라구요.
보기엔 할라피뇨 같죠?
아삭아삭 무르지 않고 나름 할라피뇨 맛은 나더라구요.
우동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없으니 대신 소면에 맛을 봤는데요..
반찬으론 먼저 맛을 봤던 통열무김치도 맛은 있었지만 역시나 소면을 먹을꺼니까 무생채랑 고추절이를
곁들였지요.
소면은 삶아서 우선 찬물에 헹군 후...
면이 여름같지 않고 너무 차가우면 맛이 덜하니까 미지근한 물에 다시 한 번 헹궈 너무 차갑지 않게 했어요.
소면에 카레 한 번 살짝 데워서 ..
비빔하면 이런 느낌인데요, 길고 엉키는 면은 다 좋아해서 그런지
아님 "카레우동"을 좋아해서 그런지 소면카레도 맛있었어요.
소면과 카레소스를 같이 드실 땐, 면의 물기를 잘 제거해 주시고 카레소스는 밥보다 좀 더 넉넉히..
너무 되직하면 물을 약간 더 넣고 살짝 끓여 농도를 맞추세요.
큼직하게 썰은 야채를 넣고 넉넉히 끓여서 여러번 데워 먹어야 맛있다는 분들 많으신데요,
저는 카레는 딱 한,두 번만 맛있게 먹고 말끔하게 솥 설거지 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이번엔 욕심부리지 않고 적당량만 해서 면과 밥에 딱 맞게 2끼 해결 잘 했네요.
점점 날씨가 쌀쌀해져가니 몸은 더 움직이기 싫어서 카레를 큰 맘 먹고 해서 맛봤는데요...
역시나 오랜만에 많이 고민(?)한 후 만들어서 그랬는지 맛있더라구요.
만들어만 놓으면 한그릇으로 카레보다 더 훌륭한 게 또 뭐가 있겠어요.
카레소스랑 먹는 밥과 면,두가지 다 맛있어요.
친구들과 단풍놀이 며칠 가실 때 힘들게 곰국 한솥 끓여 놓고 가지 마시고 올 해엔 카레 한솥 끓여 놓고 맘 편히 다녀오세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