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무우청김치

| 조회수 : 16,278 | 추천수 : 5
작성일 : 2013-09-14 08:11:43

내농장 9월은 밤이 넌더리나게 떨어지는 계절입니다.

줍고 줍고 또 줍고......

 

 

9월초부터 10월중순까지는

하루종일 밤수확에 몰두해야 하는데

저녁이면 모가지 아래로 쑤시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ㅠㅠ

 

 

겨우내 팔이 빠지도록 고지톱을 붙들고 통사정을 한 덕분에

밤알은 많이 굵어졌고 수량은 적어진......

그래서 밤수확작업이 한결 수월합니다.

가격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고......

 

 

 


밤수확이 최우선이다보니

배추밭에 벌레를 잡아 줄 시간이 없어

배추밭은 메뚜기 귀뚜라미들의 천국입니다.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이미 화학비료인 요소를 한차례 뿌려주어

진한 녹색빛이 나는데 비해

퇴비만으로 키우는 저희배추는 아직도 빛깔이 연합니다.

 

문득 '진짜채소는 그렇게 푸르지 않다'는

책제목이 떠오릅니다.

 

여기저기 600포기를 심어 겨우내 닭들에게 먹여야 할 것들인데

이래서야 제대로 수확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무우밭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벌써 솎아주기를 했어야 했는데

밤수확땜시 시간이 없어 미뤄두었더니

광녀 산발하듯이......

 

이것도 겨우내 닭먹이로 쓸 것들인데

1,200개를 심었는데 발아가 않된 것들이 많아

1,000개나 수확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솎아낸 무우는 대부분 달구들 간식으로 주고

일부는 무청김치를 담갔습니다.

 

 

 



완성된 무청김치~

연한것이 약간 구수한 맛이 난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철에 즐길수 있는 별미이기도 하고

어쨌거나 맛이 쥑입니다.

 

애비의 맛있다는 얘기에 아이들도 덩달아 무청김치로 급쏠림~

 

아이들도 솎아온 무청을 함께 다듬고 해서인지

더 맛있게 먹는 모양입니다.

 

 

 


농장 여기저기에는 취꽃이 한창입니다.

올봄 산불에 타죽은 나무들이 흉물스럽게 버티고 서있는 중에도

취나물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았네요.

 

집안의 화초처럼 굳이 정성들여 돌보지 않아도

녀석들은 그저 묵묵히 제 갈길을 가기에

야생의 꽃들은 더욱 애착이 가고

더 아름다워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름답게 꽃을 피우고 씨앗을 퍼뜨리고

그래서 봄이면 향긋한 취나물을 나눠주고......

 

이제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썩은 경제의 끝자락을 지나며

많은 분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새벽은 다시 돌아오는 법이니......

하루빨리 암울한 시대가 지나가고

모든 이들이 함께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싶습니다.

 

Merry 추석~ 되세요~~~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낸시킴
    '13.9.14 8:37 AM

    혹시 충남 공주 정안면은 귀농하기에 좋은곳인가요? 요즘 귀농하고 싶어서 알아 보는 중입니다.
    아이들 데리고 살기에도 안심이 되는 곳인지 알고 싶어요.
    무청김치도 햇밤도 너무 예쁘고........딱 게으른 농부님처럼 살고 싶어요.
    요즘 마음도 심란하고 게으른 농부님 글 읽다보면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 게으른농부
    '13.9.17 3:53 AM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귀농하기에 괜찮은 곳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귀농은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농사라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라서요.

    다음블로그 숲속자연농원에 들어가 보시면 허접한 제 일상이 있습니다.
    혹시 귀농에 참고가 되실런지 모르겠습니다. ^ ^

  • 2. 작은언덕길
    '13.9.14 8:39 AM - 삭제된댓글

    광녀 산발하듯이..
    덕분에 혼자 낄낄거리며 웃었네요.
    가을은 수확의 계절. 넘 바쁘셔서 허리 필 시간도 없으시겠군요.
    갑자기 꼬소한 찐밤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는거 같습니다.
    언제즈음 저 탐스런 한국밤을 원없이 먹어볼수 있을런지....

  • 게으른농부
    '13.9.17 3:55 AM

    밤수확이 시작되는 9월초부터 10월중순까지는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쁘답니다.
    외국에 계시니 더욱 고향이 그리우시겠어요.
    주소 알려주시면 조금이라도 보내드리고 싶은데......

  • 3. 파주힐링
    '13.9.14 10:18 AM

    밤알이 참 탐스럽네요. 우리집은 올해 무 200평 식재했어요 ㅎㅎ 저번주에 솎아주고 김치해먹었는데 요즘 제대로 맛들어서 저녁마다 김치말아먹고있어요 ^^

  • 게으른농부
    '13.9.17 3:57 AM

    200평이면 꽤 많은 양이네요. 저희는 거의 텃밭수준이라......ㅠㅠ
    정말 요즘 무청김치맛이 제대루~ 죠.
    저희가족도 그 맛에 푹 빠져 있습니다. ^ ^

  • 4. 샤프연필
    '13.9.14 11:37 AM

    내가 좋아하는 취나물을 선사하는 취꽃이 저렇게 생겼군요 ㅎㅎ
    맛있는 밥상에서 숟가락 얹어 함께 먹고싶어요
    정겨운 풍경입니다

  • 게으른농부
    '13.9.17 3:59 AM

    취는 가녀린 여인네같은 꽃모습과는 달리 생명력이 상당히 강한 모양이예요.
    한번 자리잡으면 번식력도 강하고......

    숟가락만 가져오세요. 젓가락은 저희가 준비하겠습니다. ^ ^

  • 5. 월요일 아침에
    '13.9.14 1:08 PM

    농부님은 허리가 끊어지도록 힘들게 일하고 계실텐데 글만 읽으면 농부님 입담에 재미있고 구수하다는 생각만 드네요.
    함께 무청 다듬고 먹을 줄 아는 건강하고 예쁜 아이들과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 게으른농부
    '13.9.17 4:01 AM

    ㅎㅎ 정말 요즘은 허리가 끊어질 정도입니다.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꼬득여 무청다듬는 것도 어렵던데요. ^ ^
    이제 추석이 낼모레네요. 즐거운 명절 되세요~ ^ ^

  • 6. nature1214
    '13.9.14 1:56 PM

    밤고장답게 탐스러운 밤이네요. 취꽃은 언뜻보면 구절초와 비슷하게 보이는데 더 여리고 작은듯 합니다.
    소박하고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삶이 느껴져서 부럽구요. 막 담근 열무김치 죽여주는 맛은 안먹어도 알것같아요. 그나저나 정성들여 키운 닭들이 낳은 달걀은 얼마나 맛날까요.

  • 게으른농부
    '13.9.17 4:05 AM

    말씀처럼 이곳은 밤수확이 한창입니다.

    달걀~ 실제로 보시면 실망하실런지도 모릅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공장식축산의 계란에 길들여져있고
    소위 전문가들이란 분들의 좋은 계란의 기준도 거기에 맞춰져 있거든요.

    마치 공산품이나 가공식품처럼 보기에는 좋은데 몸에는 좋지못한......
    농업에 관한 정부의 생각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게 많이 아쉽습니다. ^ ^

  • 7. 낸시킴
    '13.9.15 1:37 AM

    우리 아이들이랑 비슷한 또래 같은데....김치도 잘먹고 예쁘네요.
    이제 도시 생활에 지쳐서 저런 사진만 봐도 힐링됩니다.
    추석 잘 보내세요.게으른농부님!

  • 게으른농부
    '13.9.17 4:06 AM

    이제 다섯살 열한살 그렇습니다.
    결혼이 늦은 덕분에 칠십은 되야 손주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ㅠㅠ

    낸시킴님도 명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 ^

  • 8. dudejrrp
    '13.9.15 2:18 PM

    늘 들어와 읽기만 하다 갑니다^^ 가족에게 좋은알을먹이고싶어 저도 닭을 몇마리 키우는데 자연부화로 식구가 늘어나네요 겨울을 맞이한적이 없어 올겨울 채소는 어찌 먹여야할지 배추 무 보관하며 먹이는 방법좀 알려주세요 ^^

  • 게으른농부
    '13.9.17 4:09 AM

    무우는 구덩이를 파고 프라스틱농산물박스에 담아 차곡차곡 쌓아서 보관합니다.
    배추는 양이 많아 그냥 밭에 냅두고 언것을 썰어서 주는데 그래도 잘 먹더라구요.
    그리고 보리와 밀을 조금 일찍 심어두시면 닭들이 겨울을 이겨내는데 많은 도움이 되실거예요. ^ ^

  • 9. 장구봉
    '13.9.16 9:45 AM

    잘 읽고 있습니다.

    밤 수확이 풍성하게 생각되어 기쁨만 느끼기엔 농부님의 노고가 넘 많은것 같습니다..

    추석명절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 게으른농부
    '13.9.17 4:11 AM

    대부분의 농민들이 그렇듯 밤농사도 제값받기가 그리 쉽진 않은가봐요.
    그래도 올해는 주변의 다른농가보다 조금 시세를 잘 받는 편이라......
    그런말 있잖아요. 남자의 행복은 동서보다 주급 10센트 더 받는 것이라는...... ^ ^

    장구봉님도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 ^

  • 10. 름름이
    '13.9.16 11:48 AM

    저 생밤 바로따서 까먹는거 무지 좋아하는데요 ㅠ 무청김치 정말 맛있어보입니다. 초여름 열무 어린잎 솎아서 애호박넣고 된장에 무친반찬이...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갑자기 집에가고 싶어지는 사진들이네요. 농부 님, 풍요로운 추석되시길! 올리시는 글, 항상 팬으로서 사랑합니다.

  • 게으른농부
    '13.9.17 4:14 AM

    헉~ 팬~~~ 아휴~ 너무 감사합니다. ^ ^
    일하다가 알밤 몇개주워 까먹는 맛도 참 괜찮죠.
    열무어린잎 된장에 무쳐...... 침넘어가네요. 내년엔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름름이님도 행복한 추석되세요~ ^ ^

  • 11. 깡통
    '13.9.16 1:08 PM

    글을 재밌고 맛깔나게 쓰시네요^^

    농부님 언제 오시나 기다렸습니돠.

    달구들이 부러워요!!

    추석 잘보내세요!!!!!!!!!

  • 게으른농부
    '13.9.17 4:18 AM

    에휴~ 과찬의 말씀을......
    닭들이 어리버리한 동업자만나 초창기에 고생 많이 했답니다.

    님도 명절 잘 보내세요~ ^ ^

  • 12. 리에논
    '13.9.23 3:51 AM

    게으른 농부님, 반갑습니다.
    님이 올리신 게시물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와서 찾아서 읽습니다.
    무우청 김치도 맛있어 보입니다.
    고단하셔도 아무쪼록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게으른농부
    '13.9.23 9:50 PM

    감사합니다.
    리에논님도 언제나 행복한 마음으로...... ^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087 맛있게 먹고 살았던 9월과 10월의 코코몽 이야기 13 코코몽 2024.11.22 5,691 0
41086 82에서 추천해주신행복 39 ··· 2024.11.18 11,794 4
41085 50대 수영 배우기 + 반찬 몇가지 35 Alison 2024.11.12 14,031 5
41084 가을 반찬 21 이호례 2024.11.11 10,046 2
41083 올핸 무를 사야 할까봐요 ^^; 10 필로소피아 2024.11.11 8,010 2
41082 이토록 사소한 행복 35 백만순이 2024.11.10 8,655 2
41081 177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10월 분식세트= 어 김.. 12 행복나눔미소 2024.11.08 3,457 4
41080 바야흐로 김장철 10 꽃게 2024.11.08 5,698 2
41079 깊어가는 가을 18 메이그린 2024.11.04 9,924 4
41078 드라마와 영화속 음식 따라하기 25 차이윈 2024.11.04 8,620 6
41077 아우 한우 너무 맛있네요.. 9 라일락꽃향기 2024.10.31 7,566 2
41076 똑똑 .... 가을이 다 가기전에 찾아왔어예 30 주니엄마 2024.10.29 10,203 6
41075 10월 먹고사는 이야기 12 모하나 2024.10.29 7,276 2
41074 무장비 베이킹…호두크랜베리빵… 12 은초롱 2024.10.28 6,552 5
41073 오랜만이네요~~ 6 김명진 2024.10.28 6,160 3
41072 혼저 합니다~ 17 필로소피아 2024.10.26 6,179 4
41071 이탈리아 여행에서 먹은 것들(와이너리와 식자재) 24 방구석요정 2024.10.26 5,151 3
41070 오늘은 친정엄마, 그리고 장기요양제도 18 꽃게 2024.10.22 10,122 4
41069 무장비 베이킹…소프트 바게트 구워봤어요 14 은초롱 2024.10.22 5,650 2
41068 만들어 맛있었던 음식들 40 ··· 2024.10.22 8,583 5
41067 캠핑 독립 +브라질 치즈빵 40 Alison 2024.10.21 6,071 7
41066 호박파이랑 사과파이중에 저는 사과파이요 11 602호 2024.10.20 3,478 2
41065 어머니 점심, 그리고 요양원 이야기 33 꽃게 2024.10.20 6,260 6
41064 고기 가득 만두 (테니스 이야기도...) 17 항상감사 2024.10.20 4,170 4
41063 오늘 아침 미니 오븐에 구운 빵 14 은초롱 2024.10.16 7,863 2
41062 여전한 백수 25 고고 2024.10.15 7,513 4
41061 과일에 진심인 사람의 과일밥상 24 18층여자 2024.10.15 8,533 3
41060 요리조아 18 영도댁 2024.10.15 5,503 3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