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먹어야 산다~

| 조회수 : 11,992 | 추천수 : 1
작성일 : 2013-08-02 18:32:34


방학을 맞으신 조상님들은

마님과 함께 기차타고 외가로 떠나시고

홀로남아 산채를 지키던 나날들~

 

출타하시며 그냥 가실 마님이 아니시기에

장마철에 장작을 거의 다 썼으니 보충해 놓으라시고......

 

 

 

 


습하고 더운날씨에 땀은 삐질거리는데

그렇게 방수공사 하자가 생겨도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으니

어디다가 하자보수해달라 손내밀곳도 없고......

 

그래도 타이밍은 정확한 배꼽시계가 뻐꾹대고 있으니

풋고추 몇개 따다가 찬밥에 물말아 아침을 때웁니다.

 

 

 

 

 


2% 부족한듯하여

오전참에 먹을 옥수수도 미리 먹어치우고......

 

 

 



3년간 정들었던 솥단지가 밑창에 구멍이 나서

새로 장만한 솥에 청치를 앉히고 청치밥을 합니다.

 

더운날  아궁이앞에 앉아 장작불을 지피며 밥하는 것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따뜻함의 정도를 가늠하기 힘듭니다.

 

 

 

 

 



나름 부지런히 움직이며 땔깜을 준비하지만

얇은 반팔티셔츠는 뭔노무 새로운 패션인지

온통 땀에 흠뻑젖어

거울에 비친 모습은

제눈에도 보기 거북한 몸통라인이 드러나는 상황에

 

오전내 마련한 땔깜은 사진처럼 코딱지 반만큼이랑

불소시개로 사용할 잔가지 몇박스정도입니다. 

 

 

 

 



전날 저녁에 싸온 밥은

깜빡하고 더운데 놓아둔 덕분에 상해버려

할수없이 냄비밥을 했습니다.

 

요리는 못해도 밥짓기는 나름 자신이 있었는데

코펠에 지은 밥은 아주~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삼층밥의 시대는 지나갔나니~

 

까만색에서 노란색까지 두루 아우른 색감에

생쌀에서 부드러움을 거쳐 탄내가 진동하는 식감에

종합예술의 경지를 창조하였으니......

 

에라이~ 이노무 손모가지를 그냥 콱~ ㅠㅠ

 

달구들 청치밥은 눈감고도 하는데

왜 하필이면 내가 먹을 밥은 이꼬라지로......

 

 

 

 



그래도 안먹을 수는 없는 일이니......

 

꽁치김치찌개에 풋고추 몇개 따서 억지로 억지로

입에 쑤셔넣다시피 코펠을 비웠습니다.

 

 

 

 



오후의 일과는 콩순따주기입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윗밭과  새로만든 밭의 서리태와 백태는

-유해조수방지용 울타리를 허들쯤으로 여기는-

고라니놈들이 아작을 내서 따줄것도 없고

 

산채주변의 텃밭만 순지르기를 하는데

그것도 장난이 아닙니다.

 

시기를 놓쳐 칡넝쿨마냥

혹은 미친년 머리끄댕이처럼 뻗은 콩순을

포기마다 손으로 살살 끌어모아

인정사정 볼것없이 전지가위로 팍팍 잘라냅니다.

 

그렇게 잘라낸 콩순은

작두로 잘게 잘라 달구들 간식으로 먹이고

 

거의 홀딱벗은채 옆으로 누운 콩대는

다시 흙을 북돋아 제대로 일으켜 세워주는데......

 

내 몸은 웬지 슬슬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왼종일 땀에 찌든내가 몸에 밴 하루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차린 저녁은 진. 수. 성. 찬~

 

 

 


된장과 고추장을 풀고

감자와 호박, 돼지고기를 썰어넣은 토장국은

돌아가신 부모님이 여름이면 즐겨드시던 음식입니다.

 

물론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저 또한 상당히 좋아하는 메뉴~

 

 

 


술안주감으로 만들어 놓은 김치등갈비찌개는

2등으로 밀려 김치만 몇조각 먹고......

 

 

 



이것저것 배가 터지도록 먹고 상을 물리니

텅빈 집안에 웬지모를 쓸쓸함이 엄습합니다.

 

여보~  얘들아~   벌써 보고싶다아~

웬만하면 하루이틀 있다가 빨랑와라아~~~ ㅠㅠ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산들바람
    '13.8.2 7:50 PM

    사진솜씨, 글솜씨가 훌륭하십니다.
    하실 일을 흐트러짐 없이 차근차근하시고 가족을 그리워하시는 모습에서 미소가 지어집니다.
    절대로 게으른 농부는 아니신것 같습니다. 건강하세요.

  • 게으른농부
    '13.8.5 9:12 AM

    에구~ 과찬의 말씀~ 부끄럽습니다. ^ ^

  • 2. 작은언덕길
    '13.8.2 8:47 PM - 삭제된댓글

    농부님의 글 정말 좋아 합니다.
    계속 입가에 웃음을 짓게 만드시는군요.
    청치밥으로 농부님의 첫글을 읽었었는데 말이죠..

    저도 어릴때 어머님이 끓여 주셨던 , 멸치 다시마 넣고 시원하게 국물 내어 감자, 호박 숭숭 썰어 넣고 고춧가루 풀고 마지막에 두부 넣어서 먹었던 매콤한 감자찌개가 그리워 끓여 먹곤 합니다.
    특히나 이렇게 비가 오는날은 특히나요...

  • 게으른농부
    '13.8.5 9:15 AM

    ㅎㅎ 감사합니다.
    어머니의 손맛은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하는 것인가봐요.
    저도 비가오면 어머니의 파전 수제비...... 항상 그립습니다. ^ ^

  • 3. 동아마
    '13.8.2 9:19 PM

    농부님 글은 언제라도 반갑습니다.
    그런데 콩잎을 왜 따시는지요?
    열매가 더 튼실해지나요? ㅎ

  • 게으른농부
    '13.8.5 9:15 AM

    에구~ 감사합니다.
    콩잎을 따주면 콩이 많이 열린다고 합니다. ^ ^

  • 4. 열무김치
    '13.8.3 12:24 AM

    시골엔 일이 이렇게나 많네요,.. 고라니가 콩순 따주는게 고마울 지경이네요. (아닌가요 ?ㅎㅎ)
    오이지 물에 둥둥 ~~맛있겠어요, 가지도 척척 찢어서 무쳐 두시고...
    다 사모님이 만들어 놓고 가신 거지요 ?

    마지막에 마님 보고 싶다고 울부짖으시는 거 상상하니 웃음이 히히히히히

  • 게으른농부
    '13.8.5 9:17 AM

    ㅎㅎㅎ 이럴땐 고라니가 콩순 먹어치우는 것이 고맙기도 하죠. ^ ^
    농사일이란게 중노동이다보니 아내가 항상 먹는것에 많이 신경을 써줍니다.
    그거 챙기는 것도 보통일은 아니죠. ^ ^

  • 5. 화안
    '13.8.3 6:06 AM

    모두 제철음식인 건강식이군요~
    게으른농부님이 아니시고
    혼자서도 잘 하시는 부지런한 농부십니다.^^

  • 게으른농부
    '13.8.5 9:18 AM

    ㅎㅎ 참 잘했지요? ^ ^
    좀 더 게으르게 살고 싶은데 그게 잘 않되네요. ^ ^

  • 6. 코스모스
    '13.8.3 9:43 AM

    농부님 ~~ 반가워요. 안그래도 소식이 궁금했습니다.
    더운날 불피우는 어린시절의 따스함의 정도를 제가 알지요.
    잘 챙겨드시고 이 더운여름 얼릉 이겨내십시오. 화이팅.~~~

  • 게으른농부
    '13.8.5 9:19 AM

    너무 오랜만이죠?
    코스모스님도 더위에 건강 잘 챙기세요~ ^ ^

  • 7. 프레디맘
    '13.8.3 7:47 PM

    저도 주말인 오늘 오전 내내 잡초 뽑고 달팽이 잡았는 데
    피곤해 낮잠까지 잤네요 ㅅ.ㅅ
    저녁먹어야 겠는 데 남은 카레밥과 라면 중 고민 중이예요
    마나님 일찍 오시길요!

  • 게으른농부
    '13.8.5 9:20 AM

    에휴~ 잡초...... 더운날 풀뽑기 정말 너무 싫어요. 땀에 모기에......ㅠㅠ
    마님은 제가 처가 올라가 모시고 내려왔답니다. ^ ^

  • 8. 푸른솔
    '13.8.3 10:16 PM

    찜통 같은 더위에 장작패시느라 수고 많으셨네요. 시골 일이라는게 끝이 없이 고단하고
    수확은 미미 하지요. 저희 본가는 오늘 양배추를 심었답니다. 매년 팔월초 최고 휴가철에.
    저도 밥해드리느라 땀으로 목욕을 했지요. 부디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해서 울 부모님 노고에
    보답이 되었으면 바래봅니다. 남편후배는 올 양파농사에 들인돈 반도 못건지고 빚만 삼천만원
    늘었다네요. ㅜㅜ 정말 인건비, 씨앗값등등 너무 비싼데 비해 값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보니 농촌에서는
    몸만 힘든것 같아 마음이 몹시 아픕니다. 농부님 건강챙기면서 일하세요.

  • 게으른농부
    '13.8.5 9:25 AM

    지인분의 친구가 올해 덜컥 귀농을 했는데
    감자심어 종자값도 못벌고 옥수수는 멧돼지들이 망쳐놓고
    이제 근근히 풋고추팔아 생계를 유지하는데 벌써 농사를 접어야 하나 고민중이라고 하더군요.

    20여년 전에 농산물 최저가보상제를 건의하기도 했었는데
    그렇게되면 중간상인들의 이익이 줄고 정치인들의 자금조달이 줄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로하신 농촌의 어르신들은 선거때만 되면......ㅠㅠ

    정치가 국민의 행복을 가로막는 현실이 개탄스럽습니다.

  • 9. 마음
    '13.8.14 12:36 PM - 삭제된댓글

    고추장이 맛깔스럽게 생겼는데 어디 상표인지 알려주세요. 감자고추장 찌개에 감자,호박,대파,풋고추 2개,양파 쑹덩썰어서 고추장과 된장 약간하고 물부어 부글 끓어오르면 돼지고기 앞다리살 두툼하게 썰은거 넣어 푹 고듯이 끓이면 매콤하니 맛있어요. 저도 좋아하는 메뉸데요.
    찜통같은 더위에 건강하세요^^

  • 게으른농부
    '13.8.15 3:29 PM

    저 고추장 쌈장 죄다 공장표입니다.
    장모님표 장을 아껴 먹으면서 콩새님 경빈님같은 분들의 장맛을 가끔 맛보는데
    요리솜씨만큼 장맛도 출중하다 싶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088 파이야! 고독은 나의 힘 2024.11.30 28 0
41087 맛있게 먹고 살았던 9월과 10월의 코코몽 이야기 20 코코몽 2024.11.22 8,452 2
41086 82에서 추천해주신행복 43 ··· 2024.11.18 14,023 7
41085 50대 수영 배우기 + 반찬 몇가지 37 Alison 2024.11.12 15,738 6
41084 가을 반찬 21 이호례 2024.11.11 10,556 4
41083 올핸 무를 사야 할까봐요 ^^; 10 필로소피아 2024.11.11 8,465 5
41082 이토록 사소한 행복 36 백만순이 2024.11.10 9,115 4
41081 177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10월 분식세트= 어 김.. 12 행복나눔미소 2024.11.08 3,621 6
41080 바야흐로 김장철 10 꽃게 2024.11.08 5,987 4
41079 깊어가는 가을 18 메이그린 2024.11.04 10,076 5
41078 드라마와 영화속 음식 따라하기 25 차이윈 2024.11.04 8,859 8
41077 아우 한우 너무 맛있네요.. 9 라일락꽃향기 2024.10.31 7,804 4
41076 똑똑 .... 가을이 다 가기전에 찾아왔어예 30 주니엄마 2024.10.29 10,399 8
41075 10월 먹고사는 이야기 12 모하나 2024.10.29 7,383 2
41074 무장비 베이킹…호두크랜베리빵… 12 은초롱 2024.10.28 6,639 5
41073 오랜만이네요~~ 6 김명진 2024.10.28 6,203 3
41072 혼저 합니다~ 17 필로소피아 2024.10.26 6,244 4
41071 이탈리아 여행에서 먹은 것들(와이너리와 식자재) 24 방구석요정 2024.10.26 5,237 3
41070 오늘은 친정엄마, 그리고 장기요양제도 18 꽃게 2024.10.22 10,215 4
41069 무장비 베이킹…소프트 바게트 구워봤어요 14 은초롱 2024.10.22 5,689 2
41068 만들어 맛있었던 음식들 40 ··· 2024.10.22 8,716 5
41067 캠핑 독립 +브라질 치즈빵 40 Alison 2024.10.21 6,145 7
41066 호박파이랑 사과파이중에 저는 사과파이요 11 602호 2024.10.20 3,517 2
41065 어머니 점심, 그리고 요양원 이야기 33 꽃게 2024.10.20 6,338 6
41064 고기 가득 만두 (테니스 이야기도...) 17 항상감사 2024.10.20 4,232 4
41063 오늘 아침 미니 오븐에 구운 빵 14 은초롱 2024.10.16 7,931 2
41062 여전한 백수 25 고고 2024.10.15 7,608 4
41061 과일에 진심인 사람의 과일밥상 24 18층여자 2024.10.15 8,647 3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