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맛폰 밧데리는 전기로 충전하고
금잔화 이파리는 아침햇빛으로 충전합니다.
충전중 표시가 보이지요.
충전중일 땐 잎이 밝은 색으로 변하고
터치하지 않아도 꽃이 벌어집니다.
프로그램이 저절로 실행되는 거지요.
< 어이~~ 거기서 머해? >
< ㅎ >
< 머하냐구? >
< ㅎㅎ >
< 웃지만 말고~ 머하냐구? >
< ㅎㅎㅎ >
< c罰...대답도 안하고...잘난척 하기는... >
< ㅎㅎㅎㅎ >
< 웃지마~ㅋㅋㅋㅋ... 나 밭에 갔다 올께~>
오전내내 감나무 밭에서 일하고 집에와서 밥을 먹어야 하는데...
뭘해 먹지?
혼자 먹는데 귀찮다고해서 더이상 라면 끓여먹지 않겠노라고
즐겁게 요리해서 제대로 된 점심밥을 먹겠노라고 결심하고,
이름하여 거창한 산채장미꽃비빔밥을 만들어 먹은지 벌써 삼일이 지났다.
작심삼일. 말 그대로 나는 어제 그제 라면 끓여 먹었다.
물만두를 몇개 넣어 먹긴 했지만 귀차니즘이 도진 것이다.
그런데 아침햇빛 받으며 일하다 내가 광충전이라도 되었는지
오늘 점심은 또다시 요리에 도전해보자는 의욕이 생긴다.
지난 번 장미꽃으로 부침개다 샐러드다 비빔밥까지 해먹으며
장미꽃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요리에 대해 아내와 이야기 하던 중
야채와 장미꽃을 드레싱해서 먹으면 괜찮을 것이다 하는 말이 나온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의 점심 메인메뉴를 장미꽃 드레싱으로 결정했다.
밀짚모자에 장미이파리 조금 담아오고
텃밭에서 모듬채소와 쑥갓을 조금
앞마당에서 하얀민들레 이파리를 조금 뜯었다.
민들레 뜯다가 뽕나무가 눈에 들어오길래
즉흥적으로 뽕잎 여린 걸로 몇장 따고 오디도 한그릇 털었다.
(이렇게해서 게릴라 점심을 만들어 먹는구낭~~ㅎㅎ)
시골에 이사온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는 주변에 지천으로 보이는 오디로
효소도 만들고 쨈도 만들고 생과도 즐겨 먹었는데
한동안 안먹다가 오랫만에 먹어 보는 거 같다.
시골 이사온 첫해 밭에서 일하다 갈증이 나 밭둑에 있는 뽕나무에서
오디를 한주먹 털어 먹은 적이 있다.
목이 어찌나 말랐던지 아이구 달고 맛있다 하며 우적우적 씹어 먹다가
에 퉤퉤...퉤에퉷....
목이 말라 급히 먹느라 오디에 노린재가 붙어 있는 것도 모르고 먹다가
노린재도 씹어 먹은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사흘간 밥을 제대로 못먹었는데 왜냐하면 그 뒤 사흘간은
뭐든 먹기만 하면 노린재맛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치킨을 먹으면 노린재 치킨맛, 냉면을 먹어도 노린재 냉면맛,
맥주를 마셔도 노린재 맥주맛...
무엇을 먹어도 노린재 맛이 살아나는 것이었다.
노린재는 가히 곤충계의 스컹크라고 할만했는데
그 이후로 나는 오디를 별로 즐겨먹지 않게 되었고
가끔 먹어도 노린재만은 철처히 색출하였다.
드레싱할려고 냉장고를 살펴보니 스윗크림 드레싱이라는 게 보이고
허니머스타드라는게 또 하나 보인다.
둘중에 하나를 넣으려고 다시 살펴보니 허니머스타드는
<야채야 친해지자~>라고 되어있고, 스윗크림 드레싱은
<신선한 과일샐러드에~>라고 되어있다.
꽃이파리 상추 쑥갓은 야채이고 오디는 과일이니
걍 둘다 넣기로 결정.
척척 드레싱하여 오늘의 주메뉴 완성.
야채 장미꽃 드레싱 레시피
장미꽃이파리 색깔별로 두세장씩
모듬상추 10장
쑥갓 한줌
하얀민들레 이파리 5장
뽕잎 2장
오디 25알
스윗크림 드레싱
허니머스타드
그데 오늘의 주메뉴는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지않아
어제 저녁 마트에서 사다 먹은 회초밥을 벤치마킹하여
사이드 메뉴로 꽃초밥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밥을 되게하여 꽃밥을 말았다.
근데 장미꽃잎을 말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한련화를 몇장 따와서 말아보니
꽃이 나팔모양이라 꽃초밥 말기에 아주 적격이다.
밥도 조미를 하던지 소스를 넣던지 해서 꽃잎을 말아야 할 것 같은데
두가지 이유로 나는 걍 맨밥을 말기로 결정했다.
첫번째 이유는 배가 너무 고파 빨리 먹고 싶었던 것.
두번째 이유는 조미고 소스고 뭘 어떻게 해야할지 아이디어가 없었던 것.
장미와 한련화 꽃초밥 레시피
꼬들꼬들한 밥 일인분
장미꽃이파리 9장
한련화꽃 3장
배가 고파 후다닥 꽃밥을 말고 드레싱한 주메뉴랑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솔직히 먹기전에 내가 오늘도 괜한 짓 했구나
걍 밥해서 김치랑 냄비에 남아있는 된장데워 먹을것이지
한 시간 가까이 시간을 들여가며 내가 무슨 짓을 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먹어보니 홋~~맛있다. 맛이 있어도 너어무~너무 맛있다.
꽃밥이랑 드레싱한 거랑 와구와구 먹고 나서도
바닥에 남은 드레싱에 밥이랑 오디 꽃이파리 몇장을 리필하여 먹었다.
( 리필하여 먹은 것은 사진이 없음. 사진을 찍어야 할 손보다
먹는 입이 더 빨라서 머리가 생각했을때는 이미 설거지중.ㅋㅋ)
근데 어떻게 된 건지 설거지하는데 싱크대 창문에 노린재가 한마리 보인다.
오디에 딸려왔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내가 노린재를 잡아먹는다는 소문을 들은건지
이넘은 도망갈 길을 찾느라 무척 당황해하는 거 같다.
( 노린재야~나도 니가 무서워~~
도대채 어떻게 들어온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