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눈이 어두운 사람을 길치라하고
기계 만지는데 재주없는 사람을 기계치라 한다.
노래 못하는 사람은 음치
요리 못하는 사람은 요리치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이 네가지 모두 나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나는 이 네가지가 부족한 네가지 없는 남자다.
그런데 오늘은 부족한 네가지 중 한가지에
도전해 보려고 하는데
요리치협회 라는게 있다면 회장이라도 맡아야될 내가
요리를 해보겠다는 것.
오늘의 미션은 내가 먹을 점심으로
장미꽃이 든 꽃비빔밥을 만드는거다.
오늘 휴일인데 아내는 어제 서울 동창회 모임에 가고
어제 저녁 이후로 나혼자 밥을 먹고있다.
(효린아~~ 너만 너혼자 밥을 먹는게 아니야~~
나도 나혼자 밥을 먹고~
나혼자 TV보고~
나혼자 커필 마신다.~
옴 마이 보이~~ㅋㅋ)
솔직히 장미꽃으로 부침개니 샐러드니 하고 두번 우려 먹었으니
<이제 고마해라~ 마이 해묵었다 아이가~> 하는 말을
들을만도 하지만
내 이름 석자를 걸고 약속한다.
이걸로 삼세판 마지막이다.
더 이상은 장미 꽃잎 몇장 넣고
장미 국수니 장미떡뽁이니 하며
먹는걸로 장난치는 일이 없을 것임을
엄숙히 맹세하는 바이다.ㅋ
걍 라면 하나 끓여 먹으면 번거롭게 사진찍을 일도 없고
설거지도 간단히 끝날 것을 굳이 만용을 부려보는 것은
나도 이제 좀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
혼자 먹는다고 맨날 게을러게 라면만 끓여 먹을게 아니라
번거롭더라도 아니 즐겁게 요리를 해서 제대로된 밥을 먹고
어쩌면 가족을 위해 요리도 한번 도전 해보고싶다는 ...
쉽지야 않겠지만 못할거도 없지 않는가?
더군다나 입맛 까다로운 큰 대딩은 기숙사에 있고
작은 아들은 군인가 있어 여건도 나쁘지 않다.
근데 사실은 믿는 구석이 있다.
올 봄에 다래 순이랑 취나물로 묵나물을 만들어 놓은게 있는데
여린 순으로 만든 거라 저걸로 산채비빔밥을 만들어 먹어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던 거다.
비빔밥 어려울거 뭐 있능가?
밥에 산채나물 넣고 고추장넣고 쓱쓱 비벼주면 되지?
근데 막상 실제로 요리를 할려고 달겨더니 당황스럽다.
밥은 다 되었는데 말려놓은 나물을 걍 넣을 수는 없는 일이고
물에 불려 넣어야하나 아님 다시 데쳐서 넣어야하나?
고민하다 냄비에 물을 끓이고 데쳐보기로 결정.
취나물과 다래순을 한줌씩 덜어 끓는 물에 데치고
하나씩 맛을 보니 취나물은 부드럽고 다래순은 안부드럽다.
여기서 갈등. 더 데쳐야하나? 말아야하나?
(우정을 따르자니 사랑이 울고~ 사랑을 따르자니 친구가 우네~~)
이건 며칠 전 마을 사람들과 관광버스 탔을 때 들은 노래고,
다래 순에 맞춰 더 끓일 수도 없고 그만 둘 수도 없어 고민하다
공평하게 이분 더 데치고 불을 꺼 버렸다.
그리고 다시 맛은 보지 않았다.
여기서 배운 요리팁 하나. 각종 나물은 따로 데쳐야 한다.
데친 나물을 밥에 넣으려다 얼마전 운봉에서
먹은 산채비빕밥 차림이 떠올랐다.
그 때 먹은 비빔밥 상차림은 직접 채취했다는 나물이
일곱 여덟가지 나왔는데 나물이 물기가 없이 나왔던 것.
나는 번거롭긴 하지만 제대로 된 요리를 위해
데친 나물을 걸럼망에 펼치고 마당에서 물기를 말리기로 한다.
굳이 이럴 필요까지 있나 고민하다
대충 말리기로 감각적인 결정을 내림.
(배가 고파 감각적인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오늘 산채장미꽃비빔밥을 만들면서 가장 잘한 일은
삽겹살을 넣은것.
냉장고에서 고추장을 꺼내다가 삽겹살이 있는 걸 발견한 것이다.
비빔밥에 소고기나 육회가 들어간 것은 먹어봤지만
삼겹살이 들어간 것은 못먹어 봤는데
비빔밥에 삼겹살이 들어가면 안된다는 법이 없으니
안될거 뭐 있는가.
나는 기꺼이 넣기로 결정.
작게 잘라서 노릇노릇하게 구웠다.
몇번의 고민스런 결정과 감각적인 선택 과정을 거치면서
드디어 고추장을 넣고 비비기 직전까지 진행.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해 참기름을 넣으려고
찬장을 뒤지다가 결국 찾지못하고 대신 들기름을 찾아 듬뿍 부었다.
그리고 색색의 장미꽃잎을 넣어 비빌려고 하는데
뭔가 빠진 거 같은 허전함.
도대채 뭐가 빠졌을까 하고 고민하는데...
아~~ㅋㅋ 저넘이 알려주능구나~~
나는 등구할매댁 장닭을이 우는 소리를 듣고 빵 터져버렸다.
이 장닭을은 장닭갑과 암닭 사랑싸움에서 패하고 격리수용된 뒤
시도 때도 없이 꼬끼오 하고 울어대는데,
마침 내가 계란이 생각나지 않아 고민하고 있을 때 울어준 것이다.
(그러고보니 장닭을도 나혼자 밥을 먹고~~
나혼자 울고불고 하능구나~~ㅋㅋ)
나는 배가 고파 계란을 대충 부치고 익기도 전에
던져넣고 비벼
드디어 오늘의 미션 완성.
이름하여 산채 장미꽃 비빔밥 레시피
밥 일인분
다래순 한줌
취나물 한줌
삼겹살 한줌
들기름 듬뿍
계란 한개
고추장 한 숟가락
장미꽃잎 몇장
서울서 12시 고속 타고 내려오고있는 아내에게 문자보냈다.
점심 먹었어?
아니 호두과자 삿어 버스안에서 먹으려고.
난 장미비빔밥.
좋것다.
담에해줄께.
맛잇을라나? 저녁에 해줘.
먹고있는데 괜찮네.저녁에해줄께.
기대되네 ㅋㅋ
ㅋ. 일단 기대는 접어 두시고....
어제 잠 잘못자서 졸려.밤에 ㅠ아이스커피 마셔서 그런가 저녁을 부탁해.
네~~마님. 정성껏 차리겠습니다.
준비 철저히 하게나~ 마당쇠 세프.
네~~마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