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에게 봄이란
가슴설레이며 씨앗을 심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길어진 해그늘만큼
몸뚱이 성할날 없는 인고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살아가고 싶지만
때로는 저 텅~ 빈 접시의 계란노른자 흔적처럼
마음 한켠에
무언가 앙금이 남기도 합니다.
그 앙금의 원인은 고등어구이~
투박한 손모가지로 공연히 프라이팬수납칸을 만든것도 아닐진대
형편없는 요리실력에 해먹을 수 있는 것은
-특히나 한밤중이거나 새벽녘이거나 지가 코골이 삼매경에 빠졌을 때에-
오로지 계란후라이거나 라면이
내 허기를 채울 전부인 것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태연하게 고등어 구운 후라이팬을 닦지도 않은채
슬그머니 계란후라이팬자리에 밀어넣은 덕에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기아에 허덕이며
한밤중 고등어 비린내가 진동하는 계란후라이를 먹어야 하는 이 설움이랄까~
너네 엄마도 그러니?
너한테 달콤한 먹이라고 하면서 슬그머니
다리에 백설탕 잔뜩 묻힌 꿀벌을 잡아다 주지는 않디~?
(욘석들은 이번에 농장 천막한켠에서 부화한 박새 다섯마리......)
때로는 가난한 농부의 식탁에 걸맞지 않는
그런 배부른 밥상이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어쩌면 모자란듯 텅빈 그릇처럼
그렇게 텅빈 마음이었으면
그렇게 텅빈 식탁이었으면 싶기도 합니다.
어떤 믿을만한 통계에 의하면
우리가 식료품의 구매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의료비의 지출과 매우 정비례적이라고 합니다.
실은 의료비의 지출비율이 점점 더 높아지지만......
한편 경제성장률이 우리의 식탁의 질을 높이지 못하는 것처럼
혹은 무한경쟁이니 하는 정신 낫자루빠진 짓거리들이
우리모두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시선이 엉뚱한 곳에 쏠려 있는 사이에
몸은 아니면 정신은 다른 곳으로 흐르는 것은 아닌지......
우리의 식탁도
아니면 우리의 마음도 우리 사회도
처음부터 다시 텅빈 밥그릇에서부터 시작해서
보다 충실하게 올바른 것들을 채워감이 옳지 않을까
그래서 채우지 못한 옳은 것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또 그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채우도록 함이 옳지 않을까~
에이~ 시원하게 열무물김치 국물이나 들이켜야 겠습니다.
농부의 봄은 참으로 멀기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