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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당쇠네 밥상(조청과 시루떡이 있는)

| 조회수 : 10,561 | 추천수 : 5
작성일 : 2013-01-16 13:28:50

 

올 겨울은 눈도 많고 추위도 심하네요.

지난번 가장 추웠던 것이 영하 25도였으니

강원도 산골 못지 않은 날씨였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많이 푸근해져 산골살이가 한결 수월합니다.

 

 

윗 사진은 장모님이 몇일 와 계시면서 마님께서 챙겨주신 점심도시락~

힘든일하니 먹는거 잘 먹어야 한다는 장모님 말씀에 ......

 

그런데 장모님과 온천 다녀오면서 사온 저노무 순대국~

아산에 살때 단골로 다니던 집이 있어 오는길에 사오라 했었습니다.

그때는 사골국물을 우려내서 참 좋았었는데

요즘들어 손님이 많이 늘면서 조미료로 맛을 내는 모양입니다.

네가 사오라 했으니 끝까지 책임지라고 도시락에까지...... ㅠㅠ

 

그리고 저녁은 삼겹살구이~

농사일하려면 채식으론 않된다는 장모님말씀에 일주일간 매일 먹다시피 했는데

원래 고기를 좋아해서 그런지 질리지도 않습니다.

 

요즘 즐겨먹는 것은 배추쌈~

비닐하우스안에 널부러진채 꽁꽁 얼어붙은 배추를 뽑아다 먹는 중입니다.

못생긴게 맛은 훨씬 더 좋습니다. 

 

식품회사 고추장은 이제 밥상에서 퇴출~

 

 

 

날이면 날마다 하는 일이  달구들 따까리~

청치밥을 하고 배추며 무우 썰어 먹이고 개울물 길어오고

매일같이 청치밥을 하려면 장작도 많이 필요하니

매일 장작패서 쌓아두고......

 

전에는 장작을 팰때 도끼를 사용했는데

요즘은 손도끼를 사진처럼 대놓고 망치로 톡톡 쳐서 쪼갭니다.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 잔머리...... ^ ^

 

 


요즘은 눈이 조금씩 녹기 시작하면서 밤나무전지도 겸하는 중입니다.

지난해 태풍에 쓰러지고 부러진 밤나무들도 정리하고......

굵은 나무중에 생나무는  건조시켜 표고목으로 사용하고

마른나무는 지게로 져다가 장작으로도 씁니다.

 

나무에 기대선 기다란 알미늄막대기는 고지가위라고해서

끝에 톱날과 전지가위가 달려 있습니다.

길게 펼치면 6미터까지 늘어나 높은 곳의 나무를 자를때 편리합니다.

 

산아래를 내려다보면 가슴이 뻥뚫리는게 참~  좋은디

산윗쪽을 바라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저걸 언제 다햐~ ㅠㅠ

 

그나마 다행인 것이 3만평짜리 사려고 했을때 마님이 극구 말리지 않았으면

아마 지금 어느 땅속에 들어가 제사밥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래저래 할일도 많은데 경운기까정 속을 썩입니다.

시동불량~

 

겨울이니까 그러나보다 싶었는데 며칠전부터 아예 시동불능~

어제는 맘먹고 경운기를 수리하기로 했습니다.

농장으로 출근하는 길에 농기계대리점 들러 부품을 사려하니

 추운겨울날 지붕마저 엉성한 모습이 불쌍해 보였는지

중고부품을 그냥 가져가라고 줍니다. ㅠㅠ

 

배터리도 완충시켜서 냉각수통에 뜨거운 물 들이붓고 시동을 거니

걸릴듯 말듯 하면서 용용죽겠지~

 

부란자 청소해서 조립하고 시동을 거니 또 용용죽겠지~

노즐 청소해서 시동을 거니 또 그지랄~

 

이젠 제 대굴빡에서 시동이 걸립니다.

내 오늘 이거 못고치면 오함마로 두들겨 부수고 새걸로 산다~

 

에어크리너, 소음기, 헤드, 엔진룸......

죄다 뜯었다 다시 붙이기를 반복하기를 세시간여~

 

농장아래 새로 집짓고 이사오신 형님이 와서 엔진오일을 살펴보더니

"이거 헤드카스켓이 나갔구먼~"

ㅋ~  이래서 이웃을 잘 만나야 합니다.

잽싸게 농기계쎈터에서 가스켓사다가 갈아끼우니 일발시동입니다.

 

형님과 기쁨에 넘친 하이파이브를 하고 얘기를 하다보니

이형님이 기계계통에 도사입니다.

아싸~  며칠있다가 관리기며 엔진톱등등등등 형님네 마당에다가...... ^ ^

  

 

 

 

한편 비닐온실의 표고는 정중동입니다.

자라긴 자라는데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

3Kw 전기난로까지 피워가며 통사정을 해보지만

봄되기전에 따먹긴 글렀습니다. ㅠㅠ

 

 


엊저녁 밥상~

서방 알기를 사흑싸리 껍데기로 아는지......

 

낮에 얻은 시루떡을 조청에 찍어 먹습니다.

참 오랜만에 어릴적 기분을 느껴봅니다.

조청을 하는 날이면 엄니는 밤새 아궁이앞에서 불을 피우셨는데......

저 맛난 조청을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을텐데

그걸 그냥 보내주신 82의 어느 회원님께 감사드립니다.

 

딸래미는 아예 떡으로 저녁을 대신합니다.

어후~  저 허옇게 치켜뜬 눈......

생기기는 애비를 닮았는데 요즘들어 늘어나는 잔소리가 지엄마......

저게 쬐끔 더 크면 집안에 강적이 둘이 되니......ㅠㅠ

 

 



저녁식사를 마치고 거실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마님께서 와인한잔 하자고......

 

얼레?  병따개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그려~  내 팔자에 뭐 우아함이라곤 코딱지만큼도 없으니

마개에 전동드릴로 피스를 박아서 우악스럽게 펜치로 돌려 뺐습니다.

 

마님은 마님답게 와인잔에 우아하신척 드시고

당쇠는 당쇠답게 맥주잔으로 벌컥벌컥~

 

하긴 뭐 생겨먹은게 단순무식이니......

이걸 뭔 맛으로 마신댜~  해가면서 한병 가볍게 해치웠더니

아침에는 입안이 깔깔하고 머리가 지끈~

 

에이~  오늘은 양조장가서 막걸리나 받아다 먹어야지~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코스모스
    '13.1.16 1:46 PM

    농부님 점심은 맛나게 드셨나요?
    와인병에 꽂아논 피스보고 웃음이 납니다.
    옛날에 저희 신랑도 와인따는 것이 없어서 궁리끝에 피스꽂고 한 옛추억이 생각나네요.
    늘 즐거운 웃음 감사합니다.
    궁금한점요. 농부님이 기르시는 닭의 계란은 어디서 구매하나요?

  • 게으른농부
    '13.1.16 10:07 PM

    덕분에 점심 잘 먹었습니다. 경운기 수리하는데 2-300정도 들거라고 했다가
    6천원주고 고쳤다고 하니 도시락이 달라지네요. ^ ^

    계란은 봄이 올때까지 주문불가입니다. 죄송합니다.
    다음블로그 숲속자연농원에 달구들 얘기가 있는데 제가 생겨먹은것처럼 허접한 얘기들입니다.
    아무래도 올해는 달구들 새식구를 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ㅠㅠ

  • 2. 여우
    '13.1.16 2:10 PM

    농부님~~^^ 올해! 건강하시고요~^^
    좋은글! 맛난밥상! 많이 올려주세요~~^^

  • 게으른농부
    '13.1.16 10:08 PM

    에휴~ 주댕이만 나불거리고 맛난밥상은 없고......
    올해는 마님과 함께 열심히 해볼랍니다.
    여우님도 행복한 한해 되세요~ ^ ^

  • 3. 까이유
    '13.1.16 2:17 PM

    따님이 너무 예뻐서 제 눈이 갑자기 커졌어요^^
    넘 예쁜딸 이네요^^

  • 게으른농부
    '13.1.16 10:10 PM

    저녀석이 지엄마 하는짓을 닮아 어찌나 잔소리를 해대는지......
    근데 술을 줄여야지 하는데도 저녀석이 저녁밥상에 꼭 소주를 올립니다. ㅠㅠ

  • 4. 룰룰루
    '13.1.16 4:41 PM

    처음엔 게으른농부님 사진들이 익숙하지 않았는데요. 보면 볼수록 오리지날 시골생활이라는게 느껴집니다.
    이미지가 갈수록 정이 드네요..가끔씩 올려주는 정보 감사합니다^^

  • 게으른농부
    '13.1.16 10:11 PM

    생겨먹은게 원래 시골스럽거든요.
    마빡위의 지붕이 아주 신통치 못하답니다.
    그나마 농사일을 하면서 머리가 쬐끔 나기 시작하네요. ^ ^

  • 5. 지혜맘
    '13.1.16 5:21 PM

    어머나 딸님이 정말 이뿌고 야무지게 생겼네요..
    근데 농부님을 닮았다고요? 에이 ~ 마님을 닮았겠지요 ㅎㅎㅎ
    그래도 장모님이 최고시네요 힘들일 하신다고 괴기만 귀주시니..
    울 어머님들은 남자들 고기 못먹음 절대 힘도 못쓰고 일도 못 하는줄 아시지요.
    울 시어머님만해도 전 비만이라고 고기 줄여야 한다고 하면 남자가 나가서 일하려면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난다고 저한데만 머라하세요..

  • 게으른농부
    '13.1.16 10:17 PM

    ㅎㅎㅎ 마님닮은 것은 잔소리쟁이......
    저 닮은 것은 머리좋고 공부 아주~ 잘 하는거~~~ ^ ^*

    근래에 채식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힘이 없어진다는 것이예요.
    요즘처럼 일이 비교적 한가한 시기에도 만보계를 차보면 하루 최하 3만보는 족히 걷습니다.
    농사일에 치중했던 선조들이 왜 그리 술을 드시고 고기에 집착했었는지 이제 조금 이해가 가는 중입니다. ^ ^

  • 6. 몽이사랑
    '13.1.16 7:47 PM

    경운기와 사투를 벌인 글에 피식피식~ 웃음이 나네요^^
    빌딩숲에서 사는 저에겐 눈덮인 산에 풍경이 마이 부럽습니다..
    예전글에 반소사 돼지글을 보고 몇일전 주문을 했습니다~ 아직 꺼먹이는 도착전이구요^^
    귀한 먹거리를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게으른농부
    '13.1.16 10:23 PM

    진짜 좋은 먹거리를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
    제 수준으로는 그걸 다 이해시킬수 없어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저는 아마 자연농업과 관행농업의 중간단계쯤에서 만족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농민도 소비자도 타협을 하는 시간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올바른 먹거리는 우리가 아닌 우리 아이들 이후의 세대에게 불행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고
    좋은 소비자에게 더 감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생산자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소비자가 없으면 요즘처럼 그냥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흔하거든요.^ ^

  • 7. 20년주부
    '13.1.16 9:08 PM

    하하 너무 재미있어 정신없이 읽었네요 ( 힘드셨을텐데 죄송~ )
    오호 따님이 똘망~ 똘망~ 너무 예뻐요

    저희집도 병따개가 실종되어 못따고 있는 와인있어서 한번 도전해볼랍니다.

  • 게으른농부
    '13.1.16 10:29 PM

    똘망한것이 시방 옆에서 북북 방귀를...... ㅠㅠ

    혹여 피스로 않되시거든 그냥 뚜껑을 때려박아 병속에 빠뜨린채 드시거나
    아니면 채를 받쳐 놓으시고 병 옆구리를 망치로 툭 쳐서 깨뜨려서 드시는 것도......
    제가 항상 이모냥 이꼴로 삽니다요 . ㅠㅠ

  • 8. candy
    '13.1.17 9:17 AM

    그래도 와인 맛있을 것 같아요^^

  • 게으른농부
    '13.1.18 5:46 PM

    저는 그래도 소주가 더 좋습니다. ^ ^*

  • 9. 부겐베리아
    '13.1.17 10:25 AM

    용용 죽겠지^^
    한~ 참을 웃습니다.
    따님이 피부도 뽀~얗고 야무질것 같아요;-
    옛날생각 납니다.
    엄마가 초청이며 엿을 고으시느라 아궁이 앞에서 계속
    불을 때시고 방 아랫목은 뜨거워서 앉을 수 없던...
    농부님이 올리시는 글과 사진에 지나간 과거로 시간여행합니다~~~

  • 게으른농부
    '13.1.18 5:47 PM

    ㅎㅎㅎ 정말 열받아서 혼났습니다.
    조금은 불편한 삶이었지만 그래도 옛날이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

  • 10. 중국발
    '13.1.17 11:42 AM

    건강하고 얼굴 빨간 전형적인 시골아이가 아니네요ㅋㅋ
    (왠지 개콘의 네가지 버전 중 하나처럼^^)
    윗님말대로 뽀얗고 야무진 소녀네요
    너무 이쁩니다
    항상 건강한 생활을 위해 땀흘리며 일하시는 모습에 사진과 글만 봐도
    청정해지는 느낌입니다^^

  • 게으른농부
    '13.1.18 5:49 PM

    저 속에 묻여 일할때는 모든 상념이 사라지고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 ^

  • 11. livingscent
    '13.1.17 10:37 PM

    역시 사위 사랑은 장모님이시네요^^
    저도 친정엄마가 와 계신동안엔 엄마 눈치 보면서 남편에게 잘 해준답니다..ㅎㅎ
    안그러면 엄마가 엄청 야단치시거든요, ㅎㅎ

    저 시루떡 너무 먹고 싶어요.
    전 한국 살적에 이사온 사람이 돌리는 시루떡이 너무 맛있어서
    맨날 누가 이사왔으면 했었어요 ㅎㅎ

  • 게으른농부
    '13.1.18 5:49 PM

    ㅎㅎㅎ 저희만 그런게 아니군요.
    그나저나 외국에 계시면 우리음식이 더 그리우시겠어요.
    며칠만 외국나가도 김치가 그립던데......

  • 12. 간장게장왕자
    '13.4.1 5:53 PM

    우와 정말맛있어보이네요 침이 꼴까닥 넘어가내여 대박입니다 ^^ 언제한번 먹어봐야 할것갇은 마음뿐
    으아 먹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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