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새해 첫날~ 당쇠의 점심(군고구마)

| 조회수 : 6,250 | 추천수 : 4
작성일 : 2013-01-02 00:33:54

 

새해를 맞아 일출을 보는것은 물건너 남의 일인것마냥

오늘도 변함없이 숲으로 향했습니다.

눈이 쌓인 숲속은 아름다움을 넘어

마법의 숲과 같은 신비로움마저 더해주는데

 

가파른 진입로에 정강이까지 빠지는 눈길은

이젠 징그러움마저 더해줍니다.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던 어느날

진작에 얼어붙은 창고앞 물호스가 부러웠던지

닭장마당의 물호스까정 꽁꽁 얼어버려

이제는 물장수까지 겸해야 합니다.

 

이게 뭐 대동강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 북청 물장수도 아니고......

 

개울가에 설치한 집수통까지 푹푹 빠지는 눈속을 헤치며

하루 대여섯차례의 물지게질......

미치겠습니다.

 

이러다가 콧구멍속의 콧물까지 얼어버리게 생겼습니다.

지기럴~

 


새해 첫날이니

떡만두국을 끓여서 도시락을 싸준다는

마님의 호들갑을 무시하고

오늘도 배낭에 고구마만 몇개 집어 넣었습니다.

 

달구들 청치밥을 하느라 아궁이에 불을 지필때

기냥 몇개 던져 넣으면 지들이 알아서 자알~ 익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쌓인 눈 덕분에

요즘은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표고목채취도 중단되었고

밤나무전지는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놈의 배꼽시계는 왜그리 정확한지......

때가되면 반드시 무언가를 먹어줘야 하고......

 

그래도 오늘처럼 눈이 내리는 날~

(오늘은 눈이 내리다 해가 나기를 반복하데요~)

아궁이 앞에 쭈그리고 앉아 먹는 뜨끈한 군고구마는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김치라도 곁들여 보고 싶지만

냉장고안의 김치는 바깥의 추운날씨덕에 땡땡 얼어버렸고......ㅠㅠ

 

조금 넉넉하게 고구마를 구워

먹고 남은 것들은 집으로 가져갑니다.

제비새끼마냥 입벌리고 기다릴 애들과 마님의 몫~

 


 

비닐온실속의 배추마저 추위에 죄다 널부러져 버렸습니다.

그래도 달구들에게 먹여야 하니

얼음이 서걱거리는 배추를 두어소쿠리 썰어 닭장에 뿌려주고......

 

 

 



그렇게 군고구마로 든든히 배를 채웠음에도

비닐하우스 눈 한번 털어내고 나니 뭔가 부족한 느낌~

 

아무도 모르게 감춰 두었던

(요즘 마님께서 수시로 82까지 감시중이라 장소공개 불가 ^ ^*)

살짝 얼은 홍시로 입가심을 합니다.

 

그렇게 하는일 없이 분주한 새해 첫날은

짧은 산중의 해마저 허락하질 않는

오락가락 눈발로 마감을 하며 하산을 했다는......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변인주
    '13.1.2 2:31 AM

    투덜거리는 입과 따뜻한 마음을 함께 가지신 농부님
    그저 그만큼 일 할 수 있게 건강 허락해 주십사고
    대신 빌어드립니다!!!
    행복하십시요~

  • 게으른농부
    '13.1.4 7:00 PM

    감사합니다.
    님께서도 행복한 한해 보내시기 바랍니다. ^ ^

  • 2. 늘보
    '13.1.2 7:45 AM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시구요..
    화려한 식탁에 눈이 가다가도
    농부님 글을 읽으면
    건강한 맘과 몸, 그리고 건강한 생활에 대해 다시 생각합니다.

  • 게으른농부
    '13.1.4 7:01 PM

    넵~ 늘보님도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한해 되세요~ ^ ^

  • 3. 하늘재
    '13.1.2 10:13 AM

    나뭇가지 사이...
    하늘을 향해 돌 던지면...
    "쨍그랑~~" 하고 소리가 날듯 맑은 유리같은 하늘이군요...

    열심히 친자연으로 농사 지으시는 농부님이 계시는것만으로도
    든든한 맘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ㅎ

  • 게으른농부
    '13.1.4 7:03 PM

    감사합니다. 근래에 본래의 농업을 추구하는 분들이 많으니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하늘재님도 복 많이 받으세요~ ^ ^

  • 4. 둥이모친
    '13.1.2 12:31 PM

    고생이 많으십니다.
    달구들 멕이는 것만 너무 신경쓰시고 농부님 점심은 좀 허술해 뵈긴 하지만.
    그래도 마나님 몰래 숨겨둔 홍시가 있어 그나마 덜 불쌍해 뵙니다.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 게으른농부
    '13.1.4 7:03 PM

    몇개 안남았습니다.
    둥이모친님도 복 많이 받으세요~ ^ ^

  • 5. livingscent
    '13.1.2 12:50 PM

    올해 한국의 추위가 대단하군요.
    너무 추워 걱정이에요.
    농사 지으시는데 고생이 많으시겟어요.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래도 기운 내시고 올 한해도 좋은 농사 지으시길 바랄게요^^

  • 게으른농부
    '13.1.4 7:05 PM

    그래도 견딜만 합니다.
    올해는 정말 제대로 된 농사를 위해 한발 더 내 딛어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6. 꼬꼬와황금돼지
    '13.1.3 12:49 AM

    시골생활하시는 일상의 모습 항상 보기 참 좋습니다.
    자연의 먹거리,...자연에서 커가는 아이들~~~
    올해 한국은 유난히 춥다던데 건강 유의하시구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게으른농부
    '13.1.4 7:06 PM

    숲속에 있으면 힘든것보다 마음이 평온해져서 좋습니다.
    꼬꼬와황금돼지님도 건강하고 행복한 한해 되시기 바랍니다. ^ ^

  • 7. 레이나
    '13.1.3 3:35 AM

    자연속에서 사시는 모습, 늘 배울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보고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게으른농부
    '13.1.4 7:06 PM

    에구~ 과찬이십니다.
    레이나님도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

  • 8. 들꽃 향기
    '13.1.3 12:22 PM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농부님
    선산이 정안 근처에 있어 농부님 글 올라올때 마다
    잘 읽고 있어요.

    건강하시고 좋은 글 앞으로도 부탁드려요

  • 게으른농부
    '13.1.4 7:07 PM

    아~ 그러시구나. 선산이......
    글재주없고 눈치없는 글이나마 성심성의껏 올리겠습니다. ^ ^

  • 9. 마음
    '13.1.3 5:02 PM - 삭제된댓글

    날씨가 너무 추워서 걱정입니다.
    산골 날씨는 더욱더 춥겠지요. 아이들과 건강하시고 올해는 모든 농사 풍년 이루세요^^

  • 게으른농부
    '13.1.4 7:08 PM

    그래도 견딜만 합니다. 집안에 있는 것보다 훨씬 재밌기도 하고......
    마음님도 좋은 한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088 파이야! 2 고독은 나의 힘 2024.11.30 813 0
41087 맛있게 먹고 살았던 9월과 10월의 코코몽 이야기 21 코코몽 2024.11.22 8,652 2
41086 82에서 추천해주신행복 44 ··· 2024.11.18 14,223 7
41085 50대 수영 배우기 + 반찬 몇가지 38 Alison 2024.11.12 15,870 6
41084 가을 반찬 21 이호례 2024.11.11 10,605 4
41083 올핸 무를 사야 할까봐요 ^^; 11 필로소피아 2024.11.11 8,503 5
41082 이토록 사소한 행복 36 백만순이 2024.11.10 9,162 4
41081 177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10월 분식세트= 어 김.. 12 행복나눔미소 2024.11.08 3,637 6
41080 바야흐로 김장철 10 꽃게 2024.11.08 6,018 4
41079 깊어가는 가을 18 메이그린 2024.11.04 10,090 5
41078 드라마와 영화속 음식 따라하기 25 차이윈 2024.11.04 8,878 8
41077 아우 한우 너무 맛있네요.. 9 라일락꽃향기 2024.10.31 7,826 4
41076 똑똑 .... 가을이 다 가기전에 찾아왔어예 30 주니엄마 2024.10.29 10,406 8
41075 10월 먹고사는 이야기 12 모하나 2024.10.29 7,386 2
41074 무장비 베이킹…호두크랜베리빵… 12 은초롱 2024.10.28 6,648 5
41073 오랜만이네요~~ 6 김명진 2024.10.28 6,204 3
41072 혼저 합니다~ 17 필로소피아 2024.10.26 6,247 4
41071 이탈리아 여행에서 먹은 것들(와이너리와 식자재) 24 방구석요정 2024.10.26 5,244 3
41070 오늘은 친정엄마, 그리고 장기요양제도 18 꽃게 2024.10.22 10,221 4
41069 무장비 베이킹…소프트 바게트 구워봤어요 14 은초롱 2024.10.22 5,692 2
41068 만들어 맛있었던 음식들 40 ··· 2024.10.22 8,722 5
41067 캠핑 독립 +브라질 치즈빵 40 Alison 2024.10.21 6,151 7
41066 호박파이랑 사과파이중에 저는 사과파이요 11 602호 2024.10.20 3,517 2
41065 어머니 점심, 그리고 요양원 이야기 33 꽃게 2024.10.20 6,343 6
41064 고기 가득 만두 (테니스 이야기도...) 17 항상감사 2024.10.20 4,240 4
41063 오늘 아침 미니 오븐에 구운 빵 14 은초롱 2024.10.16 7,935 2
41062 여전한 백수 25 고고 2024.10.15 7,612 4
41061 과일에 진심인 사람의 과일밥상 24 18층여자 2024.10.15 8,653 3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