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고생이라 써 놓고는 사실 겸연쩍습니다.
누가 하라고 강제로 시킨적이 절대로 없었으니까요.
저녁에 식구들 잠들고 집 둘러보며 치우면서 현관 신발들 가지런히 정리하면
주부의 일과는 여기서 퇴근시간입니다.
대략 1시가 넘기가 일쑤이지요.
그 시각에 꼭 잊지 않고 하는 마무리가 있으니 콩 담가놓기입니다.
많이 담갔다가 여러날 쓰기도 하지만 맛이 덜하기에 담날 쓸만큼 씻어 담급니다.
오전에 일이 대강 끝나면 불린 콩껍질 벗겨내고 비릿하지 않을만큼 삶아서
적당한 물을 더해서 곱게 갈아서 삶아둔 베보자기로 꼭 짜서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식구들은 들락거리며 물을 찾기도 하지만 콩국(우린 이런 이름)을 마시기도 하고
미숫가루 섞어서 헛헛할 때 얼음 띄워서 마시기도 하고 시어른들은 낮에
칼국수 삶아서 콩국수 해 드리기도 하구요.
나오는 비지도 만만찮은데 풋고추나 뭐 있는대로 보태서 전을 해 드리면
든든하다고 하시고 비지찌개도 해 먹고 몰래(!) 버린적도 있고요.
망구이신 저희 시부모님께선 그래서 건강을 유지하신 것 같다고 늘상 말씀을 하셨어요.
가끔 친구분들 오시면 국수나 먹자~~ 하셨지요.
밀반죽 많이 해서 밀어서 냉동실에 떨어지지 않았어요.
물 끓는 동안 얼렸던 반죽 녹여서 곱게 썰어서 콩국수 해 드리면 식사 준비도
수월했지요.가을이면 시골 친구에게 서리태와 메주콩 사는 일이 연중행사.
서리태로 콩국을 내면 파르스름한게 아주 맛있어 보인다시며 잘 잡수셨어요.
요즘은 담그는 콩의 양이 절반으로 줄었어요.
잡수시던 어른들께서 3년전에 그리고 지난해에 떠나셨거든요.
동갑이시던 어머님이 앞서시고 2년 후에 93세이신 아버님께서 ....
남편은 지금도 아침저녁으로 방문을 열어봅니다.
이젠 피아노방이 되었지만 사진이며 커튼이며 그대로인 방을요.
몸이 편해져도 편치 않은게 30년 시집살이 덕분이겠지요?
아침에 바쁜 남편 미숫가루 달랄때면 바로 콩 곱게 갈아서(걸르지 않고) 타주면 든든하고
맛있다고 마십니다.콩국물에 타면 꿀 설탕 안넣고 해도 되거든요.
콩국 매일해요 ... 라고 만 쓰려다가 왜 신파로 흘러갔는지 모르겠어요.
참 저는 콩국을 안먹어요.아니 원래 콩을 못먹습니다.
콩이면 땅콩도 싫어하거든요.
근데 식구들 아무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