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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 시어머니, 며느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각자 조회수 : 2,115
작성일 : 2011-02-04 10:36:24

저는 시누이자 딸인 입장입니다.

언니가 형제중 가장 먼저 결혼을 했는데 하도 요상한 시어머니를 만나서

그때부터 시어머니란 존재에 학질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아들 며느리에게 말도 안 되는 걸 요구하고 안 들어주면 실어증에 걸렸다고 병원에 입원해 버리는 시어머닙니다.

시집살이 하는 며느리에게 아이는 친정에 갖다 맡기고(당신은 교회가야 한다고 - 권삽니다)

너는 여기서 직장생활하면서 살아라 하는 시어머니.

며느리가 저녁 퇴근이 늦어져(개인 볼 일도 아니고 회사일로)도 밤 열 시가 되어도 앉은 채로 저녁상 차려 바치기 기다리는 시어머니.

암튼 엄청 골때리는 시어머니였어요.

명절이면 당일 날 울산 사는 시누가 청담동 시댁에 들렀다 인사 다 치르고 해 지고 오는데 그걸 기다렸다 보고 같이 밥 먹고 친정 가라는 시어머니.

그래서 처음 몇 년은 한 번도 명절 당일에 같이 밥을 못 먹었어요.

형부한테 우리 아버지께서 명절 당일에 해 지고 오지 말아라.....훈계를 받아도 형부가 그걸 못 고치더라구요.

결국 언니가 시어머니께 점심 먹고는 친정에 가겠습니다. 말씀드리고 오게 됐어요.



그런 경험이 있어서 명절 당일에 며느리 입장이 어떤 건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오빠가 결혼해서 우리 집안에도 며느리라는 게 생겼을 때 그 입장을 어떻게 헤아려야 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가 되더라구요.

우리는 큰 집이라 손님도 많고 명절 지난 다음에도 손님치레가 많아요.

며느리를 그 손님들에게 인사도 시켜야 하는 입장이기도 했구요.

새언니 들어오고 첫번째 명절이 추석이었는데 추석 차례지내고 오전 설거지 마치고

제가 새언니 이제 친정 가셔야죠....하니까,

글쎄 우리 엄마가 아직 **(우리 언니)이도 안 왔는데? 하시는 거예요. 경악했죠!!!! 아, 이게 시어머니구나 싶더라구요.

엄마!!! 언니 시누 보고 오느라고 맨날 늦게 오는 거 우리 당해 봤으면서 그래.

어머니 무안하셨는지 아무 말씀 못 하시고 입안으로만 뭐라 뭐라 오물거리시더라구요.

그런데 그 담 설에도 차례 마치고나자 친정 갈 준비하라는 제 말에 우리 엄마 제게 눈을 흘기시더라구요.

뭘 그런 걸 일일이 챙기냐 뭐 그런 거였던 듯 싶어요.

참 어이없구나 싶어서 그 담 명절날부턴 아침 차례상 물리면 새언니 설거지 못 하게 합니다,

시간 끌어 이른 손님이라도 들이닥치면 친정가는데 눈치만 더 보이니 빨리 그냥 나가라고.

설거지는 제가 남동생 데리고 합니다.



저도 나름 까다로운 사람이라 만만찮은 시누이이긴 합니다.

그래도 나름 노력은 하는데도 우리 새언니 눈엔 편한 시누이로 보이지만은 않나 봅니다.

언젠가 어머니께서 쟤같은 시누가 어딨니....하시는데 새언니 아무 말도 안 하더라구요.

그래 제가 크게 웃으면서

엄마! 시누는 걸레바가지 속에 있어도 시누래~ 하니까

그제서야 웃더라구요.

제가 그러니까 시누는 시누라는 말이죠^^


새언니가 그래도 속엣말을 할 시집 식구는 저 밖에 없어서 그랬는지,

결혼하고 삼 년지났을 때 설날 음식 준비 같이 하는 제게 그러더라구요.

너무나 당연하게 꺼내놓은 말에 저는 아연실색했어요.

설날 콘도를 하나 잡아서

설 차례 음식은 주문해 글루 배달시키고

거기서 아침 차례를 지낸 후 나머지 연휴는 쉬고 여행하다 오면 좋겠다고.

그게 그랬으면 좋겠다....하는 뜻이 아니라 저보고 어머니께 말씀드려 보라고 하더라구요.

아가씨가 하면 어머니께서 들어주실 거예요. 이럼서.

언니. 전 제가 싫은데요?

그게 뭐야? 차례가 있어 봐야 일년에 두 번인데 그 때 여행 안 가면 큰 일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해야 해요?

힘든 건 이해하지만 음식 배달시키는 것도 그래요, 주문 상차림은 딱 한 접시씩만 오잖아요.

우리집은 손님치를 상도 봐야 하는데 음식 그거 가지고 택도 없어요.

글구 여행가서 콘도서 차례지내면 언닌 명절에 친정 안 갈 거예요?

여러가지 걸리는 게 한 둘이 아닌데 어떻게 콘도에서 차례지낼 생각을 ... (도리질)

정색하는 저를 새언니 이상하단 얼굴로 보면서

요새 그렇게 많이 한다고 했었어요.

정말 요새 콘도로 차례상 배달시켜 콘도서 차례지내고 놀다 오는 게 많이 있는 일인가요?

전 정말 이해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물론 저는 큰집에서 자랐고 자라는 내내 어른들 모이는 명절의 모습이 좀 고루하게 박혀있긴 해요)




명절이면 며느리가 약국에 줄 선다는 말을 시누이인 내게 하는 새언니.

그렇게 머리아프게 힘들다고 해서 명절이면 남동생까지 약속 하나 안 잡고 앉아서 전부치고,

엄마는 며칠 전에 해 둘 수 있는 건 다 준비해 냉동고로 들어가고,

오히려 새언니 시집오기 전보다 일을 줄이려고 기를 쓰시는데,

그래도 새언니 입장에선 힘이 든 거겠지만,

명절 전 날 준비 다 끝나가는 해질녘에 와서 (차로 십 분 거리에 살아요)

저녁 먹고 자고 아침에 어머니 다섯 시 반부터 일어나 아침 준비 하셔도 차례상에 음식 올릴 때까지 방에서 안 나오는 새언니.
(외려 어머니께서 달그락 소리 날까 봐 조심하시길래 아예 일찍 일어나시질 말라고 딸이 화내게 되고)

그 입장을 헤아리고 이해해 주기가 점점 더 어려워 집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자기 도리만 다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자꾸 자꾸 실감하게 됩니다.

적어도 저는 정상적으로만 행동하면 서로 마음 다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요........?











  


IP : 180.182.xxx.111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1.2.4 10:44 AM (72.213.xxx.138)

    요즘 읽으며 느껴요. 일은 나눠서 하라는 말이요. 모여서 하는 재미도 좋겠지만,
    각자의 몫을 나눠서 하는 게 공평하고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핑계댈 필요없이 가짓수를 나눠서
    갖고오는 게 서로 편한 것 같습니다. 사오던 만들어오던 시키던 상관없이 말이에요.
    남자도 적극적으로 부담을 시켜야 한다고 봐요.

  • 2. 각자
    '11.2.4 10:50 AM (180.182.xxx.111)

    저희 경우는 새언니가 하나라... 저희집에서 다 할 수 밖에 없어요 ㅠㅠ
    음식 많이 하긴 하죠, 큰 집이라.
    아버지랑 남동생까지 남자들까지 일 안 하면 그거 다 해대지도 못 해요.
    항상 그렇게 해 왔고 새언니 없을 때도 다 했던 일이라
    새언니가 명절 음식을 안 돕는다고 더 힘들 것도 없어요.
    그래서 일 안 하고 그런 걸로 뭐 다른 생각은 없는데,
    그냥 생각이 많이 다른 거 그게 참 힘드네요.

  • 3. ==
    '11.2.4 11:28 AM (58.227.xxx.253)

    잘못하나 지적해도 될까요,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 친정에 가라고 하시기 전까진 시누이가 옆에서 아무말 안하는게 좋아요.
    더구나 손아래 시누이인데, 새언니보고 친정에 가라마라 하는건 좀 월권이 아닌가 싶습니다.
    손위시누이라도 마찬가지에요. 엄연히 어머니가 계신데 어머니 소관입니다.

    물론 님의 좋은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그렇게 하다보면 시어머니 권위가 무너져요.
    그럼 엄마선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집안 전체가 이사람 저사람에 의해서 좌지우지 됩니다.
    님 어머니의 며느리니까 어머니와 며느리 두분이 해결할 일이 되겠지요.

    전 개인적으로 시누이 며느리, 시어머니 며느리 사이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예의를 지키는 사이가좋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실천하려고 하거든요. 가까우면 좋지요. 그런데 사람맘이 내맘같지않아서 모녀지간에도 싸우는데, 하물며 엄연히 다른집에서 시집온 며느리는 더하죠.

    서로 잘한다고 해줘도 속으로는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한계가 있어요. 어쩔수 없는거죠.
    허물없이 지낸다고 하다가 서로 속상해 하는 경우 많답니다.적당히 가릴건 가리고 사는게 좋다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어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그리고 사람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수십년 같이 살아도 모르는 경우가 있어요.
    처음부터 무조건 좋게 볼것도 없고, 나쁘게 볼것도 없고, 그래서 적당한 예의가 필요한것 같습니다. 시댁에 와서는 서로 약간 어려워하는게 서로 좋아요. 며느리도 말이 자식이지 뼛속까지 그렇게 되기는 어렵지 않겠어요...

  • 4. 각자
    '11.2.4 11:46 AM (180.182.xxx.111)

    네, 저는 생각 못 한 부분이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어머니께서 손님 많고 그러니 빨리 보내지 않고 싶어 하신다고 제가 먼저 생각하고 그리 한 것이 문제였나 봅니다.

  • 5.
    '11.2.4 12:00 PM (175.117.xxx.37)

    새언니님이 사람 사는 도리를 이런 게시판에서 배워서 그렇습니다. 큰집인거 모르고 시집 온것도 아니고 . 위로 드립니다. 님도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 6. 음...
    '11.2.4 12:32 PM (125.176.xxx.188)

    각장의 위치에서 정상?적으로 행동한다는것이 어떤 뜻일까요.
    할도리 다하란 말씀이나 마찬가지겠지요.
    사실,..한국에서 며느리 입장에 도리가 정상적이진 않지 않나요?
    좀 벗어났으면 좋겠네요..정작 문제는 사회전체적으로 내려온 여자들에게만 감당하게
    하는 문화아닌가요...
    그 문화를 좀 더 다르게 바꾸지 않는 이상 정상적인 도리?라는
    애매모호만 서로에 입장이 갈등을 만들뿐이죠.
    여자들끼리 아웅다웅하는 웃기는 꼴이요.
    며느리니까 시누니까 시댁이니까가 아닌....
    남자여자 모두함께 먹고 즐기고 명절답게 의미있을수있는
    그런날을 한번 꿈꿔 보시죠. 명절에 의미가 뭔가요 가족끼리에 화목아닌가요.
    언니에 말이 좀 얌체처럼 보인다해도..그렇게 생각을 달리해보면 화날일도 아니죠.
    서로 욕심부리는것은 원글님도 마찬가지네요.

  • 7. ==
    '11.2.4 12:36 PM (58.227.xxx.253)

    참...답글들이 너무 무매너인 경우 많네요. 전 저위에 좀 길게 답글단 사람인데,
    손아래건, 손위 시누이건간에 할말 있으면 할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맞게만 하면 되는거죠.
    손아래답게 행동하라니. 그런 강압적인 표현이 어딨습니까.

    저 상황에선 시누이가 좀 새언니를 배려해준다고 마음썼더니 개념없이 명절음식을 사서 하자는둥 이렇게 본색 나오는 며느리가 정신빠진거지. 저게 지금 손아래 시누이의 잘못인가요?
    손아래 어쩌고 하는 분들 치고 어른답게 행동하는 분들 못봤습니다.

    더구나 글쓰신 원글님은 좋은 마음으로 새언니 친정보내주려고 했던 글을 쓴건데 말이죠.

  • 8. 다들
    '11.2.4 12:39 PM (14.56.xxx.6)

    가치관이 다르니 내가 하는 평범한 생각이나 행동도 남이 보면 이상하고 이기적으로 보여요.
    큰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요.
    애 쓰지 마세요. 한 발짝 물러서 계시고요.

  • 9. 솔직히
    '11.2.4 2:10 PM (121.135.xxx.187)

    많이 좋은 시누이네요.
    시누이 아니었으면 원글님 새언니분 친정 일찍 못갔겠죠.
    그리고 지금쯤 점심 먹고 친정가는 분위기 만들려고 노력했을 거구요.

    답글들이 참 쿨하시네요.
    전 그 새언니라는 분이 너무 이기적으로 보이는데요.
    저라면 이쯤에서 새언니의 방패막이는 그만 두렵니다.
    복을 걷어 차네요.ㅠㅠ

  • 10. 좋은시누
    '11.2.4 2:13 PM (115.41.xxx.10)

    새언니 배려해서 해 준 말인데 그걸 뭐라하는건 좀 지나치네요.
    딸과 엄마 사이는 그런 얘기해도 허물이 안 되기에 배려해 주는 말은 고마운 일이죠.
    그걸 몰라주는 사람이 문제인거고..
    때로 시누가 요리조리 중간 역할 잘 하는 것도 좋아보이네요.
    원글님 좋은 시누 맞구요.

    시집에서의 모든 일이 며느리에게는 부당하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고,
    아마도 갈수록 더할겁니다.
    저도 제가 제사 맡아 지내고 있지만, 솔직히 명절에 여행 갈 수 있는 처지의 사람들이
    정말 부럽네요. 그리고 명절 음식 사서 하면 개념없나요? 이제 세월이 바뀌고 있습니다.
    여행지 가서 주문하여 차례 지내는 사람도 심심찮게 있구요.
    저도 아직은 그리 못하겠습니다만, 개념없다 보진 않습니다.

  • 11. 이 원글님도
    '11.2.4 3:14 PM (121.132.xxx.149)

    시누라서 이렇게 하고도 욕먹는 건가요?
    남자들도 다같이 음식하고,시어머니가 미리 준비하고 상차리고 해도 방에서 안나오는 것
    그건 며느리의 옹심인가요?

    왜? 원글님이 주제넘는 시누가 되는지 이해가 안가는 1人입니다.
    저도 며느리고 시누이지만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여자인 우리가 편할려면요
    여자인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글시누이 같은 시누들 있으면 아마 고부간의 갈등 줄지않을까요?
    친정오면 손 하나 까닭안하는 시누 욕하던분들,
    친정가란 소리 안하고 시누들 보고 가라는 시댁욕하시던 분들은 죄다 어디 갔을까요?

  • 12. 경우있네요
    '11.2.4 6:26 PM (211.109.xxx.209)

    전 이 글 쓰신, 시누이신 원글님의 입장이 이해되고, 사람으로서 경우가 있는 분이라 여겨집니다.
    뭐,,저도 명절 음식 어떻게 하면 조금만할까, 이리 저리 궁리하는 1인입니다만, 한해 두번 밖에 없는 명절을 콘도에 가서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 13. gma..
    '11.2.4 7:41 PM (78.52.xxx.114)

    원글님같은 시누는 저도 좋아요. 저와 생각도 비슷하시네요.

    원글님의 올케언니가 원글님을 은근슬쩍 믿는 바람에 솔직한 바람이 들어났네요.
    그런데 그 솔직한 생각이 옳다고 여겨지지는 않아요.

  • 14. 저기
    '11.2.5 1:11 AM (221.148.xxx.227)

    올케입장을 헤아려주되 아닌건 아니라고 선을 긋는게 필요하다고봅니다

  • 15. ^^
    '11.2.5 11:15 AM (125.177.xxx.193)

    원글님이 참 현명하시네요. 좋은 시누시구요.
    아랫사람처럼 처신하라는 댓글은 좀 너무하네요.
    결혼도 안했는데 어쩜 이렇게 마음씀씀이가 좋으실까요?
    물론 그래도 어려운 게 시누라는 거 저도 알고 원글님 새언니도 아는 거지만,
    그래도 콘도에서 음식 주문해서 차례 지내자는거랑
    명절 아침에 상차릴때까지 꼼짝 안한다는건 욕먹을만 합니다.
    챙겨줄 건 챙겨주고 할 말은 또 시어머니가 하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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