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1일(수) 오후 6:18 [경향신문]
ㆍ美 다우너 소 식용도축 금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 농무부가 다우너 소(앉은뱅이 소)에 대한 식용도축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우너 소를 계속 동물성 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광우병 교차오염 가능성을 차단하기에는 미흡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오른쪽)이 21일 의원총회에서 쇠고기 협상 문제 등에 대한 쓴소리를 한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박민규기자
에드 셰이퍼 미 농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대장균과 광우병 등 질병 감염 우려가 높은 모든 다우너 소에 대한 식용도축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셰이퍼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유지하고 가축 취급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현행 규정에 따르면 다우너 소로 검역 과정에서 판명이 나더라도 2차 검역을 통과하면 식용으로 판매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미 농무부가 다우너 소 식용도축 금지조치를 내놓게 된 것은 최근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다우너 소를 학대하는 장면을 고발한 동영상을 공개한 것이 계기가 됐다. 미 축산업계는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고발 뒤 사상 최대 규모인 1억2300만파운드의 쇠고기가 리콜되는 등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추락하자 지난달 검역 확대 방침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 광우병 교차오염 막기 어려워=미국 농무부가 다우너 소에 대한 식용도축 금지 조치를 내놓은 것은 자국산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이 국내외로부터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나온 ‘여론무마용’ 대책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 농무부는 자국내 축산업자들의 부담을 감안해 동물사료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은 계속 열어둬 광우병 교차오염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 농무부가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더라도 이번 조치가 광우병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는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 주로 동물에 대한 비인간적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다우너 소의 식용도축 금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웨인 패설 휴메인 소사이어티 회장은 “다우너 소 검역의 ‘허점’을 없애는 반가운 소식”이라면서도 도축장뿐 아니라 소 경매장과 돼지, 닭 등에도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했다. 패설 회장은 또 “다우너 소들을 즉각 안락사시키도록 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다우너 소에 대한 광우병 검사를 의무화해야 하고, 동물사료로 쓸 수 없게 해야 하지만 그런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일본·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다우너 소에 대한 식용도축을 금지하고 있다”며 “미 농무부가 ‘뒤늦은 조치’를 내놓은 뒤 생색을 내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수입위생조건 개정과는 무관=미 농무부의 조치는 최근 국내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이 고조되는 상황을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다우너 소를 비롯해 광우병 유사 증상을 보이는 소가 연간 44만6000마리 발생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하면 다우너 소에 대한 도축금지 조치로는 광우병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렵다는 얘기다.
또 그동안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은 여전히 광우병 안전대책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미국 하버드대는 다우너 소를 동물사료로 사용케 해서는 안 된다고 미 식품의약국(FDA)에 권고한 바 있으며, 장 뤼크 앙고 국제수역사무국(OIE) 사무차장도 최근 죽은 소(Dead), 죽어가는 소(Dying), 병에 걸린 소(Diseased), 일어서지 못하는 소(Disabled) 등 이른바 ‘4D 소’를 동물사료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한편 미 농무부의 다우너 소 식용금지 조치는 미국내 자체 규정을 고친 것으로 지난달 18일 타결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위생조건과는 무관하다. 일각에서는 지난 20일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시 한국의 수입중단을 서면으로 보장한 데 이어 또다시 한·미 양국간 ‘물밑 교감’을 통해 이번 조치가 나온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오관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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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교차오염 못막아… 여론 무마용 ‘땜질’
... 조회수 : 286
작성일 : 2008-05-22 08: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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