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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주부의 손님대접기

홍차새댁 조회수 : 1,153
작성일 : 2003-09-17 13:07:22
자랑은 아니지만, 결혼전에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히고 살다가 석달전에 결혼한 저의 손님접대기입니다.

1. 결혼한 후 열흘만에 쳐들어온 울 연구실 후배들...
저는 선언했습니다. 난 요리를 못해...그러니까..기대는 하지마,,,
후배들이 말하더군요. 누나 못하는 것 알고 있어요. 그냥 양장피하고 탕수육이나 시켜줘요.

- 메인 디쉬 : 양장피, 탕수육 => 원하는 대로 시켰음.
- 밥 :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음식이기 때문에 자신있게 만들었음.(전기압력밥솥이^^)
- 사이드 디쉬 : 샐러드(대충 있는 야채, 계란, 과일이랑 드레싱 넣고 힘센 후배녀석에게 비벼라(?)고
  시켰음)와 친청, 시댁에서 얻어온 젓갈, 김치, 장아찌등등....
- 디저트 : 과일이랑 과자

2. 그 일주일후, 대학때 친구들이 왔습니다.
   (친구중에 한명이 수녀가 되었는데 일년에 한번 나오는 휴가라서 갑작스럽게 연락받고 밤 8시에
    집들이를 했습니다.)
저는 선언했습니다. 난 요리를 못해...그러니까..기대는 하지마..
친구들 왈, 너 못하는 것 알고 있어. 그냥 안동찜닭이나 시켜줘.

- 메인 디쉬 : 안동찜닭과 친구들이 사온 레드 와인
- 밥 : 울 신랑이랑 저녁때 먹고 남은 밥 챙겨줬음.
- 사이드 디쉬 : 배달에 딸려온 단무지와 김치
- 디저트 : 약간의 과자와 커피

3. 그 일주일쯤 후의 주말, 울 시댁식구들(아버님, 어머님, 시누이언니)이 왔습니다.
울 신랑이랑 고민하다가 그냥 굽자...요리 못할땐 그냥 고기 굽는 것이 가장 낫다.
마트가서 LA 갈비구이용 쇠고기와 상추, 고추, 깻잎등등을 샀죠.

- 메인 디쉬 : LA 갈비구이(양념안하고 그냥 구움)
- 밥 : 정성들여 한 밥
- 사이드 디쉬 : 샐러드, 김치, 장아찌등등 변함없음
- 디저트 : 커피

아..그리고 시댁 어른들이 오실 때 사오신 와인으로 밥먹기 전에 짠...했습니다.^^
휴....시댁 집들이는 끝났습니다. 시댁 식구들 맛있었다고 하실길래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머님이 나중에 그러시더군요. LA 갈비도 양념에 재워두면 맛있다구요.
아...(담에는 그렇게 해먹어야지...하면서)했습니다.

4. 그 일주일 후, 울 친정식구들(아버지, 어머니, 남동생...이 녀석은 친구들이랑 놀러가는 관계로 불참)
이 왔습니다. 이번에는 한단계 업 시켜서..LA 갈비찜..으로 했습니다.
갈비찜용 고기사니 양념도 공짜로 주길래 양념 봉지에 쓰여진 레시피대로 했습니다.

- 메인 디쉬 : LA 갈비찜
- 밥 : 역시 정성들여 했음
- 사이드 디쉬 : 김치, 장아찌, 젓갈등등 역시 변함없음
- 디저트 : 커피

울 부모님들 맛있다고 하시더군요 ^^ 울 신랑도 제가 만든 것 중에서 제일 맛있다나요.^^
기분 좋았죠. 울 어머니 가시기전에..양념은 나중에 만들어 먹으라는 충고하시고 가셨어요.
아..했죠^^

그리고 약 2-3달동안...일밥이랑 82쿡, 그리고 몇권의 요리책보면서..몇가지씩 반찬이며 국이며 요리를
만들어봤습니다. 처음에는 맛이 별루이었는데, 갈수록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제 스스로 느끼거든요.^^
역시 무대뽀정신으로 무장한 새댁...

5. 추석날...울 시댁어른들께 뭘 선물할까 고민고민하다가..시댁 어른들..저희보다 훨씬 부자고 아쉬울게
없는 분들이어서 진짜 고민했습니다.  결국...꽃게님의 레시피대로 만든 약식과 다꼬님께서 알려주신
단호박 들어간 송편(저,..떡은 잘 만들어요^^)을 만들어서 선물대신 가져갔습니다. 칭찬받았어요^^.
아버님은 약식이 좀 달다고 하셨지만..그래도 잘 드시구요. 시누이 언니도 맛있다 하시고, 연주회
연습하러 가는데 점심대용으로 할꺼라면서 절반을 뚝 잘라 갔거든요.^^
(근데..송편의 소가 좀 맛없어서...걱정했는데 아버님은 노란색의 단호박송편 맛있다고 하시네요
-> 예의상이겠죠^^ )

6. 추석담날, 전국 각지(서울, 부산, 대구)에 사는 제 중학교때 친구들이 왔습니다.
추석끝이고 저보다 먼저 결혼했기 때문에 시댁에서 하루종일 기름냄새나는 부침개 만들고 온 베테랑(?)
주부들이라서 뭘 할까..고민했습니다.

추석날 선물이 맘에 드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울 어머님께서 카펫 사주신다고 해서 코스트코 따라간 김에
초밥 대(大)자와 냉동딸기를 사왔습니다.(기름진 음식보단 이게 나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생과일은 너무
안좋아서 사고 싶은 생각이 뚝 떨어졌어요.)
의외로 친구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명절끝에 초밥 먹기와 냉동 딸기는 첨이라면서 너무 너무
맛있게 먹길래, 하나 더 사올걸 그랬나..했죠) 그리고 분위기가 무르익어, 시댁과 친정식구들의 집들이
이야길 해줬더니 울 친구들 기절초풍할려고 했어요.

어떻게 시댁 식구들 오는데 달랑 LA 갈비구이 하나만 두었냐? 하다못해 잡채, 부침개도 없었냐?..
(뭐가 이상한가요???) 친정 어머니라도 와서 도와달라고 해야지...네가 대접한 음식을 시댁 식구들이
잘 드셨냐? 다른 싫은 소리는 안하더냐? 난 그렇게 안했다. 시댁 식구들 오실 때 상다리 부러지도록
차렸다. 등등...

울 시댁 식구들, 맛있다고 하셨는데...할 줄 모르는데...자랑은 아니지만, 굳이 친정 어머니 모시고 음식
해달라고 할 필요가 있냐면서 저는 반박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보여드리면 되는데...

그리고 이번 추석에 (저희는 카톨릭 신자라서 차례, 제사 없지만 먹을 음식은 만들거든요.) 어머님께서
울 신랑이 엄청 좋아하는 간장양념한 쇠고기전 굽는 방법 가르쳐 주셨기 때문에 이것도 곧 시도해볼
작정이에요.(맛간장도 만들어 보고 싶구요. 마침 어제밤에 어머님이 계량스푼 10개정도 되는 한세트
보내오셨어요. 며느리가 간 잘 못 맞추는 것 아셨나봐요)

3달동안 생존해본 결과, 아직까지도 요리를 잘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겁은 안나요.
(막가는 초자주부...^^ )
일밥이랑 82쿡의 선배언니님들의 경험담과 도움, 그리고 잘 모르겠어요..하면서 은근슬쩍 기대면..
잘 가르쳐 주시는 어머님과 친정 어머니가 있으니까 든든하거든요.

지금까지 초자의 손님 접대기였습니다. 역시 살림은 어려워... ㅠ ㅠ
IP : 210.119.xxx.52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동규맘
    '03.9.17 1:25 PM (211.117.xxx.184)

    홍차새댁님..너무 귀여우신거 같아요...저도 지금까지 음식다운 음식은 잘 못하지만...
    열심히 준비하고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구 시댁식구들께서 참 좋으신 것 같군요...
    이제 겨우 3달되셨는데 프로냄새나면 너무 이상한 거 아닌가요?
    하나씩 하나씩 늘어나는거죠..실력이...그리구 필요에 의해 음식솜씨는 느는 것 같아요.
    아이가 생기고 여러번 손님접대를 하시면 더욱 잘 하실 거예요..그래고 82쿡이 있잖아요.

  • 2. 초록빛모자
    '03.9.17 1:26 PM (221.167.xxx.100)

    그만하면 잘 하셨어요
    집들이가 별건가요.나 사는 모습 보여주고 모인 김에 따뜻한 밥 한끼대접하고...
    신혼 초반에 죽을동 살둥 매달려서 손님치르고 나니 회의가 들더군요
    집들이도 일종의 파티인데 즐기기는 커녕 혹여 오신분들에게 책 잡힐까
    전전긍긍 스트레스 받아가며 어서어서 코스대로 대접하고 드시는 분들 안색 살피느라
    진땀흘리던 그떄를 생각하니 바보 같기도 하구요
    뭐든 정성껏 대접하구요 같이 그 순간을 즐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홍차새댁님 말씀대로 솜씨가 늘면 좀더 내용을 늘리면 되구요
    애 쓰셨내요

  • 3. 꽃게
    '03.9.17 1:30 PM (211.252.xxx.1)

    신세대 새댁 넘 귀엽네요.ㅋㅋㅋ
    그런데 송편 빚어 가신 것 보니 예사롭지 않구요.
    무궁한 잠재력을 지니신 듯...앞날이 기대됩니다.

  • 4. 우렁각시
    '03.9.17 1:47 PM (63.138.xxx.121)

    하하하하~~옳다구나.
    지금 그대로만 나가면 언제나 호호호호 인생일겁니다.....

    특히 남편동료나 친구집들이나 시댁식구초대할때 친정엄마 안부르신거 ..정말 칭찬해 드리고 싶어요.
    아이고..이쁜 홍차 새댁 !
    이 집에 이쁜 홍차잔 사들고 불쑥 집들이하러 가고 싶네요.
    정성들인 밥도 먹어 보고..혹시 먹고 싶다는건 다 시켜주실라나~~~ㅎㅎㅎ

  • 5. 다린엄마
    '03.9.17 2:13 PM (210.107.xxx.88)

    맞아요. 마음이 중요한거지요. 삶의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 6. 때찌때찌
    '03.9.17 2:52 PM (218.146.xxx.78)

    홍차새댁님 멋지십니다........................^^ 자신감도 무척 부럽구요.

  • 7. 김혜경
    '03.9.17 4:24 PM (218.237.xxx.249)

    홍차새댁님의 자신감도 부럽고, 시어른들의 마음씀도 고맙네요...
    꽃게님 말씀대로 잠재력이 보이네요, 홍차새댁님~~

    홍차새댁이 키친토크에 요리기를 올릴 때까지 82cook은 계속된다~~

  • 8. 랑랑이
    '03.9.17 5:18 PM (218.155.xxx.228)

    저도 첨 결혼해서 집들이 할때 LA갈비랑,잡채, 해파리 냉채,....했었거든요...그땐 이세가지 하는데도 (요리책 옆애 끼고 했음..레시피 고대로) 몇일이 걸리더라구요
    장보고 손질하고...요리하고...몸살 났잖아요...
    근데 이젠 이세가지 할려면 몇시간이면 되거든요...82쿡과 일밥 땜에 저도 요리가 많이 늘었어요
    홍차새댁님도 자꾸 하시다 보면 늘꺼에요...
    결혼한지 석달째...넘 부러워요...저도 그런시절이 있었는데....

  • 9. 홍차새댁
    '03.9.18 8:25 AM (210.119.xxx.52)

    든든한 후원자이신 82쿡의 선배언니님들과 혜경샘의 격려 감사드려요^^
    (역시 칭찬에 약한 새댁의 모습...^^)
    우렁각시님..홍차잔 안 사오셔도 드시고 싶은거 대접해드립니다. 못만들면 시켜드릴께요.
    대신, 맛난 레시피 하나는 가르쳐주고 가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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