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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눈썹의 여인

김경연 조회수 : 970
작성일 : 2003-01-20 22:43:49
이글은 제가 정신을 차리려고 쓰는 거랍니다.

아마...결혼하실 때 웨딩앨범 찍는 풍습(?)이 없으셨던 분들도 계시겠고, 찍으신 분들도, 아직 찍지 않으신 분들도 계시겠지요? 제가 어제 웨딩앨범 사진을 찍었답니다.
조금 이상하게도 들리시겠지만, 직장생활 3년째인데(나이는 31살이지만...^^) 립스틱을 바르는 것 말고는 로션만 바른 맨 얼굴로 살다가(대학교 졸업앨범 사진 찍을 때 어머니께서 화장을 해주신 게 처음이자 마지막..--;), 처음으로 진한(?) 화장을 하고 웨딩 드레스(및 파티 드레스와 한복까지..)를 입고 엄청난 조명에 얼굴을 상기시키면서(앗 뜨거..정말 뜨겁더라고요) 사진을 찍었어요. 몸을 내밀고 고개는 숙이고 오른쪽으로 쭈욱~시선은 여기를 보세요~하는데, 속으로 에고에고 힘들어라, 내 몸이 철사도 아니고... 했답니다. 그래도 즐거웠어요, 제 남자친구도 모닝코트를 입고 얼굴도 보송보송하니 왜 그렇게 멋져 보이는지! 사진기 앞에 서는 것이 묘한 긴장감과 함께 즐거움을 주더라고요. 웨딩앨범은 신부가 주인공이라면서 제 남자친구는 가끔 들러리(?)처럼만 넣어주길래, 같이 좀 많이 찍어달라고 떼를 써서 사진사의 예상에 없는 사진이 들어가기도 하고요. 친구들이 함께 온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경험에 즐겁게 세시간 정도를 보냈답니다....

그런데...화장이라는 것을 워낙 안하고, 또 웨딩앨범을 찍을 때 화장은 워낙 또 진하다고 하니, 내가 뭘 알겠나, 하면서 분장사(?)의 손길에 맡겨 화장을 했는데요, 화장대 앞에 앉으니 나의 단점(?)이 왜 그리 눈에 띄는지...(가르마 양 옆으로 머리 숱에 차이가 좀 많이 난다든지, 왼쪽 눈 쌍꺼풀이 좀더 커서 눈이 좀 작아 보인다든지, 점은 말할 나위도 없고...) 속눈썹 붙이는데 기겁을 해서 뗐다가, 속눈썹을 붙이면 짝짝이 눈이 교정된다기에 혹하여 다시 붙이기도 하고...(결국 안되었음) 그랬죠.  

그런데 문제는...겉눈썹이었던 것입니다...좋게 말하면 오드리 헵번이요, 나쁘게 말하면...제가 "프리다 칼로 그림 같지 않아요?"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했더니, "?" 하다가, 그게, 너무 두껍지 않냐고요...그랬더니 제 이마 면적에 비하면 정상이라네요...(제가 이마가 좀 넓거든요) 그래서 결국 그 두꺼운 눈썹을 해가지고 사진을 찍은 것이 자꾸 뒤통수를 당기네요.

웨딩 화장은 원래 이러냐는 저의 질문에 대답을 찾으면서 "뭐, 그다지 진한 것은 아니고...괜찮아 보이는데..."하며 다소 난감해하는 표정의 드레스샵의 사람들이나 사진사의 표정도 떠오르면서, 이 세상 누가 그런 순간에 "아니, 화장 잘못됐네."그러겠나 싶기도 하면서, 남의 일 아니라고 무책임하게 말을 하다니 너무하다(무책임할 건 또 뭔고), 이런 생각도 들고. 아무리 비싸더라도 이름 있는 곳에서 화장을 해야 후회하지 않는다고 신신당부하던 친구나 선배들도 떠오르고...(에~제가 한 곳은 이름 있는 곳의 3분의 1가격이라는데, 이것도 수십만원하더군요...) 한번 하고 지울 것을 몇십만원씩이나 왜 들이나 했던 제 생각이 잘못되었나(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결국 몇십만원을 들였지만서도), 후회가 막 되려고 하고...

그렇게 눈썹을 두껍게 그리다니! 그 때 확실히 말을 하는건데! 그 분장사가 프리다 칼로나 알았을까! 뭐 이런 생각을 자꾸 하다보니 속이 부글부글 끓지 뭡니까. 일도 밀려 있고, 이럴 시간도 없는데...

가만 생각을 해보니, 내가 왜 이럴까, 아마도 눈썹을 그렇게 두껍게 그리지 않았더라면 사진이 더 예쁘게 나왔을 텐데, 잘못된 화장이 나의 미모(웃지 마세요...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할거라고요 --;)를 가려, 평생 간직할 사진을 망쳤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것 같았어요......그 사진을 볼 때마다 이 생각을 한다면 정말 지옥이겠죠.

실은 제가 이 업계에 뛰어들 때 회원명부에 넣을 사진을 찍는데, 너무 나이가 어려 보일까봐(실제로 대학 원서 쓰라고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음..^^) 머리를 바짝 뒤로 올려서 사진을 찍었는데요, 이것도 엄청 실패작이었거든요(일명 마담사진이라 부름). 그때도 약간 괴로웠는데, 그냥 그 사진쓸 때마다 "내 마담 사진 보여줄까, 응?"그러면서 농담하면서 잘 지내고 있지요...아마 웨딩앨범을 들출 때도 "내 오드리 사진 보여줄께앵~~"그러게 될 것 같아요..(에휴..), 그렇지만 그러면 좀 즐거워지겠죠? 실은 어제 사진 찍을 떄는 정말 즐겁고 행복했거든요..제 남자친구가 어제 모습을 평생 못 잊을 것 같다고 그랬답니다(결혼 한달 앞두고, 콩깍지가 단단히 씌웠습니다요.). 그게 더 중요한 거겠죠? 둘이서 앨범을 보면, 그때 즐거웠던 것을 떠올리게 될 것 같아요 (이거 찍을 때 사진사한테 구박들었는데..그러면서.)

쓰고 보니 죄송하네요, 몇십만원짜리 화장이야기에 게다가 투덜거려서...
철없다 생각하시고 너그럽게 봐주세요..
...이제 속이 좀 편하네요. ^^ 다시 일하러 갑니다!
IP : 61.96.xxx.13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3.1.20 10:53 PM (211.212.xxx.81)

    한번 사진 올려주세요, 봐드릴게요, 정말 예쁘게 됐는데 괜히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잖아요.

  • 2. 김효정
    '03.1.21 9:43 AM (61.251.xxx.16)

    음..
    저두 앨범 촬영할 때 눈썹이 너무 진하고, 부자연스러워서 못마땅했었는데
    메이크업 해준 분이 사진 찍을때는 좀 진하게 해야한다고
    사진에는 더 연하게 나오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 얘기를 듣고도 저는 불만이었는데
    막상 나온 앨범을 보니 정말 이상하지 않고 예쁘던데요.

    님도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거 같아요.

  • 3. 김주영
    '03.1.21 10:02 AM (218.153.xxx.219)

    저는 반대예요.
    저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편이어서, 평소에도 대충만 화장하고 다니거든요. 립스틱정도...
    섀도우는 해도 쌍거풀 속으로 들어가버려서 안보여요. 눈썹은 원래 진하구요.
    근데 결혼할 때, 기대에 부풀어서 화장을 하고 딱! 눈을 떴는데.... 평소 화장과 거의 똑같은거에요. 입술도, 립글로스를 바른듯한 정도.... 고르고 골라서, 젤 좋은데라고 선택한 메이크업 샵이었거든요.
    친구들이 식장에 와서는 "너 이걸 그 돈주고 했냐, 그냥 니가 하는거나 비슷하네.." 이랬거든요.
    한편으로는 정말 아깝기도 했는데,(너무 안 한것 같아서요)
    나중에 사진 나온거 보니까 또, 그 나름대로 자연스럽고 괜찮더라구요... 그분들이 아무래도 전문가니까요.
    경연님도 사진 완성되구 보면 맘에 들지도 몰라요. 그냥 보는 거랑은 좀 다르더라니까요!!

  • 4. 프리다
    '03.1.21 11:04 AM (211.177.xxx.206)

    헤~ '프리다 칼로'라...
    제 닉이 프리다잖아요.
    저두 프리다칼로 전기 읽고 그녀의 그림들을 인상깊게 본뒤로
    프리다라는 닉을 자주 쓰는데...

    방가워여~ 근데 이쁘실거 같은데 괜히 엄살떠는거 같아..^^

  • 5. 김경연
    '03.1.22 9:21 PM (61.96.xxx.130)

    저는 그냥 사진 못나온 것에 마음이 매달려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 저를 좀 어떻게 해보려고 주절주절 쓴 건데...--; 답글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의 외모는 간략한 묘사에 의하면 위 김주영 님과 상당히 비슷합니다...그래서 가슴이 순간적으로 더 아팠네요...(으으, 역시..)
    그런데 생각해보니, 화장이 너무 흐리면 또 돈아깝다는 생각에 밤새도록 속이 상하지 않았을까도 싶고요...(아아, 갈대 같은 마음) 아뭏든 사진이 나와야 하는데, 한달도 넘게 걸린다니 그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가 아닐까 합니다. 사진이 나오면 한번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리다님, 프리다 칼로의 그 프리다셨군요...! 반가워요...에휴, 저도 엄살이었으면 좋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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