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조금 다듬었어요.
예전에, 제가 30대 때만해도,
멋쟁이는 그래야한다며, 더운 여름에는 머리를 기르고, 쌀쌀해지는 가을에는 머리를 짧게 자르곤 했는데요,
요즘은 멋 과는 꽤 거리를 두고 사는 관계로, 그저 지저분해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머리를 자르곤 합니다.
머리를 자르러 갈때는 돌아오는 길에 뭐 간단하게 장을 봐와야지 했는데,
장 보는게 귀찮아지는 거에요.
그냥 귀가해서 뭘 할까 하다가, 말린 홍합이 생각났어요.
말린 홍합으로 밥을 지어보면 어떨까? 아, 우리 집에 말린 톳도 있지, 톳과 홍합을 넣어 밥을 지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일단 홍합을 물에 담갔는데요,
아, 글쎄 말린 톳이 없는 거에요.
분명 투명한 통이 담긴 말린 톳이 있는데...있음직한 곳 두어곳을 사그리 뒤졌는데 안나오는 거에요. 거참.
꽤 많은 양의 톳이 있어는데 흔적도 없으니...뭐에 홀린 듯 합니다..어딜갔을까..ㅠㅠ
하는 수 없이 미역을 조금 불렸습니다.
압력솥에 쌀과 슬쩍 불린 홍합과 미역을 넣고,
소금 살짝 뿌리고, 참기름도 조금 넣어서 밥을 지었습니다.
한번도 해본 적이 없고, 그냥 상상속으로 맛이 이렇겠지 하면서 밥을 지었는데요,
꼭 제 상상과 같지는 않았습니다.
홍합은 생 홍합을 넣은 것보다 비린맛이 적었어요.
대신 홍합 특유의 향도 적었구요, 대신 홍합이 쫀득쫀득 씹히는 맛이 있었어요.
미역은 뜻밖에도 미역 맛이 강하지 않으면서 식감도 괜찮고,
일단 미역이 많아서 포만감은 있네요.
냉동실에 있던 마지막 병어를 꺼내서 해동한 후 조렸습니다.
무쇠냄비에 국물을 좀 넉넉하게 붓고는 그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조렸더니,
무도 맛있고, 병어에도 간이 잘 배서 꽤 먹을 만 했습니다.
요즘, 살림이며 요리에 좀 소홀했더니,
집안 구석구석에서 먹을 만한 재료들이 나옵니다.
특히 마른 나물류, 건어물류가 이것저것 나오는 거에요.
제가 자주, 즐겨하는 냉동고, 냉장고 청소 놀이를 또 해야할까봐요.
당장 내일 저녁반찬으로 묵은 취나물, 다래순나물 등등 불려서 볶아야 겠어요.
이런거 저런거 다 해서 먹으면 또 한동안 시장은 안봐도 될듯.
요새처럼 마트에 잘 안가고, 식비를 적게 쓰면, 금방 부자가 될 것도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