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밥해먹기'가 세상에 빛을 보리라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던...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후배의 꼬임에 넘어가 요리 몇가지를 들고 우먼센스에 출연(?)하게 되었어요. 제일 잘 하는 닭튀김이랑 몇가지를 했죠.
재료를 사다가 나름대로 정성껏 요리를 해놓았는데, 담당기자가 그 요리를 꾸밀만한 재료들을 찾는 거에요.
미리 얘기 해주지 않아 저는 그걸 미처 준비하지 못했고, 그 기자는 당연히 있을 걸로 생각했구요.
처음 촬영이라 그러지 않아도 허겁지겁이었는데..없는 것이 많아서 어찌나 당황했던지...
'일하면서 밥해먹기' 출간 이후 약 2년동안 많으면 한달 3군데, 적으면 한달에 1군데, 여성잡지에 꼬박꼬박 등장하곤 했었어요.
잡지 촬영때마다 애를 먹는게 요리를 꾸미는 고명이나 가니쉬였어요.
제일 만만한게 레몬, 파슬리, 풋고추, 홍고추, 브로콜리 등등 이어서 나름대로 이런 걸 준비해놓으면,
기자에 따라서 아주 엉뚱한 것, 전혀 상상도 못했던 걸 찾곤 하죠. 그럴때마다 얼마나 당황하곤 했는지...
지금도..요리도 요리지만, 음식을 꾸미는 것이 더 힘든 것 같아요...
요리촬영때문에 장을 볼때, 재료를 사는 것보다 가니쉬나 고명 준비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정도에요.
그래서 한때는 스타일링을 좀 공부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냥 취미반 정도를 찾으니까...취미반은 별로 없고, 전문가반이 대부분이더라구요.
그랬는데..누가 그러대요, 배우려고 애쓰지 말고 전문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을 받으라고...맞아요, 그게 나을 것 같아요.
지금부터 제가 시간이랑 비용을 투자해서 배우는 것보다는, 이미 많은 비용을 들여 배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더 합리적일 것 같죠?
암튼..사설이 길어졌는데...잡지의 요리 촬영을 하고 나면, 저희 집 냉장고, 안그래도 비좁은데, 터져나갈 지경이 됩니다.
잡지에 실리는 요리는 굉장히 조금 담아요. 작은 접시에 아주 조금 담죠. 큰 접시에 넉넉하게 담으면 예쁘지 않거든요.
그래서 요리도 많이씩 하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재료들이 많이 남는데다가, 장식으로 쓰려던 잎채소니 과일이니 뭐니해서 남는 게 많아요.

오늘 저녁준비를 하면서 냉장고 속을 여기저기 뒤지니...
역시 지난 6일과 11일 촬영을 하고 난 끝이라, 이런저런 재료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네요. 모두 꺼내놓고 보니..
오늘 모두 먹을 수 없을 만큼...재료가 많이 나오네요. 해서, 일단 몇가지만 처치해 주기로 했습니다.

상추샐러드.
상추랑 겨자잎, 깻잎이 있길래 씻어서 적당히 자른 후 드레싱을 얹었어요.
드레싱은 다진 양파와 다진 마늘, 간장과 맛술, 참기름 깨소금을 넣었어요.
저거 남기지 않고 다 먹느라...얼마나 애썼는지...뒀다가 내일 먹으면 진짜 맛이 없거든요. 숨도 팍 죽고...

겉절이도 했습니다.
알배기 배추 딱 한통만 샀으면 좋으려만, 이마트에서는 2개씩 묶어 팔더군요. ㅠ.ㅠ
한통은 지난 촬영에 쓰고 나머지 한통은 오늘 겉절이 했습니다.
알배기배추는 잠시 굵은 소금에 절여두고...
초퍼에 양파 반개와 청양고추 딱 하나, 고추가루와 마늘, 설탕 아주 조금, 그리고 피시 소스를 넣어서 갈았어요.
액젓을 넣어도 되는데..거의 다 먹어가는 피시 소스 얼른 써서 없애려고 피시 소스를 썼어요.
뭐랄까 액젓을 넣을 때보다 젓갈의 강한 맛이 적어서 좋아요.
이 양념장을 넣어 버무린 다음 마지막에 파와 참기름을 넣어 한번 더 버무린 다음 접시에 담고 통깨를 뿌렸어요.

생표고 볶음.
이건 오늘의 실패작입니다.
생표고와 색색깔의 파프리카, 청경채를 볶았어요. 볶음팬에 기름을 두르고 일단 파 마늘 양파 다진 걸 넣어 행을 낸 다음...
생표고와 파프리카, 청경채, 장난삼아 방울토마토를 넣고 간장으로 간 한 다음, XO장을 조금 넣었는데...XO장을 넣지 말걸 그랬나봐요.
파프리카의 단맛과 XO장이 잘 어울리지 않는데다가, 결정적으로 방울토마토가 니맛도 내맛도 아니게 했다는...

내일 아침에 먹을까 하고 미리 끓인 단호박크림스프입니다.
단호박 반개와 양파 반개를 버터 한큰술을 녹인 냄비에 달달 볶다가 물 1컵을 넣고 푹 끓여요.
푹 익으면 핸드블렌더로 들들 간 다음 생크림 반컵을 넣고 소금 후추를 조금 넣어 한번 더 끓여요.
생크림을 넣으면 얼마나 고소한지...살 찔 걱정이 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아직도 먹어줘야할 채소들이 많이 남았습니다.
파프리카도 아직 반개 씩 남았고, 영양부추 청양고추 풋고추 아스파라거스 오이 브로콜리 등등...
이 재료들을 먹어줘야하는 것이 내일의 숙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