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칼 하나 새로 생긴 기분이라서, 칼을 잡을 때 마다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전 컷코칼과 쌍둥이칼, 이렇게 두가지를 가지고 써요.
컷코칼은 가볍고 잘 잘라져서 제 사랑을 받는 반면, 쌍둥이칼은 무겁고 절삭력이 떨어져서 제 구박을 엄청 받아요.
참 재밌는 건 아무 생각없이 칼을 집으면 일단 쌍둥이칼을 집는다는 거에요. 아마도 오래 써와서 맘이 편한가봐요. 오랜 친구처럼.
그런데 얼마전부터 이 쌍둥이칼이 파도 자를 수 없을 만큼 칼날이 무뎌졌습니다.
지난 12월에 새책 촬영하면서 칼이 안들어서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칼가는 봉에 문질러도 소용이 없고, 전동칼갈이에 갈아도 그때뿐이고...
그렇다고 칼가는 할아버지 찾아서 칼을 갈 수도 없고..
먼저 쓰던 쌍둥이칼, 아파트에 칼갈러 온 할아버지에게 갈았다가 날의 이가 빠지고 녹까지 나서 버린 적 있거든요.
해서 큰맘 먹고 컷코 식도를 하나 더 살까 했어요. 제가 가진 건 작은 식도인데 큰 식도로 하나 장만할까 알아보니...역시 비싸더라구요.
며칠전 식사 준비를 하는데 물 마시러 부엌에 나온 kimys에게 지나가는 말로, "칼이 너무 안들어서 하나 새로 살까봐"했더니,
자기가 갈아준다는 거에요. 솔직히 전 kimys가 해주는 집안일 못미덥거든요. 제가 하고 마는 것이 속편하죠.
괜찮다고 했더니, 한번 믿어보래요.
속으로 '그래, 칼 갈다가 날이 나가면 눈 딱감고 칼 하나 사지'하는 심산으로 전동칼갈이와 칼가는 막대를 찾아줬어요.
한참 윙윙거리면서 칼을 갈더니..."한번 잘라봐"하며 칼을 건내주는 거에요.
마침 김치를 자르려던 참이라, 도마위에 놓인 김치에 칼을 갖다댔더니,저절로 잘리는 느낌을 들 정도로 잘 잘리는 거 있죠?
혹시 칼날의 이라도 빠지지 않았을까, 트집을 잡으려고 요리조리 살펴봤는데 날을 잘 새워서, 아주 잘 갈아놓은 거에요.
좀 어이는 없대요, 여태까지 제가 간다고 갈았던 칼, 잘못 갈았던 거잖아요. 이렇게 멀쩡하게 잘리는 칼을...헛헛헛...
돈..번 느낌이에요...
오늘 점심에 양파채를 써는데 소리도 경쾌하게 '삭 삭 삭'..., 여태까지 칼이 나빠서 제가 그렇게 칼질을 못했었나봐요..ㅋㅋ...
쌍둥이칼말고, 더 싼 칼도 하나 잘 들어서 구석에 쳐박아둔거 있는데 그것도 갈아달라고 해봐야겠어요.

기분 좋은 김에 Bonus!!
어제 저녁에 찍은 사진이랍니다.
저희 친정 여자들 전원입니다.
재밌는 건 같은 띠를 가진 여성 셋이 같은 색깔의 옷을 입었다는...
우리 엄마, 우리 큰 올케, 그리고 저...
아, 그리고 보니 우리 조카도 흐리긴 하지만 분홍옷을 입었군요.
뭐, 다 짐작하시겠지만,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우리 딸, 큰 올케, 작은 올케, 우리 엄마, 저,
그리고 제 무릎에 앉은 깜찍한 공주님은 조카랍니다.
저희 친정어머니, 생신 축하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여러분들 덕에 우리 엄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실거에요.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