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모임에 나갔던 kimys가 의기양양해서 들어왔습니다.
"여보, 내가 말야 롱기스트 먹었잖아!!"
친선 골프대회에 참석하면 우승 메달리스트 롱기스트 니어리스트 등 상이 있어요.
롱기스트는 파5짜리 롱홀에서 페어웨이에 가장 멀리 안착시킨 사람에게 주는 상이에요. 아, 장타상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겠네요.
한때는 하도 드라이버를 힘주어 휘둘러 대서, '멀리는' 치던 kimys의 롱기스트는 별로 새삼스럽지 않아서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쳐다보니, 봉투를 꺼내주면서,
"당신이 좋아할 만한 선물인데..." 하는 거에요.
꺼내보니, 가구점의 상품권인거 있죠. 당연히 좋아할 만한 선물이죠..매우 기뻐하며 1주일쯤 뒤에 매장을 찾아갔어요.
가보니..살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는거에요.
필요하고 맘에 드는 가구는 그 상품권의 액수 만큼 보태야 하고,
아니면 상품권 금액에 턱없이 못미치는 소품들이고,
매장을 샅샅이 훑어보다가, 게중 가장 우리 집에서 필요하면서 최소의 추가비용을 지불해도 되는 것을 골랐어요.
한동안 그릇이랑 주방가전소품, 예쁘게 진열해놓고 잘 썼는데,
점점 허접해보이고 시커멓다 보니까 집안을 어둡게 하는 것 같고,
그래서 몇년전 주방가구를 바꾸면서 버리려고 맘먹었어요.
그런데 도저히 버리지 못하겠는 거에요.
제 맘에 안든다는 거 말고는 아무 문제가 없는건데...해서 베란다에 두고 허접한 물건을 넣는 수납장으로 썼었어요.
버리는 물건은 없이, 자꾸 부엌 살림이 늘어나면서 여기저기 제 자리를 찾지 못해 쌓여있는 그릇이며 주방용품을 본 kimys,
"그릇장을 한쪽 더 맞추던가, 아니면 뭘 사던가 하지 그래. 앞으로도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진 않을거아냐?" 하는 거에요.
사라는 건 고마운데, 놓을 자리도 없고...또 꼭 맘에 드는 걸 사자면 이리저리 머리를 써가며 둘러봐야 하는데 그럴 시간도 없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게 버림받은 저 장이 생각나는거에요. 해서 오늘 도로 안으로 들여놨습니다.
쥐구멍에 볕들은 거죠. 하마터면 대형쓰레기 딱지 붙을 뻔 했던 것이...
닦고 또 닦아, 이리저리 채이던 제이미 올리버랑 김치냉장고 위에 어정쩡하게 놓여있던 스텐 캐니스터도 자리 잡아주고,
그리고 지난해 선물받은 스텐소꼽장도 제 자리를 정해주고...또 식탁옆에 쌓여있어 어수선하기 짝이 없던 촬영용 식탁보들도 정리했습니다.
사진에는 안보이는 윗부분, 유리문안에는 흰그릇들을 정리해넣었구요. 검은장 안의 흰그릇이라 확 살아나네요.
근데 좀 웃기는 해요..연두색 그릇장옆에 검은색 이 장, 고 옆에는 하얀색 작은 그릇장..상상해보세요, 얼마나 웃길지..
그래도 얼마나 속이 시원한지...한동안은 걱정이 없는데...또 살림이 늘까봐 걱정이 되네요. 이젠 진짜 방법이 없어요. 어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