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 알았으면 김치도 좀 열심히 담가보는 건데..
아무리 기억을 헤집어 봐도,최근 3년간 담근 김치라고는 작년에 알타리 한번, 그리고 얼마전 김치(망친 것) 한번...뿐입니다.
아, 명절에 담그는 나박김치는 빼고요.
그래도 직장 다닐 때는 깍두기도 담고, 갓김치도 담고, 열무김치도 담고, 여름김치도 담고 했는데요, 물론 자주는 아니지만.
요새 더 게을러졌던 모양입니다.

일단 배추는 절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고춧가루가 없는 것 같아요.
얼마전 김치 담글때도 고춧가루가 없어서 애먹었어요. 그래서 친정어머니에게 얻어오긴 했는데...
"더 가지고 가"하시는 걸.
"됐어, 김치 담을 일도 없는 데, 뭐"했다는 거 아닙니까?? 입이 방정이지...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했는 줄 아세요?
마침 요리용 마른 고추 한근 사다놓은게 있었거든요. 그 밤중에 깨끗한 행주도 마른 고추를 닦아서 가위로 배를 가른 다음 씨를 말끔하게 빼고는 컵형 블렌더에 일자날을 끼우고 갈았어요.
밀가루풀도 쒀놓고..
집에 찹쌀가루 쌀가루 밀가루 모두 있지만 밀가루풀을 쑨 이유는...어렴풋이 친정어머니로부터 '밀가루풀이 젤 나은 것 같더라'하는 걸 들은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나서 다시 배추를 점검해보니...절은 것 같기도 하고, 덜 절은 것 같기도 하고...
일단 걍 자기로 했습니다. 이때 시간이 2시30분쯤...
자러가기 전에 허브화분에 가보니...아, 달팽이가 한마리도 없네요...그 밤중에 찾을 수도 없고...
거실로 기어들어올까봐 문 꼭꼭 닫고, 잠자리에 들어갔는데...잠시 달팽이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더군요.
벌써 얘네들이 아기 낳으면 어쩌지...응아 여기저기 해놓으면 어쩌지...화분의 잎들 다 갉아먹으면 어쩌지...
잠 설쳤습니다.
아침 6시50분에 일어나서, 배추 씻어서 건지고, 마늘이랑 생강이랑 파 갈았습니다.
블렌더에 간 고추 가지고 좀 모자라는 듯 해서 고춧가루 더 넣어서 버무렸죠.
김치 국물에는 까나리액젓 아주 조금 넣고...
여름김치에 젓국많이 들어가면 색깔이 까맣다고 친정어머니가 하셨던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어디에서 들은 소리는 있어가지고 감자 하나 작은 걸로 강판에 갈아서 넣었습니다.
이제 김치가 맛이 있고 없고는 제손을 떠난 일...하늘에 맡겨야죠. (너무 거창했나!!)
김치는 해결했으니 이제는 달팽이 차례~~
허브화분을 아무리봐도 달팽이가 없어요. 애들이 다 어떻게 된거지 하면서 유심히 살펴보니,
허브 화분 옆에...집안으로 들어간 달팽이가 하나 있네요.
어제 배추에서 나올 때처럼 온몸을 내밀고 넘실거리던 녀석들을 찾으니 없는 것 처럼 보였나봐요.
허브화분을 다시 살펴보니, 녀석들이 모두 자는지 집안에 들어가 있네요.
양파망 안에 배추잎 몇개 넣어서 녀석들을 모두 감금하고 입구를 잘 막아서 놔뒀어요.
양파망안에 있으니 숨은 막히지 않을 것이고, 배추가 있으니 배는 고프지 않을테고...
아아...짧은 보고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외출하려면 머리 감아야 하는데...
광화문 번개 준비하냐고요, 아닙니다. 제가 뭐 직장인인가요? 직장인 번개든데..하하...농담이구요...
다른 볼 일 있어서요...그럼 이만 총총...
p.s.
아, 아무리 바빠도 지압원이요...궁금해하시는 분들 무쟈게 많네요. 일단 전화번호 쪽지로 날려드리고 있습니다.
제가 외출 후 오는 쪽지는 돌아와서 날려드릴게요.
근데 아마 오늘은 지압원 원장 강의 나가는 날이라 오후 늦게나 연락이 될거에요. 그리고...
먼곳에서 여기까지 찾아오려고 하진 마세요...힘들게 오가면 오히려 더 병됩니다.
근처에서 잘 찾아보세요, 다만 너무 바가지 쓰진 마세요.
여기 가격...이거 알려드려도 되나 모르겠네요...괜찮을라나..문제가 되면 이따 지울게요...
여기는 1회 비용은 3만원이지만 30회를 끊으면 30만원이에요. 그러니까 1회 1만원인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