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정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차라리 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했었다.
망각의 눈(雪)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球根)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으니....'
T.S. 엘리엇의 황무지 중에서
으례 이맘때면 떠오르는 싯구죠?
오늘 낮, 거실 앞 창을 내다보니, 저희 아파트 앞 산에 개나리랑 진달래가 피기 시작했네요.
겨우내내 삭막하기 그지 없던 산허리가 저렇듯 울긋불긋해지다니...
이제 곧 개나리 진달래가, 따로 꽃구경을 가지 않아도 될만큼 흐드러지게 피어날 거에요.해마다 그랬듯...

토요일날 심은 저희 상추랑 허브들도 얼마나 많이 자랐는 지 몰라요.
흙이 모자라서 플라워박스에 반 정도만 흙을 채우고 상추를 심은터라, 상추가 상자 속에 파묻혀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성장이 보다 빠른 녀석은 플라워박스 밖으로 고개를 내밀 정도로 많이 자랐네요.
너무 신기한 거 있죠?
이런 보람으로 농사를 짓는 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아, 이번 주 토요일에는 고기를 사다가 첫 수확한 상추에 싸먹어야지 하는 생각도 드네요.
허브들두요, 특히 스피어민트가 엄청 컸어요. 양지바른 곳에 두면 키가 잘 자란다더니, 정말 그런가봐요.
싱싱한 야채를 사다 허브도 몇 잎 따서 넣고, 샐러드해서 먹어야겠어요.
이렇게만 자라준다면, 고추도 사다 심어보고 싶고, 토마토도 키워보고 싶고, 쑥갓같은 것도 키우고 싶고...
둥근 토분 들고 나가서, 야생화도 사서 심어오고 싶고...
욕심이 자꾸자꾸 생기네요.
아마도, 아마도, 이번 주말 다시 구파발 꽃시장을 찾아, 이것저것 사들고 들어와서는, 매일매일 물주느라 정신없을 듯한,
불길한(?) 예감이 마구마구 밀려오는 3월의 마지막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