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불 빨래만 하면 비가 오는 징크스가 있어서...
그랬는데 오늘 아침, 너무나 화창한 햇살때문에 눈을 떴어요. 햇살은 '빨리 일어나, 침대커버 빨아야지~~'하며 유혹하더군요.
kimys가 일어나자 마자 이불커버며 침대커버며 베개커버며 훌렁훌렁 벗겨내고는, 겨우내 덮었던 양모이불은 내다널고, 매트리스까지 일으켜 세워가며, 베드 스커트 깔고 매트리스 뒤집어서 얹고, 매트리스커버 씌우고 차렵이불 얹고 베드스프레드로 마무리!! 어찌나 속이 개운한지...
덕분에 세탁기를 세판이나 돌리고,
내친 김에 욕실의 수납장안도 좀 정리를 하고...이제서야, 제 정신이 든 모양이에요.

이렇게 극썽을 떠는 동안 죽변에서 택배가 도착했어요.
골뱅이랑 꾸득꾸득 말린 대구랑 삶은 문어랑 손질해서 냉동한 복이랑.
복어는 금요일인 내일 매운탕을 끓이려고 냉장실안에 두고, 꾸득꾸득 말린 대구는 토요일날 찜을 해먹으리라 맘 먹고...
오늘은 골뱅이를 먹기로 했죠.
살아있는 골뱅이는 회로 먹어도 된다는 현종님 말씀대로 저녁 메뉴는 골뱅이회로 결정했어요.
한바탕 난리를 치른 후 잠시 외출에서 돌아와 냉장고 안에 넣어뒀던 골뱅이를 꺼냈는데, 껍질 밖으로 몸이 쑥 나와있길래, 죽었는 줄 알고 손으로 만지니, 어쩜 그렇게 잽싸게 껍질 속으로 숨어버리죠?
골뱅이는 무지 느리게 움직일 줄 알았는데...
손으로 잡히지도 않을 뿐더러 잡혔다 해도 잡아 뺄 수 없을 만큼 힘이 세네요. 하는 수 없는 죽변으로 전화했더니 망치로 깨라는 조언.
망치까지 동원해서 골뱅이의 살을 꺼내 씻어서 칼로 저미는데....이리 꿈틀 저리 꿈틀....접시에 담아놨는데도 움직이네요.
잔인하여라, 인간!!
이렇게 꿈틀거리는 것을 입에 넣어보니, 씹는 맛도 좋고, 싱싱한 해산물 특유의 단맛이 느껴지는 것이...일품이네요.
아, 저는 왜 이럴까요? 저는 왜 못먹는 것이 없을까요?
저 골뱅이회 해서, 저녁도 순식간에 해치웠습니다.
골뱅이 내장은 내일 아침에 죽을 끓일 예정인데...괜찮겠죠??
내일 저녁 저희 복매운탕을 기대해주세용!!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서 대구의 전희경님께 감사말씀 전합니다.
덕분에 행복합니다. 꼭 읽어야지 하던 책인데...어제 오늘 끼고 살아서 거의 다 읽어갑니다.
'이렇게 쉽게 봄이 올 것을,
며칠전 그 난리는 대체 하늘의 무슨 심술이었을까요?'
희경님, 저는 희경님의 따뜻한 마음 때문에 올 봄이 더 일찍, 더욱 화창하게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