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이라고...
왜애? 시간이 몇신데...
우리? 우린 먹고 벌써 치웠지.
오늘은 뭐해서 드세요? 우리? 우린 대구찜해서 먹었죠.
대구포? 아니구 죽변서 올라온 꾸득꾸득 말린 대구로 했어요. 불리지 않아서 좋던데...

대구찜 해서 밥 먹으면서 엄마 생각, 너무 많이 나서 전화했어요.
왜? 왜긴...
엄마가 나 좋아한다구 대구찜 잘 해줬잖아.
엄만 생각 안나? 커다란 대구포 사다가 걸어놓고는 살은 뜯어서 반찬 없는 날 고추장 찍어서 반찬으로 먹었잖아요. 찬밥에 물 말아서...
그리곤 그 큼직한 머리를 물에 잘 불려서 찜 해주셔놓고는...혜경이 잘 먹는다고...
하도 잘 먹으니까, 언젠가는 대구포를 통째로 불려서 찜을 하셨잖아요. 그때 그거 값이 만만치 않았을텐데...
별 걸 다 기억한다고?
그럼 엄마는 기억안나?
자식이 셋이나 되는데..., 엄마, 나 되게 챙겼지.., 흐흐, 그렇게 내가 좋았수? 엄만 세상에서 젤 불쌍한 사람이 딸없는 사람이라며?
엄마, 난 엄마의 뭘까?
자식이라구 엄마에게 너무 치대기만 하는 것 같죠?
이 나이가 되도록 배추김치 한번 담글 생각하지 않고 엄마 눈치만 보고, 국간장은 그렇게 퍼날르면서 장 담그는 일은 엄마에게 다 떠넘기고.
그건 아무것도 아니지, 태어난 지 사흘된 핏덩이, 엄마에게 안겨줘서, 그 바람에 외손녀 하나에 친손자 둘까지, 손주들 셋 키우느라 좋은 시절 다보내고...제 탓이에요, 엄마가 손주키우느라 고생한 건...
남의 둥지에 알 낳아놓고 나 몰라라하는 뻐꾸기이거나, 아니면 악어 주위를 맴돌며 사는 악어새이거나, 아니면 흡혈귀 일지도 몰라요, 혜경인...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고비를 맞을 때마다 힘이 된건, 아버지가 아니라 엄마였구...
그렇다고, 엄마가 나한테 뭘 바랜 것도 아니고..., 미안해 엄마, 내가 엄마 호강시켜줘야 되는데...그게 생각뿐이지 맘대로 안되네...조금만 기달려요, 내가 호강시켜드릴게요...아프지 말구...
엄마 울어?
울지마, 엄마. 엄마 울리려고 이런 소리 하는 거 아냐, 대구찜 먹다가 엄마 생각이 너무 많이 나서...
정말로 엄마가 보고싶구, 엄마한테 고마워서...,맨날 엄마한테 빚지고 사는 것 같아서...
대구찜 맛있었냐구? 맛은 있었지. 그런데 엄마가 한 것과는 게임도 안돼요. 엄마 솜씨를 따라갈 수 있나?
입이 고급이 돼서 그렇다구? 아니라니까, 진짜 엄마 솜씨 못 따라 간다니까..., 난 엄마 발끝도 못 따라간다니까...
에구구...엄마 저녁 드셔야 되는데...이렇게 전화통 붙들구...
얼릉 저녁 드세요. 백만송이 장미도 보셔야지...
저녁 맛있게 드시구요, 주말에 갈께...주말에 가서 맛있는 거 사드릴게...들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