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이 부업이지, 뭔가 돈벌이가 될 만할 것들을 골라 주 1회 소개하는 것이었죠.
그 덕에 식용으로 사육하던 덕소의 황소개구리 농장에도 가봤고, 동교동에 있던 스테인드 글라스 스튜디오도 가봤고, 우리나라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알로에 농장도 가봤고...
암튼 이런 저런, 돈이 될만 한 것을 키우고, 만들고 하는 곳을 매주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그 때 가본 곳 중 하나가 분재농원이었어요.
나무에 철사를 칭칭 감아 자라지 못하게 해놓고는 좁은 화분에 가두어 키우는, 분재.
식물이지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싶어서 진저리를 쳤습니다.
제가 아는 화초라는 건 마당이나 화분에서 제가 자라고 싶은 만큼 자라게 키우는 것이고, 그저 사람의 가위질이란, 더 잘 자라게, 혹은 더 예쁘게 자라도록 도와주는 정도였는데, 철사로 감아서 자라지 못하게 하다니...
전족(纏足)을 떠올리게 하는 분재, 너무 잔인하잖아요.

그런데 kimys는 바로 이 분재를 좋아해요. 비교적 두 사람의 취향이 비슷한데, 분재에 관한 한 대립구도죠.
꽃시장엘 가도, 전 매발톱이니 며느리밥풀꽃이니 하는 야생화만 열심히 들여다 보고, kimys는 넋이 빠져서 분재 구경을 하곤 합니다. 사고 싶어해도 모른 척 해버리구요.
몇년전 kimys 승진선물로 하나 들어온 걸로 만족하라는 심산이죠.
그랬는데 지지난 주말,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분재 3종세트가 kimys 눈에 딱 걸렸어요. 하필이면 왜 그때 채널을 돌렸는지...
분재 2가지에다 숯부작(숯에 풍란을 붙인 것)까지 키워서 7만6천원이라는 거에요.
"살까?"
"..."
"사지마?"
"사고 싶어요? 그럼 사"
"사지 말라는 얼굴인데..."
하더니 잠시후 수화기를 들더군요.
'분재를 놓고 키울 공간이 없잖아', '당신이 잘 돌볼 수 있어?' '난 정말 분재는 싫은데..' '홈쇼핑서 파는 물건 별로야' '꽃시장에 가서 하나만 사자, 3개는 너무 많아'...
내가 뭐라고 핑계를 대야, 저 사람이 수화기를 내려놓을까 한참 생각하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어요.
남자라고 해서 사고 싶은 것이 없을까, 내가 야생화 좋아하듯 저 사람도 분재를 좋아하는 건데 내가 왜 말리나, 아무리 분재 몇 개 놓을 자리가 없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요.
지난 주말 드디어 분재 3종 세트가 도착을 했어요.
하나는 예상했던 만큼 빈약했는데, 숯부작은 제법 모양이 괜찮았고, 메인 상품이었던 것 같은 분재는 그런대로 보기 괜찮았어요.
배달받자마자 "어때 멋있지??" 하며 매우 즐거워 하는 kimys.
분재를 이곳저곳에 놓으며 기뻐하는 kimys 얼굴을 보며 잠시 반성했습니다.
그동안 良妻인 척 하면서 惡妻노릇을 단단히 한 건 아닌지, 집에 있는 시간이 내가 더 길다고 해서 내가 좋아하는 물건만으로 집을 채우려고 한 건 아닌지, '남자가 뭐...'하며 kimys의 취향을 존중해주지 않은 건 아닌지...
제가 그릇을 좋아하듯, kimys가 분재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믿고,
제가 사랑하는 그릇을 kimys도 좋아해주는 만큼, 저도 분재에게 정을 붙여봐야겠어요.
kimys 대신 스프레이도 뿌려주고...
노력하면,,,, 정도 들겠죠?